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 바틀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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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용감한 고전 전작 읽기 모임 분투기


저자는 '도스토옙스키를 읽는다는 것은 곧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썼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아마 문학이라는 활동 자체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텐데, 도스토옙스키는 특히

날것 그대로의 인간 모습을 드러내서 읽는 이가 스스로

관찰하고 성찰하게 만들며 통찰을 준다.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작품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그것도 그런대로 먹고살 만한, 이를테면

남들보다 적은 월급을 받고 투덜댄다거나, 으리으리한

저택에 살지 못해 불평을 한다거나, 명품 옷이나 신발을

사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사는 정도의 가난이

아니라, 아주 찌들 대로 찌든 가난이 자주 묘사됩니다.


마까르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 이를테면 어쩌다

돈이 생겼을 땐 기뻐하고 감사하다가도, 돈이 탕진되고

익숙한 가난에 처하면 다시 운명 같은 비굴함과 처참함의

진흙탕 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자리를 잡고 길들고 마는 모습,

나아가 물리적인 궁핍이 정신적인 궁핍까지 자연스레

이어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가난에 대한 관찰과 통찰도 놀랍지만, 역시 이 작품의

꽃은 가난 자체가 아닌 가난한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도스토옙스키의 통찰입니다.


불행하게도, 도스토옙스키가 선사하는 당혹감의 근원은

장괄설 말고도 하나 더 있습니다. 인간의 이율배반성,

그것을 날것 그대로, 때론 기괴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등장인물들의 독백, 대화, 행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저 위대한 망치의 철학자 니체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의 심리학자로

도스토옙스키를 꼽을 만큼, 도스토옙스키의 심리 묘사는

탁월하다는 말조차 무색하게 만들 정도인데, 이는 인간

심리의 입체성을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현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입체성이란

곧 인간의 분열된 의식과 이율배반성에 기반을 둡니다.


가장 나답게 사는 삶이란, 날마다 만나는 낯선 나를

끌어안는 삶이라고. 그런 낯선 나를 조금은 너그러이

대하는 삶이라고. 오늘 처음 만나는 내 안의 낯선 나도,

바로 나 자신이다.


도스토옙스키 작품 모두를 어떤 하나의 관점으로

평가하고 일반화하는 건 위험하고 무례한 일입니다.

초기작부터 후기작까지 일련의 스펙트럼이 형성되어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하겠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각자의 '인간다움'이 회복되고 

지켜지고 존중받는 곳이 천국과 같은 장소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구원이란 어쩌면 '인간스러움'

으로부터 '인간다움'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해설할

수도 있겠습니다.


인간의 공감 능력에도 역치가 있어서 그 이상을

자극을 받으면 더 이상 공감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급기야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리며 그 상황을 피하게

됩니다.


놀랍게도 열등감, 자기 비하, 자존감 결여, 과장된

허세 등 일련의 자기 파괴 과정의 끝에서 그 쾌락을

발견합니다. 자기 스스로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데에서 그는 쾌락을 느낍니다. 결핍을 느낄 때

인간은 우선 그것을 채우려고 노력합니다. 그 거듭된

노력이 실패로 이어지면 그다음 반응으로 포기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 포기도 거듭되다 보면 결국

스스로를 불신하는 단계를 넘어서고 얼굴엔 절망이

아닌 미소가 이어지는데, 이때의 미소에는 광기가

어리게 됩니다.


인간은 각기 다른 행동을 하지만 똑같은 인간입니다.

휴머니즘은 바로 이 존재의 평등함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관계를 죽이는 행위가 죄라면 그 죽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벌입니다. 이런 이유로 구원은 관계

속에 임합니다. 막히고 끊어지고 파괴되었던 관계의

회복이 구원입니다.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 이문장은

무신론자에게나 유신론자에게나 섬뜩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신론자에게는 그야말로 천하무적의 힘을

부여하는 열쇠 역할을 하게 될 테고, 유신론자에게는

혹시나 가지고 있을 의심의 싹이 풍선처럼 금세 부풀어

올라 신앙과 믿음을 위협하는 작두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바틀비>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withbatle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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