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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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라 하면 늘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름, 엉뚱한 의사 이라부만 생각이 나서 웃긴 작품을 주로 쓰는 작가려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네. 안그래도 작품 설명에 보니 원래 웃긴 글만 쓰던 작가는 아니었다고 한다.
과격파 운동권 출신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팬인 엄마. 그리고 아버지가 다른 딸 요코, 초등학생 귀여운 남매인 지로와 모모코.
투닥투닥하면서도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다섯 가족의 이야기이다.
1권은 도교에서의 삶, 2권에서는 오키나와에 있는 작은 섬에서의 이야기들.
남들과 다른 가치관을 가졌지만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하지만 자식에게는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멋있고 감동적이었다.

"지로,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거져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버지는 그 중 한 사람이다."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문득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 가사가 생각난다. 어지러운 요즘 시대에 우리들에게도 필요한 정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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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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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경쾌하고 위트있던 내용이 어렴풋이 떠올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거라 기대하며 읽었는데 역시나 유쾌한 내용의 소설이었다.
주인공의 이름은 폴 페레뮐터, 직업은 소설가이다.
마흔여덟살이고 부인에게 이혼을 당했으며 고작 써놓은 책은 길이 24센티 무게 4킬로 정도의 열세권이 전부. 생식능력이 약해 아기를 만들수도 없고 오랫동안 키우던 개마저 죽어버린다.

하지만 늘 우유부단하기 짝이 없는 나로선 두 갈래 길 사이에서 어정댈 수밖에 없었다.
한쪽 날개가 다른 쪽 날개보다 짧아서 비스듬히 나는 비행기처럼. (18p.)

되는대로 살던 인생을 뒤로 하고 여행을 떠나지만 결국 그 여행은 낚시를 사랑했던 아버지를 둘러싼 비밀을 밝히는 여행이 되고 만다.
더러운 숲에서의 고된 시간들을 극복해내며 결국 그는 밤마다 이를 갈아대며 스스로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던 자기 자신과도 화해를 하게 된다.

아, 이 책을 생각하면 조금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있다. 예전에 사놓은지 모르고 또 주문을 하고 만 것이다.
다행히 배송전에 취소를 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책목록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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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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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게 봤던 영화인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의 저자가 쓴 책이라하여 오! 하며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영화만 봤을 뿐 난 책은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상태인데 친구가 읽어보고 너무 괜찮다며 내게 추천해 주었다.
독일이나 프랑스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별로 없었던지라 이 책이 재미있을 것이란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고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이라 하여 기대감은 더욱 낮아졌다. 나는 단편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편견이고 기우에 불과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하나 하나의 내용들이 너무 신선하게 다가와 다시금 내용들을 되새겨보게 되었으니까.

6개의 소설들 중 유독 내 마음을 끌었던 것은 첫번째 소설이었던 <소녀와 도마뱀>과 책의 제목인 <다른 남자>였다.
어린시절부터 유독 소년의 마음을 끌었고 아버지가 유독 아끼던,  바위위에 소녀와 도마뱀이 그려진 그림 한점.
소년은 아버지가 죽은 후 남겨진 그림을 자신의 집에 가져오게 되고 우연히 그 그림과 비슷한 그림을 그린 작가에 대해 알게 된다.
그 작가를 추적하던 중 전쟁당시 그의 아버지가 유대인들에게 저지른 죄에 대해 알게 됨으로서 아직까지 잔재가 남아있는 전쟁세대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낸 <소녀와 도마뱀>은 참 인상적이었다.

아내가 죽고 나서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이 알던 아내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의 아내의 모습을 알고 있던 그 다른 남자에게 질투를 느끼며 그 남자를 찾아나서는 남편. 아내의 옛 애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자신의 과거를 깨달아가는 남자를 통해 일상적인 삶이 완벽히 진실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었던 <다른 남자>도 기억에 남는다.

그밖에 작품인 <외도>, <청완두>, <아들>,<주유소의 여인>까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독일이란 나라에 대해 자세하게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유대인과 독일인의 문제, 자기실현의 문제, 나치 시절 집단적 침묵에 따른 정신적 문제 등 독일의 역사를 때론 냉정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때론 개개인의 감정의 묘사를 섬세하고 표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생에 대한 결정을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나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어린아이들 역시 자신들의 행동과 생활방식을 어른들과 똑같은 결단력으로 결정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끝까지 지키지 않는다. 하지만 어른들 역시 자신들이 내린 인생의 결정을 헌신짝처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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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이세벽 지음 / 굿북(GoodBook)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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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히 배합한 동화같은 소설!

