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인지, 본인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현악기, 그 중에서도 바이올린을 사용하는 곡들에 곧잘 감동을 받고는

한다. 음이 끊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주가 가능하기에, 이런 현악기로만 연주했을 때 곡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곡들이

있다. 아무리 피아노나 기타 등으로 멋들어지게 연주해도 별로일 것 같은 곡들.

 물론 작곡가가 악기를 상정하고 작곡을 하는 것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독주보다는 협주양식을, 또한 협주곡들을 좋아하다보니 바이올린 협주곡 분야에도 관심이 있는 편이다.

 이것저것 들어보게 되다보면 자신만의 좋아하는 순위가 생기게 마련인데, 나도 마찬가지로 나만의 순위가 있다..^^

 

 

 1. F. 멘델스존 (Felix Mendelssohn, 1809~1847) -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 64

 2. 비오티 (Giovanni Battista Viotti, 1755~1824) - Violin Concerto No. 22 in A minor, G. 97

 3. 엘가 (Sir Edward Elgar, 1857~1934) - Violin Concerto in B minor, Op. 61

 

 

 바이올린 협주곡하면 누구의 것이 유명할까?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파가니니,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시벨리우스,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등의 곡들이

순위에 올라올 것이다(비발디의 곡들은 유명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순위 안에 포함시키는 사람들은 적다).

 모두 아름다운 곡들이지만 역시나 개인취향이 반영될 수 밖에 없는 듯 싶다.

 

 이 곡들은 내게 그야말로 보물과도 같은 존재이며, 앞으로도 살면서 평생을 듣고 싶은 싶은 마음이다. 글쎄, 아직 많은

레퍼토리를 접해보지 못 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이보다 더 내게 잘 맞는 곡들을 찾기는 힘들 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누가 연주했느냐도 역시나 크게 선택의 기준이 되는 문제이다. 난 연주자는 '잘못된 연주(틀린 연주가 아니다)'만

아니면 별로 가리지 않는 편이라 이것저것 듣지만, 무의식 중에 '나만의 결정반'으로 정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그러면 그다지 대단하지도 않은 나만의 음반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Mendelssohn -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 64

Violin : Vadim Storozhuk / Conductor : Igor Ivanenko / Philharmonica Symphony Orchestra

 

 멘델스존이 작곡에 5년이나 쏟아부었다는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나만의 결정반'이라해서 뭔가 대단한 게 튀어나올

줄 알았다면 김이 팍 새버릴지도 모르겠다. 'Forever Classics'란 앨범으로 작곡가별 16CD에 담긴 일종의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예전에 지인에게 선물받은 것인데, 연주들은 다들 괜찮은 편이다.

 그 중에 포함되어 있는 멘델스존 음반..! 핑갈의 동굴 서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4번 '이탈리아'가 수록되어 있다.

 바딤 스토로즈후크는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거의 정보가 나오지 않는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이 음반에 참여했다는 것

외에는 정보도 없다. 그야말로 무명수준의 연주자인 셈.

 나는 멘델스존 E단조에서 하이페츠같은 속주나 혹은 지나치게 늘어지는 듯한 연주도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스토로즈후

크는 적정길이의 연주시간 내에서 나긋나긋한 표정으로 곡의 매력을 여실히 포착하고 있다.

 세부가 빛을 발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으며, 무시무시한 집중력으로 한 번 들으면 꼭 끝까지 듣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지금도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 듣고 싶을 땐 항상 이 음반에 손이 먼저 가게 된다.

 컴필레이션이라해서 평가절하되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연주다!

 

 

 

 

 

 

 

 

 

 

 

Viotti - Violin Concerto No. 22 in A minor, G. 97

Violin : Rainer Kussmaul / Conductor : Johannes Goritzki / Deutsche Kammerakademie Neuss

 

 비오티의 이 음반은 이전 페이퍼에서 여러번 언급했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피하겠지만.. 한마디로 '비오티가 원하는 걸

그대로 재현한 해석'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고전적이면서도 낭만의 향취가 풍기는 곡이지만 쿠스마울은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연주하지도, 감정에 휩쓸리지도 않는 중용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눈물을 머금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연주

이며, 고리츠키와 DKN의 반주 또한 단호하고 열정에 찬 모습이다. 

 

 

 

 

 

 

 

 

 

 

 

Elgar - Violin Concerto in B minor, Op. 61

Violin : Hilary Hahn / Conductor : Sir Colin Davis / London Symphony Orchestra

 

 엘가는 한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남기고 있는데, 모든 바이올린 협주곡을 통틀어도 이렇게 자전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작곡가 스스로도 교향곡 2번, 뮤직 메이커스, 바이올린 협주곡 이 3작품 속에서는 자기 자신을

보여주었다고 하기도 했다. 크라이슬러의 위촉으로 작곡, 초연되었으며 후에도 예후디 메뉴인이나 알버트 새몬스 등

전설적인 연주자들이 숱한 명반들을 남겼다. 자주 연주되는 레퍼토리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나름의 인지도가 있는 곡이며,

상당히 길고 난해한 곡이기도 하다.

