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6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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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 인생의 이야기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에 실린 보석같은 단편들에 비하면 구성은 헐겁고, 서사는 장황하다. 기존 테드 창의 작품들이 뛰어난 아이디어는 물론 깔끔한 구성으로 여운을 남겼던 것에 비해, 본 작은 아이디어 자체도 전작들만큼 빛나지 않을뿐더러, 단편으로 끝날 이야기를 길게 늘린 듯한 애메한 지루함이 곳곳에 배어있다. 아이디어보다 스토리텔링이 강조되다 보니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실린 일련의 작품들보다는 확실히 이해하기 쉽고 대중적이긴 한데, 테드 창의 작품을 말할 때 '쉽고 대중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과연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판단이 애매하다. 

 

소설로써의 완성도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인공지능을 소재로 그 어떤 SF보다 높은 차원에서 사유하는 작품으로, 분량을 조금 줄이고 글의 밀도를 높였다면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단편들 못지않은 멋진 작품이 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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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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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간접 스포일러가 있어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운 소설이다. 결말은 반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충격적인데, 다 읽은 후에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싶어 앞부분을 계속 들척이게 만든다. 의외로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장르문학 팬들도 즐길만한 작품으로,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조화, 또는 그 둘 사이의 묘한 불균질함이 느껴진다. 이러한 특성은 특히 결말에서 두드러지는데, 앞서 충격적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본 작의 결말은 (적어도 장르물에서는) 이제 어느 정도 클레셰에 속하는 수준이다. 영화로 치면 [올드보이 Oldboy], [그을린 사랑 Incendies] 같은 작품들이 떠오르는데, 두 작품 모두 당시에는 놀라울 정도로 대담한 서사와 파격적인 결말로 충격을 줬지만, 유사한 스타일의 영화가 이어지면서 하나의 클리셰가 되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올드보이]보다 [그을린 사랑] 같은 작품이다. [올드보이]가 상업성에 치우친 장르물이었다면, [그을린 사랑]은 보다 문학성이 강조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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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워크 - 원죄의 심장,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범죄 스릴러의 대가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 중 초기 걸작으로 불리는 [블러드 워크]를 읽었다. 작년에 읽은 [시인],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 이어 세 번째로 완독한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이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어요)


전직 FBI 프로파일러 테리 매케일렙은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이상으로 조기은퇴를 하고 심장이식수술을 받게 된다. 성공적인 이식수술 후 보트를 고치며 소일하는 테리에게 동생의 살인사건을 조사해 달라는 한 여인이 나타나고, 그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에게 심장을 기증한 그 여성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평생을 악과 싸워 온 그가 악행의 수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혼란과 죄책감을 느끼며 사건을 조사하던 테리는, 단순한 강도사건으로 보였던 사건이 사실은 연쇄살인 사건임을 직감하고, 사건을 깊이 파해치기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스릴러지만, 무엇보다 테리와 범인의 관계가 흥미롭다. 일반적인 스토커 수준을 넘어선, 어찌보면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와 비슷하기도... ("You complete me!" -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에서 동성애적 뉘앙스를 느낀 게 본인만은 아닐테지...?) 물론 조커만큼의 아나키스트적 카리스마도, 스케일 큰 범죄철학도 갖추지 못한 범인은 독자의 연민을 자아내지도, 범행동기를 설득력있게 전달하지도 못한다. 그렇다보니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종반에 이르면 천재적 범죄자의 매서움보다, 인정받는 FBI 프로파일러를 향한 "동경+열등감+질투"가 믹스된 중2병스러운 찌질함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다. (테리를 살리기 위해 살인까지 한 범인이 인질극이라니, 격이 좀 떨어지지 않나...?)


도서정가제 시행을 목전에 두고 알라딘을 위시한 인터넷 서점에서 마이클 코넬리 거의 전작들을 50% 할인해 판매한 바 있다. 코딱지만한 자취방에 열권을 훌쩍넘는 권수가 부담되어 구입하지는 않았는데, 본 작을 읽고 나니 무리해서라도 그 때 좀 쟁여둘껄 그랬다.


