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다시 만난 베토벤 - 클래식으로 다시 보듬어보는 중년의 마음들
이지영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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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으로 다시 보듬어보는 중년의 마음들


베토벤의 음악 자체가 그의 고뇌와 역경을 음악 언어로

써 내려간 '자서전'입니다. 그가 살았던 삶의 지혜가 

악보에 고스란히 적혀 있는 셈입니다.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하고 답답했던 순간이 뻥

뚫리듯 시원해지기도 하면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그대로

마주하게 됩니다.


고결한 추억이야말로 소중한 재료이다. 우리의 정서는

이 재료를 통해 삶이라는 시를 빚는다.


베토벤에게 있어 가장 큰 기쁨은 음악을 완성해서 세상에

내 놓는 것이었다.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했던 그가 매일

반복했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산책'이었다.

귀가 들리지 않으면서도 점점 자신 안에 갇혀가던 

베토벤에게 자연은 그의 은신처이자 친구였고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기도 했다.


미국 작가 팀 페리스는 "위대함이란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매일 쏟아 붓는 작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베토벤이 매일 산책을 통해 영감을 얻어 작품으로 남겨놓은

일상이 없었다면 오늘날 "위대한 베토벤"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전원 교향곡은 회화적 묘사가 아니다. 전원에서는 즐거움이

사람의 마음속에 환기시키는 여러 가지 감정표현이며,

그에 곁들여서 몇가지의 기분을 그린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전원이 인간에게 주는 감정이나

느낌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타인의 평가는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내 손을 떠난

거다. 평가하는 주체가 자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명확해지면

굳이 두려워 할 이유도 없다. 두려워한다고 바뀌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계획하는 일,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을 때, 슬픔과 고통에서

빠져나오고 싶을 때, 방황하면 갈 길을 못 찾을 때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다.


하마터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뻔했다. 이런 나를 지지해

준 것은 예술이었다.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끊임없는 창작 활동은 베토벤의 귓병도 장애가 될 수

없을 만큼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운명 교황곡, 합창 교향곡은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쓴

이후 탄생한 작품들이다. 그의 청각 장애는 베토벤

내면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고

그는 작품을 통해 오늘날 현대인과 소통하는 위대한

작곡가가 되었다.


나는 내 음악이 어떤 운명을 맞을지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 그 운명은 행복한 것일 수밖에 없다. 내 음악을

듣는 사람은 누구든 인간들을 짓누르는 온갖 불행에서

빠져나올 수 었을 것이다.


행복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너는 모든 것을

너의 마음에서 창조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항상 진심 어린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 예술가들은 창작물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창작과정에서 스스로 깊은 대화를

나눈다.


규칙을 배워라, 그래야 그것을 적절히 깰 수 있다.


'위대한 베토벤'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의 음악적

재능만을 애기 하는 것이 아니 역경과 고난을 넘어선

삶의 이야기가 음악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잃은 것에 대한 실망과 걱정 대신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의 메모지, 노트, 스케치북은 어디든 손에 쉽게 닿는

곳에 있었고 음악적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바로 메모할 수

있게 했다. 베토벤의 창작에도 끊임없이 연습이 필요했고

그의 일상 또한 창작의 연속이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brainstore_publishing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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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 바틀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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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용감한 고전 전작 읽기 모임 분투기


저자는 '도스토옙스키를 읽는다는 것은 곧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썼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아마 문학이라는 활동 자체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텐데, 도스토옙스키는 특히

날것 그대로의 인간 모습을 드러내서 읽는 이가 스스로

관찰하고 성찰하게 만들며 통찰을 준다.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작품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그것도 그런대로 먹고살 만한, 이를테면

남들보다 적은 월급을 받고 투덜댄다거나, 으리으리한

저택에 살지 못해 불평을 한다거나, 명품 옷이나 신발을

사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사는 정도의 가난이

아니라, 아주 찌들 대로 찌든 가난이 자주 묘사됩니다.


