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의 아이들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민 옮김 / 기적의책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오멜라스에서 출간한 [SF 명예의 전당] 3권에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유니버스 Universe>라는 중편이 실려있다. 작은 도시 규모의 우주선을 타고 여러 세대에 걸쳐 지구에서 다른 행성으로 여행하는 승무원들의 이야기로, 우여곡절 끝에 세상(우주선)의 진실을 깨달은 주인공 일행이 다른 승무원들을 계몽시키며 혁명을 꾀한다는 내용이다. 짧지만 매력적인,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완결된 이야기라고 생각했기에, 권말 해설을 읽지 않았다면 <유니버스> <상식 Common Sense>이라는 후속편이 존재한다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쳤을 게 분명하다

 

<상식>에서는 다른 행성으로의 탐험을 위한 준비가 본격적으로 그려지고, ‘승무원 vs. 뮤티계층 간의 반목, ‘종교적 신념’ vs. ‘과학적 사실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충돌 등이 보다 심도 있게 다뤄진다. 제법 묵직한 주제를 건드리지만, 전편 <유니버스>에서도 문명의 퇴행, 극단적인 계층 분화 등의 주제를 신나는 우주활극으로 풀어냈듯, 골치 아픈 논쟁보다는 명쾌하고 선악이 분명한 전개로 막힘 없이 읽어 내릴 수 있다. 오히려 뮤티 사회에 대한 고찰이나 승무원 계급간의 갈등을 부각해 더욱 심오한 주제와 재미를 담을 수 있었음에도, 독자 타겟을 감안해 타협한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있다. 또한 켄타우루스로의 도주와 정착, 그 와중에 거의 짐짝 취급되는 여성에 대한 묘사 등이 지나치게 단순, 허술, 극단적이어서 결말부가 엉성하고 허무하게 느껴진다는 건 SF로써는 꽤 치명적인 단점이다.

 

인류가 새로운 별을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는 본 작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종종 있어왔기에 소재가 참신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70년도 전에 발표된 구닥다리임에도, 그리고 청소년 SF가 가지는 명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세대우주선을 소재로 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보다 훨씬 재미나게 읽었다는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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