개인적인 마이클 코넬리의 만족도는 [시인]>[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블러드 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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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의 아이들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민 옮김 / 기적의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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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멜라스에서 출간한 [SF 명예의 전당] 3권에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유니버스 Universe>라는 중편이 실려있다. 작은 도시 규모의 우주선을 타고 여러 세대에 걸쳐 지구에서 다른 행성으로 여행하는 승무원들의 이야기로, 우여곡절 끝에 세상(우주선)의 진실을 깨달은 주인공 일행이 다른 승무원들을 계몽시키며 혁명을 꾀한다는 내용이다. 짧지만 매력적인,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완결된 이야기라고 생각했기에, 권말 해설을 읽지 않았다면 <유니버스> <상식 Common Sense>이라는 후속편이 존재한다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쳤을 게 분명하다

 

<상식>에서는 다른 행성으로의 탐험을 위한 준비가 본격적으로 그려지고, ‘승무원 vs. 뮤티계층 간의 반목, ‘종교적 신념’ vs. ‘과학적 사실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충돌 등이 보다 심도 있게 다뤄진다. 제법 묵직한 주제를 건드리지만, 전편 <유니버스>에서도 문명의 퇴행, 극단적인 계층 분화 등의 주제를 신나는 우주활극으로 풀어냈듯, 골치 아픈 논쟁보다는 명쾌하고 선악이 분명한 전개로 막힘 없이 읽어 내릴 수 있다. 오히려 뮤티 사회에 대한 고찰이나 승무원 계급간의 갈등을 부각해 더욱 심오한 주제와 재미를 담을 수 있었음에도, 독자 타겟을 감안해 타협한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있다. 또한 켄타우루스로의 도주와 정착, 그 와중에 거의 짐짝 취급되는 여성에 대한 묘사 등이 지나치게 단순, 허술, 극단적이어서 결말부가 엉성하고 허무하게 느껴진다는 건 SF로써는 꽤 치명적인 단점이다.

 

인류가 새로운 별을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는 본 작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종종 있어왔기에 소재가 참신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70년도 전에 발표된 구닥다리임에도, 그리고 청소년 SF가 가지는 명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세대우주선을 소재로 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보다 훨씬 재미나게 읽었다는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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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의 보물 - Fantastic Adventure 2
H.라이더 해거드 지음, 최홍 옮김 / 영언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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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 류 모험소설의 원조로 불리는 H. R. 해거드의 [솔로몬 왕의 보물]을 완역본으로 읽었다

 

국내에서는 아동용 명작소설로 알려지며, 솔로몬 왕의 동굴’, ‘금광’, ‘광산등 다양한 제목으로 번역됐다. 원제에 가장 가까운 제목은 솔로몬 왕의 광산정도겠지만, 전체적인 내용과 본 작이 모험소설인 것을 고려하면 역시 솔로몬 왕의 보물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후대의 작가들이 골백번 우려먹은 사골 클리셰들로 가득한 본 작의 스토리는 전형적이다 못해 진부할 정도다. 하지만 모험소설의 고전답게 시종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있는 전개로 전혀 지루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다. 게다가 아프리카의 신비로운 자연과 독특한 문화, 줄루족에 대한 자세한 묘사 등 작가의 경험에 기반한 충실한 배경 설명 (그 외 다소 잔인한 전쟁장면과 처형식의 세세한 묘사) 등은 본 작이 아동용으로만 폄하되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며, 어릴 적 축약본으로 읽었던 독자라도 완역본으로 재감상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참고로, 영화 [젠틀맨리그 The League Of Extraordinary Gentlemen]에서 숀 코너리가 맡은 역이 바로 본 작의 주인공 앨런 쿼터메인이었다. 당시에는 다른 유명 소설의 캐릭터들(뱀파이어, 투명인간, 네모선장, 지킬 & 하이드 등이 등장했었지, 아마…?)에 비해 너무 듣보라고 생각했는데, 본 작의 유명세와 이후 앨런 쿼터메인을 주인공으로 몇 작품이 더 쓰여진 걸 보면 생각보다 인기 있는 캐릭터인지도 모르겠다. 후기작에서는 해거드가 창조한 또 다른 유명 캐릭터 아샤(Ayesha)’와 엮이기도 하는 듯… - 1921년 작 [She And Al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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