마까르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 이를테면 어쩌다

돈이 생겼을 땐 기뻐하고 감사하다가도, 돈이 탕진되고

익숙한 가난에 처하면 다시 운명 같은 비굴함과 처참함의

진흙탕 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자리를 잡고 길들고 마는 모습,

나아가 물리적인 궁핍이 정신적인 궁핍까지 자연스레

이어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가난에 대한 관찰과 통찰도 놀랍지만, 역시 이 작품의

꽃은 가난 자체가 아닌 가난한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도스토옙스키의 통찰입니다.


불행하게도, 도스토옙스키가 선사하는 당혹감의 근원은

장괄설 말고도 하나 더 있습니다. 인간의 이율배반성,

그것을 날것 그대로, 때론 기괴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등장인물들의 독백, 대화, 행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저 위대한 망치의 철학자 니체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의 심리학자로

도스토옙스키를 꼽을 만큼, 도스토옙스키의 심리 묘사는

탁월하다는 말조차 무색하게 만들 정도인데, 이는 인간

심리의 입체성을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현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입체성이란

곧 인간의 분열된 의식과 이율배반성에 기반을 둡니다.


가장 나답게 사는 삶이란, 날마다 만나는 낯선 나를

끌어안는 삶이라고. 그런 낯선 나를 조금은 너그러이

대하는 삶이라고. 오늘 처음 만나는 내 안의 낯선 나도,

바로 나 자신이다.


도스토옙스키 작품 모두를 어떤 하나의 관점으로

평가하고 일반화하는 건 위험하고 무례한 일입니다.

초기작부터 후기작까지 일련의 스펙트럼이 형성되어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하겠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각자의 '인간다움'이 회복되고 

지켜지고 존중받는 곳이 천국과 같은 장소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구원이란 어쩌면 '인간스러움'

으로부터 '인간다움'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해설할

수도 있겠습니다.


인간의 공감 능력에도 역치가 있어서 그 이상을

자극을 받으면 더 이상 공감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급기야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리며 그 상황을 피하게

됩니다.


놀랍게도 열등감, 자기 비하, 자존감 결여, 과장된

허세 등 일련의 자기 파괴 과정의 끝에서 그 쾌락을

발견합니다. 자기 스스로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데에서 그는 쾌락을 느낍니다. 결핍을 느낄 때

인간은 우선 그것을 채우려고 노력합니다. 그 거듭된

노력이 실패로 이어지면 그다음 반응으로 포기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 포기도 거듭되다 보면 결국

스스로를 불신하는 단계를 넘어서고 얼굴엔 절망이

아닌 미소가 이어지는데, 이때의 미소에는 광기가

어리게 됩니다.


인간은 각기 다른 행동을 하지만 똑같은 인간입니다.

휴머니즘은 바로 이 존재의 평등함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관계를 죽이는 행위가 죄라면 그 죽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벌입니다. 이런 이유로 구원은 관계

속에 임합니다. 막히고 끊어지고 파괴되었던 관계의

회복이 구원입니다.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 이문장은

무신론자에게나 유신론자에게나 섬뜩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신론자에게는 그야말로 천하무적의 힘을

부여하는 열쇠 역할을 하게 될 테고, 유신론자에게는

혹시나 가지고 있을 의심의 싹이 풍선처럼 금세 부풀어

올라 신앙과 믿음을 위협하는 작두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바틀비>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withbartle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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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권력 - 네 말이 아니라 내 말로 살기로 했다
박비주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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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이 아니라 내 말로 살기로 했다


'착하다'는 말보다 '함부로 건들 수 없는 사람',

'자기 색깔이 분명한 사람'이라는 말이 더 듣기 좋다.

날들에게 이해받으려 구걸하는 대신 나를 잃지 않는

고고함을 택하겠다. 타인의 기분을 맞추느라 내 인생을

낭비하기엔 남은 시간이 너무 아깝다.


세상이 당신을 함부로 대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당신이 가만히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을 착한 사람끼리 만든 자위적 주문이다.


"좋게 좋게."라는 말 대신 "정확하게 갑시다."

웃으면서 속 터지지 마라. 착한 척하며 내면을 곪게

하지 마라. 평화를 말하는 사람 중에 진짜 좋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당신의 착함을 인질 삼아

자기 편한 결말을 만든 사기꾼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공식이 있다.