 연주자들마다 연주시간이 좀 차이나긴 하지만 대략의 시간은 45~50분 정도이다. 첫 악장의 서주부는 언제들어도

나를 설레게하며, 곱씹을수록 새로운 것이 느껴지는 협주곡이라고나 할까.

 장황하면서도 약간 정돈되지 못한 느낌일 수도 있지만, 외려 그러한 점 때문에 다시 듣게 될 때마다 매력이 가득하다.

 

 힐러리 한의 연주는 그야말로 '깔끔'하다. 얼음공주란 별명과 연주 스타일이 엘가의 곡과 너무나 호흡이 잘 맞는다.

 복잡하고 난해한 이 곡을 명징하게 풀어냈으며 콜린 데이비스 경과 LSO와의 호흡도 척척이다.

 앞으로도 엘가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들을 더 구매 할 순 있겠지만, 힐러리 한의 연주는 언제나 선두에 서게 될 것 같다.

 

 

 

 어느 장르나 그렇듯 바이올린 협주곡 분야도 망망대해다. 잘 알려진 것들부터 그렇지 않은 것들까지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내가 좋아하는 3곡이라고 했지만 일부만을 들어본 채 한정된 범위 내에서 추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음반들도 지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이라 다른 이의 취향에 맞을지 어떨지도 장담할 수 없다.

 허나 자신만의 좋아하는 순위를 정해보는 것도 나름 신선한 경험이다.

 나도 몇 년전까지 그냥 다 좋아라하고만 있었지 내 자신만의 애착을 가지는 것들을 구별해놓지는 않았었는데, 이렇게 순위

를 정해보니 음악에 대한 새로운 희열이 생긴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오히려 새로운 음악들을 접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여러가지 장르에서 시도를 해 볼까 한다..^^

 

 

 끝으로 내 TOP3 안에는 못 들었지만 우수하며 좋아하는 곡들을 몇 개 나열해 본다. 더 많은 곡들을 발견하길 바라며..!

 

 Pierre Rode (1774~1830) - Violin Concerto No. 6 in B flat major, Op. 8

 Antonio Vivaldi (1678~1741) - Violin Concerto in B minor, Op. 9, No. 12 (RV 391)

 Rodolphe Kreutzer (1766~1831) - Violin Concerto No. 19 in D minor

 Philip Glass (b. 1937) - Violin Concerto

 Johann Nepomuk Hummel (1778~1837) - Violin Concerto

 Giuseppe Tartini (1692~1770) - Violin Concerto in E major, D. 50

 Joseph Martin Kraus (1756~1792) - Violin Concerto in C major, VB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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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2-05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저도 정말 좋아하는 곡인데, 작곡가가 이 곡을 만드는 데 5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저는 조금 아까도 1FM을 통해 이 곡을 들었는데 여전히 모든 일을 '멈추게' 하네요.
(11. Mendelssohn *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 중 1. Allegro molto appassionato * Henryk Szeryng/바이올린, Bernard Haitink/지휘 암스테르담 로얄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 [13:27])

그런데 오늘 라디오로 들은 RCO의 연주는 가끔씩 바이올린 연주를 너무나 아름답게 받쳐주는 느낌이 들어 새삼 놀랐어요.

저는 작년에 RCO 내한공연 때 재닌 얀센의 연주로,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내한공연때 힐러리 한의 연주로 두 번씩이나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를 들었는데, 실황공연이 음반을 들을 때만큼 놀라운 감동을 안겨주지는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은 실망한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이 곡은 라디오로 들을 때마다 '모든 게 멈추는 듯한' 강렬한 느낌을 언제나 받곤 해요.
(http://blog.aladin.co.kr/oren/565128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미리내 2013-12-05 21:11   좋아요 0 | URL
멘델스존이 작곡을 하고서도 스스로의 완벽한 성격 때문인지 지속적으로 수정을 했다고 합니다.
아마 이전의 베토벤같은 작곡가들이 이룩해 놓은 업적에 필적 혹은 뛰어넘기 위한 압박감이 모든 작곡가들에게
작용했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이야 불멸의 걸작이 되었으니 보상을 받은 느낌이지만요.

헨리크 셰링의 멘델스존 또한 명연이지요..^^
그래도 실황으로 여러번 들으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 저는 신아라 씨의 연주로만 멘델스존 E단조를 실황으로
접해보았어요. 괜찮았던 연주로 기억합니다. 자신이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그에 못 미치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실황 연주만의 매력도 있는 것 같아요. 여러번을 감상 못 한다는 것은 아쉽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