<옛그림 속 우리 얼굴>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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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속 우리 얼굴 - 심홍 선생님 따라 인물화 여행
이소영 / 낮은산 / 2009년 8월
평점 :
나는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고급 렌즈의 사진기도 아니요, 아름다운 풍경이나 사회적인 이슈등을 찾아가 찍는 것도 아니다
그냥 집에서의 일상, 아이들 노는 모습, 가족나들이 때 등을 찍는다
카메라를 잘 다룰 줄도 모르니 촛점을 제대로 맞춰가며 찍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막찍어 막가파사진일 뿐이지만 그 시간을, 그 느낌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에 사진을 찍는다
나는 사진 중에서도 아이들의 활짝 웃는 순간포착된 모습을 제일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우리 큰아이의 사진이 판박이처럼 어색한 웃음으로 변해가고 있다
유치원을 다니면서는 여러 아이들이 기념촬영을 할 때 브이를 하고 입만 웃는 사진 속 한 아이가 되었다
눈이 안웃고 몸동작마저 하나같이 고정되어 있으니 넘 어색하고 재미가 없다
내가 남기고픈 사진은.. 촛점이 맞지 않더라도 그냥 내눈에 보였던 그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담고 있는 거다
먼 옛날의 사람들도 남기고 싶은 기억과 얼굴이 있었던가 보다
[옛그림 속 우리 얼굴]에 소개된 그림과 심홍 선생님의 인물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다보니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이 내 마음이었겠지 싶어진다
신석기 시대에 만들어진 사람얼굴을 닮은 조가비를 보며 나는 씨익 장난스레 웃고 있는 아이를 떠올렸고 바위에 새겨넣은 얼굴 사진을 보며 그 사람들은 어떤 표정이었을까, 누구를 새겨넣는걸까? 잠깐 상상해 보기도 했다
이 책에 실린 옛사람들의 초상화와 자화상은 모두 한결같이 웃음기가 하나 없고 근엄한 얼굴들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사진이 아닌 그림이기 때문에 조금만 다르게 그려도 모든 사람이 알아보기 때문이라고.. 겉모습 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담아내려고 당시의 화가들은 그리고자 하는 이의 말과 행동까지 숨어서 관찰할 정도 였다 하니 참으로 놀랍다
책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도 그렇고 종종 인물의 그림을 볼 때 그림 속 이가 나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터럭 하나 주름과 표정까지 살아 숨쉬고 있는 듯.. 아마 더 큰 그림을 접한다면 긴장감마저 들 듯 하다
스스로 느끼는 감상법과 함께 이책에서는 심홍선생님이 그림을 이해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소개하고 있어서 글을 읽다보면 그림에서 새로운 것을 찾게 된다
내가 여자여서 그럴까?
과거, 시대에 따라 달랐던 아름다운 여인상의 모습들을 볼 때 페이지는 넘겨 보는 재미가 컸다
전에는 고구려시대건 조선시대건 쌍꺼풀없는 작은 눈과 코, 새초롬 다문 입술의 여인들의 얼굴이 다 비슷해 보였는데,, 얼굴의 모습 뿐만아니라 머리모양, 의류, 장신구, 유행까지 그림에서 시대를 구분해보여주니 그림에 대한 그리고 시대에 대한 무지가 얼마나 큰지 새삼스러웠다
흔히 들어 알고 그림의 제목은 몰라도 언젠가 봤음직한 낯익은 그림을 보면서 그림 속에서 옛사람들의 생활, 풍습까지 자연스럽게 구경해볼 수 있다
설명글을 보며 그림을 보니,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들이 다 같지 않고 무언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거 같았다
김홍도, 김득신, 신윤복, 신한평, 심사정, 김두량, 조영석..
이들의 그림이 왜이리 친숙하게 느껴지는 걸까?
그것은 옛사람들의 표정이나 지금 우리들의 표정이나 별반 다름이 없기 때문일거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를 옮기고픈 화가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일거란 생각이 든다
책의 마지막장에서는 자화상 그리기를 소개하고 있다
자신의 모습이 평소 어떤지,, 다른 이에게 자기의 첫인상은 어떨지 먼저 관찰하자 권한다
그리고 외모의 아름다움보다는 자기에 대한 긍지와 자신감으로 바른 마음을 갖고 아름다운 표정을 담을 수 있기를 당부한다
아름다운 마음, 아름다운 얼굴..
내가 가져야 할 내 모습이자 내 그림인데,, 나는 지금 어떤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뜻깊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