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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책세상 세계문학 1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완균 옮김 / 책세상 / 2024년 11월
평점 :
자기를 향해 나아가려는 하나의 시도
단지 내 안에서 솟아나려던 것,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그것이 왜 그리 힘들었을까?
사람들 저마다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나아가는 하나의
길이고, 하나의 길을 가려는 시도이며, 하나의 오솔길의
암시이다. 일찍이 어떤 인간도 오롯이 자기 자신이었던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마다는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하나의 세계는 아버지의 집이었다. 그러나 그 세계는 심지어
더더욱 협소했으며, 실질적으로는 단지 나의 부모님만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 세계의 대부분은 내가 익히 알고 있던
것이었고, 어머니와 아버지라고 불렀으며, 사랑과 엄격함,
모범과 학교라고 불렀다.
한편, 또 다른 세계 하나는 우리 집 한가운데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 세계는 완전히 달랐다. 냄새가 달랐고, 말하는 게
달랐고, 약속하고 요구하는 게 달랐다. 그 두 번째 세계에는
하녀와 일꾼들, 유령 이야기와 추잡한 소문들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기이한 점은 그 두 세계의 경계가 서로 맞닿아
있었으며, 두 세계가 거의 함께 있다시피 가까웠다는
사실이었다.
맹세코 도둑질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더구나 나는 이미 맹세까지 했었다. 하느님 맙소사!
울컥 눈물이 솟았다. 나는 몸값을 치러 자유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고, 필사적으로 주머니란 주머니를 차례차례 뒤졌다.
나는 이제 나에게 하나의 비밀이 생겼으며, 내가 혼자서
감내해야 할 죄를 짊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마도 지금 나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나는 생전 처음 죽음을 맛보았다. 그리고 그 죽음은 쓴맛이다.
죽음은 탄생이고, 죽음은 끔찍한 혁신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기 때문이다.
그 남자는 힘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 표지를 두려워했어.
그에게는 하나의 '표지'가 있었어. 사람들은 그 표지를 저마다
원하는 대로 설명할 수 있었고. 그리고 '사람들'은 늘 자기한테
편하고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원하지. 그들은 카인의 자손을
두려워했고. 그들에게는 하나의 '표지'가 있었어. 그래서
사람들은 그 표지를 그것의 본래 모습인 무언가 우월한 것에
대한 표창이 아니라, 그 반대로 설명했어. 사람들은 그 표지가
있는 녀석들은 무섭다고 말했어.
돌멩이 하나가 우물 속에 던져졌고, 그 우물은 바로 내 젊은
영혼이었다. 그리고 카인과 실인과 카인의 표지와 관련된
이 문제들은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인식과 의심과 비판에
이르려는 나의 모든 시도가 시작된 지점이었다.
우리는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하지만 누군가가
만일 다른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 누군가에게 자기
자신을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을 내주었기 때문이야.
나의 호기심이 구하던 것, 나의 꿈과 욕망과 두려움이 내게
불러일으켰던 것, 사춘기의 위대한 비밀, 그것들은 내 어린
시절의 평화의 보호를 받던 행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행동했다. 나는 이제 더는
어린아이가 아닌 어린아이의 이중적인 삶을 살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깊디깊은 비밀을 드러내면서, 나는 어렸을
적부터 가지고 있던 '두 개의 세계'에 대한 나의 견해를
동반자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그는 내가 가장 깊은
느낌이 그의 것에 동의하며 그를 옳다고 여긴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렸다.
나는 몸서리치며, 이제 그가 자기 자신 안으로 완전히
침잠해버렸다고 느꼈다. 나는 그토록 고독한 적이 없었다.
나는 그와 무관했고, 나에게 그는 도달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어두운 힘들에게서 빼앗아온 삶의 일부를 밝은 힘들에게
제물로 바쳤다. 나의 목표는 쾌락이 아니라 순수함이었고,
행복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영성이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그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나는 그 구절을 여러 번 되풀이해 읽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데미안이 보내온 대답이었다.
나는 자연이 던지는 하나의 시도였다. 불확실한 것으로 던져진
존재, 어쩌면 새로운 것,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무에게로 던져진
존재였다. 그리고 이러한 던져진 존재가 근원적인 깊은 곳으로부터
완전히 작용하게 하고, 그런 존재의 의미를 내 안에서 느끼고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만이 나의 본분이었다.
오직 그것만이!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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