철수는 엄마를 잃어버리고 7년간 동대문운동장역에서 노숙자로 살고 있다.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황금쥐를 닮았다고 사람들은 얘기했지만 철수는 그닥 달가워하지 않는다. 철수에게 엄마는 희망이다. 7년을 기다렸지만 언젠가는 꼭 나타나리라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희망이다. 권력을 쥐었지만 나이가 들어 혀짧은 소리를 하는 황금쥐는 멍하니 있다가 느닷없이 지하철의 이정표들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침을 질질 흘린다. 그리곤 은색쥐에서 이정표들을 먼지하나 날리지 말고 가져오라고 명령한다. 권력에 아부하는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은색쥐는 고양이파를 시켜 모든 지하철의 이정표를 수거해올 것에 대해 요구하고 철수는 우연히 목격자가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한편 가난하게 자랐지만 자수성가한 현직 부장판사는 황금쥐에게 스카웃 제의를 받고 고민하다가 결국 거절하고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던 중 모든 역의 이정표가 사라진 것을 알고 갈팡질팡 헤매게 된다. 그 와중에 철수를 만나 둘은 달의 문을 통해 낯선 곳에 떨어지고 그곳에선 아무도 그들을 볼수도 만질수도 없다. 자신이 실종되어 망연자실한 가족들을 본 부장판사는 어떻게든 현실로 돌아오려 노력하고 우연히 만난 우체통은 자신을 희생해 비밀을 철수에게 말해준다. 둘이 함께해야만 절망의 골짜기를 다시 꿈과 희망의 발전소로 만들수 있다고 했지만 철수가 황금쥐의 손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장판사는 부정부패에 물든 사람으로 변해간다. 둘의 의견이 맞지 않아 싸우던 중 고양이들에게 붙잡혀 결국 황금쥐에게 끌려오고 황금쥐는 그들을 다시 되돌려보낸다. 결국 철수와 부장판사는 또다시 경계를 뛰어넘어 꿈과 희망 발전소로 돌아가 사람들이 다시금 꿈과 희망을 갖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한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물고 전개되는 이 소설은 판타지를 이용해 권력에 아부하고 돈만 좇는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깊이 있는 소설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동화책을 본 느낌이다. 책 표지에 그려져있는 철수와 부장판사가 하늘로 날아가는 그림을 책을 읽고 난 후에야 그들이 다시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할머니쥐가 어린 고양이들을 예뻐하며 기르다가 그 수가 증가하면 쥐약을 먹여 모두 죽여버리고 어린 고양이만 남겨두는 모습은 왠지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꿈과 정의등의 정신적인 것보다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우리네 모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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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의 개 - 삶과 죽음의 뫼비우스의 띠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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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서부터 음산함이 느껴진다. 후지와라 신야의 작품이란 것을 알았을 때 제목만 알고 있던 동양기행이 떠올랐고 사진과 글이 함께 담긴 여행기쯤으로 생각했었는데 내 예상은 보란듯이 빗나갔다. 1995년 일본에서 일어났던 '옴진리교' 사건과 관련된 내용들과 인도에서 겪었던 낯설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이 책은 1995년 7월부터 1996년 5월까지 <주간 플레이보이>에 '세기말 항해록'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글들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처음 후지와라 신야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여행이 점점 나약해지고, 쉽게 신앙에 빠지는 위험성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과거 여행을 통해 그 시절 청년들이 인도에서 어떤 삶을 보냈는지 확인시켜줌으로서 신앙에 깊이 심취하다보면 자기 상실의 위험성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도여행을 연재하게 된 계기가 옴진리교 사건에 있음을 밝히기 위해 우선 교주였던 아사하라 쇼코를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1995년 3월 20일 오전 8시, 일본 열도를 경악케한 사건이 벌어졌다. 인도의 힌두교에서 파생되었다고 주장하는 사이비 종교 단체의 신도들이 도쿄 시내의 전동차 다섯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린 가스 테러를 감행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약 5,000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병원에 실려 갔고, 열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 역사상 희대의 테러 사건으로 불리는 '옴진리교 사건'이다. 

저자와 옴진리교 교주였던 아사하라 쇼코 모두 인도를 여행했지만 그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인도라는 땅은 정치 이상으로 종교가 인간 생활의 규범으로 대접받고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저자는 종교와는 거리를 둔 여행을 했지만 옴진리교 청년들은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집단 명상에 빠졌고 일본에 대해서는 세상의 모든 현상과 체제를 믿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면서 종교에 귀의해버렸다. 그러면서 신앙보다는 과대망상에 가까운 정신행동을 보이는 이들이 나타났고 이는 인도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해 망상속으로 도피함으로서 자신을 보존하는 일종의 현실도피라고 여겨진다.

길 위에서 쉽게 삶과 죽음을 접할 수 있는 곳, 인도는 모든 여행자들이 한번쯤 가보길 원하는 이상향 같은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갠지스강 근처에 가면 시체 태우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저자는 모래섬으로 배를 저어 간 후 그곳에서 사람의 시체를 먹는 '황천의 개'를 만나게 된다. 그 순간은 나의 손에도 땀이 날만큼 급박하게 느껴졌다. 무섭기도 했지만 무언가 인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비로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고 할까. 책을 읽는 동안 꿈꿔왔던 인도를 여행한 느낌이었고 알지 못했던 옴진리교 사건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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