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삼촌 오스왈드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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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에서 흙가뢰(일종의 초강력 최음제)를 밀수해 프랑스에서 독고다이로 파는 전반부 이야기는 보따리장수 오스왈드의 사업적 수완(잔대가리? 개구라?)을 엿보는 재미에 빠른 전개가 더해지며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냉동 정자 보관법을 개발한 아서 워슬리 교수, 그리고 치명적인 색기(色氣)를 발산하는 야스민이 합세하여 세기의 천재,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정자탈취 작전을 벌이는 후반부는, 비록 판은 커졌지만 농담쌈치기 일변도로 흐르며 이야기에 피로감을 드리운다. 야스민의 꾀임에 넘어가 정자를 털리고 마는 천재, 유명인들(전부 실명으로 등장한다)의 캐릭터가 이채롭기는 하나, 반복된 패턴의 지루함을 만회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프로이트는 졸라 웃겼다. 융도 리스트에 좀 넣어주지. ㅋㅋ)

 

19금 소재에 비해, 본 작의 전신인 걸작 단편 <손님 The Visitor>(단편집 []에 수록)이 안겨 준 유머와 통쾌함에 비해 다소 밋밋하고 무난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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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교실 1 세미콜론 코믹스
우메즈 카즈오 글 그림, 장성주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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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만화라는 매체의 특성인 건지, 아니면 만화든 소설이든 영화든 원래 공포물이란 게 다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난 달 이토 준지의 [공포박물관] 세트(당시 반값 할인 중이었음)를 구입해 읽었을 때도 느꼈던 건데, 이상하게 이런 공포만화는 재독 시 재미가 급감하는 것 같다. 이게 나이듬에 따른 감수성 상실의 결과라면, 본인에게 우메즈 카즈오와 이토 준지는 꼭 한 번 읽어볼 만 하지만 소장할 정도는 아닌작가라는 거겠지

 

[공포박물관]의 경우 구입에서 완독, 재판매까지 딱 나흘이 걸렸다. 이쪽은 장편이라 좀 더 아깝긴 하지만, [표류교실]도 결국엔 알라딘에 중고로 내놓게 될 듯. 역시 이런 공포물로는 [기생수]만한 작품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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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유수 2015-12-12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sean님 안녕하세요~ 블로그글을 읽었는데요 표류교실 책을 중고로 구하고있는 한사람입니다혹시 이책 1권부터3권 세트로 택배비포함해서 2만원에 판매하실생각없으신가요 아니면 거주지역이 가까우시다면 직거래도 가능합니다 생각있으시면 qjqjf10467@naver.com으로 이메일주세요!

2015-12-14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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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원형으로 일컬어지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시리즈 첫 권 [빅 슬립]을 읽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요즘의 범죄 스릴러에 비하면 늘어지는 전개, 건조하고 딱딱한 묘사 등으로 역시 하드보일드는 나랑 안 맞아를 되새기게 한 작품이다. 그래도 끝까지 읽게 만든 원동력의 8할은 시니컬한 유머감각에 나름의 기사도와 철칙을 지닌 터프가이 필립 말로 때문이다.

 

수사관 생활을 하다 말을 안 들어 해고 당했을 정도로 거칠고 제멋대로인 사립탐정 필립 말로는, 겉은 차갑고 냉정한 듯 보이지만, 안은 낭만과 의리를 간직한 사나이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아웃사이더이기에 필연적으로 고독하고 냉소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돈, 여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신념에 따라 의뢰인을 보호하며 사건을 파해쳐 나간다. 권말 해설에서 역자가 표현한 대로 필립 말로는 고독하고 초라한이 시대의 진정한 기사와 같은 캐릭터다. - 183센티의 큰 키에 잘생긴 33살 미혼남이라는 설정은 덤이다.

