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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때문인지 난 당연히 외국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받았을때는 두께에 놀라서 이 책을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무려 62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이다. 저자는 분명 한국인인데 소개가 나와있지 않아 찾아봤더니 이름조차 가명이라고 한다. 소설이긴 하지만 왠지 자전적인 내용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번도 가본적 없고 춥다고만 들었던 캐나다를 배경으로 주인공 조지가 만났던 사람들과 그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나스타샤, 낚시에 대한 내용들이 한편의 영화를 본 것처럼 내 눈앞에 펼쳐졌다.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주인공은 토론토 대학에 재직중인 미술사 교수이다. 내용으로 추측해보면 나이는 30대 중반이고 낚시를 몹시도 좋아하며 주변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서글한 인상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에게는 절친한 친구인 그렉과 그의 아내 베시가 있는데 이들 셋은 베시가 아이를 갖기전까지 함께 여러 호수를 다니며 낚시를 즐긴다. 낚시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나는 낚시에 매료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주인공인 조지와 그렉은 열렬한 낚시 애호가인데 그들의 낚시에 대한 애정은 낚시에 관심없던 나조차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그리고 낚시의 종류와 기술, 처음 들어보는 물고기의 이름들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좋았다. 조지는 혼자 낚시를 하러 가는 길에 들렀던 커피숍에서 영어도 못하는 우크라이나인 나스타샤를 만나 지독한 사랑에 빠진다. 그는 조국에서 커다란 아픔을 갖고 캐나다에 온 나스타샤를 보듬어 그녀에게 영어를 배우게 하고 일자리를 마련해주며 오직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쳐 그녀의 남편과 아들의 탈출을 돕는다. 결국 나스타샤는 그녀의 가족을 다시 찾게 되었고 그건 곧 조지와 나스타샤의 행복의 끝을 의미했다. 그녀를 보내고 알코올 중독에 빠져 지내던 조지는 건강을 회복한 나스타샤의 남편인 보리스를 보고 자신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죽는건 쉽다고, 고통속에서 사는게 더욱 힘든 거라며 당신과 헤어지면 당신이 그리워서 나는 죽을거라고 말하던 나스타샤의 모습에서 그녀는 진정으로 조지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유를 찾아 떠난 그녀의 영혼으로 인해 그녀의 사랑은 더욱 완전해 보였다. 눈감을 먼 훗날 그때는 그들의 사랑이 하나가 되기를.
한편의 스케일 큰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다. 나스타샤와의 사랑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 인간의 삶에 더욱 초점을 맞춘 책이라고 생각한다. 춥다고해서 캐나다에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주인공이 살았던 곳에도 가보고 싶고 그와 그렉이 만들었을 수력발전소와 개방된 화장실이 있는 호수도 가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