'내가 입을 다물면 상황이 조용해진다. 조용해지면

평화가 온다.' 틀렸다. 완전히 틀렸다. 당신이 입을

다물어서 찾아온 고요함은 평화가 아니다. 그건

복종이다. 당신의 침묵은 상대에게 "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프리패스였다.


사람은 자기 감정을 무시한 만큼 정확하게 피로해진다.

이 피로는 근육에서 오는 피로가 아니다. 영혼에서

오는 피로다. 이름을 붙이자면 감정 과로사다.


화내는 건 미숙한 게 아니라 살아있다는 증거다.


'싫다'는 문장은 당신의 해방선언문이다. 그 한문장이

당신을 이용의 구조에서 끌어내고, 존중의 구조로

옮겨놓는다. 기억하라. 당신은 누군가의 요구를 들어

주기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감정을 대신 짊어지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기준은 성격이 아니라 생존이다. 당신의 기준을

인정받는 순간 관계의 판도는 바뀐다. 사람들은

당신을 '불편한 사람'으로 잠시 분류하겠지만, 오래

두고 보면 '명확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명확한

사람만이 신뢰받는다.


입 닫은 사람은 결국 지워진다. 그러니까 이제 말해라.

아니, 지켜라. 네 기준, 네 감정, 네 자리. 그게 살아 있는

인간의 최소 조건이다.


정리는 이성의 기술이다. 반박은 감정을 건드리고

정리는 흐름을 장악한다. 싸움은 감정이 세상을

지배할 때 일어나지만, 주도권은 언제나 흐름을

통제하는 사람에게 있다.


감정은 말을 불태우지만 논리는 말을 남긴다.

논리적인 말은 사람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상대

스스로 납득하게 만든다. 감정은 '이해시켜야'

하지만 논리는 '이해된다'. 이 차이가 크다.


단단한 사람들의 마지막 무기는 침묵이다.

불안한 사람은 정적을 못 견뎌서 말로 채우지만

단단한 사람은 그 고요를 즐긴다. 침묵 속에서 단어를

고르고, 감정을 정렬하고, 상황을 파악한다.


관계의 정리는 인간관계의 '다이어트'다. 불필요한

관계를 빼야 건강이 돌아온다. 사람을 잃는 게 아니라

독소를 배출하는 거다. 결국 인생의 주인은 남이 아니라

나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hc.books_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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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한 일을 마무리하는 힘 - 일을 끝내고 성장을 시작하는 끝맺음의 기술
양은우 지음 / 경이로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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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끝내고 성장을 시작하는 끝맺음의 기술


우리가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배움과 교훈을 건져내어 미래의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계획대로 끝까지 마친 일에도,

아쉽게도 중간에 실패하거나 포기한 일에도, 혹은

하는지 마는지도 모르게 흐지부지 끝내버린 일

속에서도 교훈을 찾아낼 수 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마무리란, 일의 '끝'을

선언함으로써 애매모호한 상황으로 인해 낭비되던

에너지를 없애고, 그 안에서 배운 것을 추려 미래로

나아가는 준비를 하는 행위다.


마무리에 소홀한 가장 큰 이유는 하던 일을 마무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즉, 굳이 시간을 내어 하던 일을 마무리하기가 영

내키지 않는 것이다. 주로 하던 일이 실패로 끝나가거나

중도에 하는 둥 마는 둥 끝났을때 이런 상황에 놓이기

쉽다.


시작한 일을 마무리 짓지 않는 이유 중에는 게으름도

포함 될 것이다. '타임푸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시간에 쫓기며 산다. 어떤 사람들은

잠잘 시간조차 없다고 하소연한다.


자신이 한 일을 돌아보는 가장 큰 이유는 배움이다.

완수한 일은 완수한 일대로, 중단된거나 유야무야된

일은 그것대로 뒤돌아보며 자신이 잘한 것과 못한 것,

고쳐야 할 것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 등을 발견해야

한다.


마무리되지 않은 일은 해마 속에 남아 한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완료되지 않은 과제가 단기 기억

창고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그만큼 두뇌는 기억 활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그 내용의 일부가 기억에

남아 기억 역량을 떨어뜨리고, 주의력과 집중력,

작업 기억 역량을 낮추고, 인지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은 잘려버린 말과 같다.