 

But, 매력적인 필립 말로 캐릭터를 제외하면 작품 전반적으로는 루즈한 느낌이다. 스토리도 딱히 트릭이나 반전이랄 것이 없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하드보일드의 고전답게 생생한 캐릭터와 치밀한 전개로 읽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스토리는 크게 스턴우드 장군이 의뢰한 협박건을 해결하는 전반부와 러스티 리건의 행방을 조사하는 후반부로 나뉘는데, 챈들러 특유의 문체와 느릿한 전개로 전반부는 다소 지루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에 속도가 붙으며 결말이 궁금하게 만든다. 세밀한 묘사와 건조한 문체 역시 처음에는 낯설지만, 중반쯤 지나면 익숙해지면서 나름의 쿨함과 스피디함을 맛 볼 수 있다. 특히 필립 말로의 냉소적인 캐릭터가 드러나는 위트 있는 대사는 전개의 지루함을 보상하고도 남는 재미가 있다.

 

힘겹게 완독한 만큼 씁쓸한 여운도 짙다. 나머지 시리즈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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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김혜정.오공훈 옮김 / 마티(곤조)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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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A. 하인라인 작품들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인 [여름으로 가는 문]을 읽었다. (이하 스포일러 약간’)

 

댄 데이비스는 천재공학자로, 그는 가사도우미 로봇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약혼녀 벨과 동업자 마일즈의 배신으로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고, 강제 냉동수면을 통해 30년 후 미래로 가게 된다. 2000년에 깨어난 댄은 자신이 발명한 가사도우미 로봇이 세상을 바꾸어 놓았고, 자신을 배신한 벨과 마일즈도 추하게 늙었거나 이미 오래 전 죽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개발한 로봇이 대중화되고 새로운 과학기술을 공부할 수 있는 미래사회가 너무나 마음에 드는 댄. 그러나 사랑하는 소녀 리키와 고양이 피트를 만나기 위해 그는 다시 70년대로 돌아갈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70년대에서 2000년대로, 그리고 다시 70년대로 되돌아 갔다가 다시 2000년대로… ‘과거->미래이동은 냉동수면을 통해, ‘미래->과거그냥 시간이동 장치를 써서. 언뜻 복잡한 구성인 것 같지만 스토리의 흡입력이 상당하고, 낙천적인 엔지니어 댄의 시점으로 시종 유쾌하게 전개되어 결말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만드는 작품이다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다른 대표작 [스타십 트루퍼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과 같은 대작에 비하면 무게감은 확실히 떨어진다. 대신 작가의 정치적 사상이나 자의식이 배제되어 있어 이야기와 캐릭터의 매력에 오롯이 빠져들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장점이다. 결론적으로 하인라인의 작품들 중 대놓고 청소년 SF를 표방한 작품들을 제외하면, 하인라인 입문용으로써(그리고 SF 입문용으로도) 가장 적합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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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을 입은 신부 블랙 시리즈 1
코넬 울리치 지음, 홍연미 옮김 / 페이퍼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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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 울리치(필명 윌리엄 아이리시 개인적으로는 필명이 더 멋지다)의 작품은 특유의 분위기가 일단 먹어준다. 어둡고 우울하고 펄프하고 뭐 그런흑백영화로 보는 느와르 같은 분위기랄까…? 

 

행복한 커플 중 한 사람이 죽어 버리고, 남은 사람이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공통된 플롯을 지닌 [상복의 랑데부]와 종종 비교되는데, [검은 옷을 입은 신부]는 초기작이어서 그런지 느와르 분위기도 약하고, 서스펜스도 많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상복의 랑데부]처럼 범인한테 강한 연민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물론 코넬 울리치가 논리적인 치밀함이나 기똥찬 트릭을 쏟아내는 작가는 아니지만, 5개의 단편소설을 적당히 이어 붙인 것 같은 이 헐거운 구성은 또 뭐냐…? 

 

코넬 울리치의 작품들([환상의 여인], [상복의 랑데부], [밤 그리고 두려움], [검은 옷을 입은 신부] – 치한님이 읽은 순) 중 처음으로 실망한 케이스. [검은 옷을 입은 신부]의 단점을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하여 탄생한 작품이 [상복의 랑데부],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본 작보다 훨 나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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