마음속에 남아 불편함을 유발한다.


가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노력하여 큰

성취를 이루었음에도 그것을 과대평가된 것으로

치부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능력은 과소평가한다.

이 증상은 주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기 때문에 나타나는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높은 기대를 받는 사람이 만일 일이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 받을 충격을 미리 완화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시작한 일을 완료 여부와 상관없이 마무리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면 자신의 달라지는 역량을

눈으로 확인하고 잊혀지지 않도록 자신의 내면에

저장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내용과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뒤돌아보는 것이다. 무엇을 했으며 왜 그 일을

했는지를 돌아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떤 일을 하든 힘들 일들은 계속해서 닥쳐올 것이기에

그 노하우를 정리해 두면 앞으로 닥칠 일에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이 흐지부지 끝나게 된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면

미래에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 할

수 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zozo_woom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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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기적
정현우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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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감을 때마다 다시 태어나는 그녀를 본다.



○ 가지

너는 가지, 사랑했던 가짓빛 살결을 만지며

가슴 한국석이 무너진 채로 가지,

사랑과 과육의 밀도가 차오르는 저녁에,

길을 걷다가 만난 가지처럼, 원래 그런 것 없다고

중얼거리면서도



○ 십이월

창문 너머로 남겨둔 용서가 풀빛으로 번지듯 당신에게

닿고자 쓴 편지에요. 한 인간이 빛에 감싸인 모습을

보았습니다. 겨울의 설원은 조금씩 갈라지고, 눈 밑에서

검은 흙이 드러날 때마다 누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예감 같았습니다. 기쁨은 언제나 무너짐의 예고였으니

빛은 너무 짧게 머둘다 가버립니다.



○ 석류와 기적

당신의 심장에 기대어 잠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검붉은

잎 아래 몸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두 눈 위에 얹힌

잎사귀 하나를 들어 올릴 때

...


신은 빛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불타는 과육 위에 피부를

덮어둡니다. 그리하여 자비로운 핏빛을 모두 감추는 일을

어쩌면 모두 다 이해한다고 하였습니다.



○ 상속

죽은 엄마의 핸드폰을 끊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당신의 이름을

이렇게 많이 적어 본 적은 처음이에요.



○ 빛의 해부

얼굴은 우리 안에 잠든

도달할 수 없는 빛의 뒷면,

신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빚어온 듯했습니다.


유리병 속에 갇힌 불빛에 의지한 채

눈이 흩어져 사라지는 한 사람처럼

내 마음의 한 부분도 사라졌습니다.

틀에 흘려보내진 영혼,

해변 곳곳에 서걱이는 유리조각들,

끝없이 이어지는 발자국,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것만은 알았습니다.



○ 해부학

개구리 배를 연다.

작은 심장이 말한다.


젖은 서랍은 열기만 해도 울 수 있다.

사랑은 살아 있는 채로는

해부되지 않는다.



○ 루비

신이 인간을 읽어내려가는 방식으로 그림자 위에

사람들을 올려놓는다. 다시는 오지 않을, 어제는 되풀이

되지 않는다.



○ 유리 가재

신은

심장에 얇은 유리막을 심어 놓았다.

기억은 

그 위로 내려앉은 메세한 선,

선은 빛을 따라 유리벽을 통과하지 못했다.

물 위에서만 일렁였다.



○ 포도

사랑한다는 말은, 모든 걸 잔인하게 무화시켜요.

유리잔을 엎듯 아무것도 남지 않지요.

일기장엔 기적이 아닌 단어들을,

작은 연필로 동그라미,

토독, 토독



애도란 급작스럽게 맞닥뜨린 이별이어서 감정적인

재난으로 다가온다.

소설이 공적 애도가 어떻게 소비되고, 기억에서 

지워지는가를 본다면

시에서는 사적으로 체험된 상실에 대한 감정 소비 문제와

맞닥뜨린다.

따라서 소설이 사회적 정치적이라면 시는 너무나 사적이다.


<@mmk_katarina>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mmk_katar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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