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칭 더 보이드
조 심슨 지음, 김동수 옮김 / 리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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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생존영화나 에세이를 좋아해서 그동안 책으로는 < 인듀어런스 > < 표류 > 등으로, 영화로는 < 얼라이브 > < K2 > < 127시간 > 등 수많은 작품을 만나봤었는데,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잠재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라는 생각을 매번 하게 된다.

 

저자인 조 심슨과 친구 사이먼은 페루 안데스의 눈덮인 빙산 등반에 성공한 뒤 하산하는 도중 조가 추락하는 사고로 인해 한쪽 다리가 부러지게 된다. 이렇게 철저하게 고립되고 위험한 등반에서 특히 다리 부상은 곧 죽음을 의미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지만, 사이먼은 하나의 로프에 친구 조를 묶고 아래로 내리면서 하산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조는 부러진 다리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사이먼은 가뜩이나 동상으로 얼어버린 손으로 로프에 의지해 친구를 조금씩 내려주는 과정에서 동상은 점점 더 심해진다.

 

그리고...급기야는 조가 절벽으로 추락하게 되고 조의 무게로 인해 하나의 로프에 묶여있던 사이먼도 점점 더 끌려가게 되면서, 사이먼은 결국 최후의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친구를 도와줄 경우 자신마저 죽게 될 상황에서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어느 누구라도 사이먼의 입장에 놓였다면 사이먼처럼 로프의 끈을 잘랐을꺼라 생각한다. 그 후 베이스 캠프로 돌아와 남은 친구에게 조의 최후를 고백할 때 비록 조는 죽었기 때문에(죽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 상황은 영원히 비밀로 묻힐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이먼은 결코 거짓말로 자신이 한 행동을 숨기지 않는다.

 

조 심슨 !! 그렇게 잘린 로프와 함께 크레바스 속으로 추락한 후 끈질긴 생명력으로 큰 부상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고, 결국에는 기고 또 기어서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사이먼과 재회하게 된다. 여기서 만약에 사이먼이 하루 일찍 베이스캠프를 떠났다면 조는 결국 그 베이스 캠프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 끔찍한 생사의 갈림길에서 조가 겪었을 심리적, 육체적 고통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다.

더 대단하고 이해하기 힘든 건, 그 사고로 2년동안 6번의 대수술 후 재활에 성공한 후 다시 히말라야 등반에 도전하고 다시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극한에 도전하는 탐험가들한테는 트라우마 같은 건 존재하지 않나보다. 아니 오히려 더 큰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게 되는걸까 !!

 

예전에 <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 > 를 너무 재밌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리얼한 상황들이 구체적으로 궁금해서 < 인듀어런스 > 라는 책 속 사진들을 보고 비로소 그 상황들이 온전히 이해가 됐었는데, 이번에도 내용이 너무 재밌는데 등반 용어가 아는 게 많이 없어 그 숨막히는 상황들이 머리 속에 그려지질 않아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찾아보니 2020년에 개봉한 영화가 있어 예고편을 보고 나서야 시각적으로 확 다가온다. 영화를 꼭 찾아보고 싶어졌다.

실화 생존을 소재로 한,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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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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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야 & 다도코로 형사 시리즈 2편. 책소개에서 처음엔 이 시리즈명이 눈에 안 들어오고, < 독서미터 > 읽고 싶은 문고 1위라는 문구만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읽다보니 내용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극과 극의 성격을 지닌 이 두 형사가 너무 좋다. 조금은 무뚝뚝한 듯, 진짜 괴짜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미쓰야 형사와 한 팀인 자신에게 항상 뭔가를 숨기는 듯하고 혼자 분해서 씩씩대면서도 미쓰야 형사 앞에만 가면 항상 작아지는 다도코로 형사. 이 둘의 대화는 소설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웃음을 선사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길에서 죽은 채 발견된 중년 노숙자 여인, 그리고 작년 집 근처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 중년 남자. 그 사건은 아직도 미해결상태이다. 전혀 연관성이 없었던 이 두 명의 죽음은, 숨진 노숙자 여인의 지문이 작년에 죽은 남자의 살해현장에서 채취한 지문 가운데 하나로 밝혀지면서 이 둘의 연관성이 과연 무엇인지 파헤쳐 나가게 된다.

 

처음엔 무척이나 단순해보이는 듯한 사건의 전말이 뒤로 갈수록 한 명 두 명 연관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가뜩이나 인물관계도나 이름에 약한 내 머리는 쥐나기 일보직전 !!! 그래도 범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범행동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에 앞장을 뒤적이며 이름을 다시 확인하고 머리속에서 관계를 정리해가면서 열심히 읽어내려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참 마음이 아프다. 피해자의 죽음이 너무 허무하고 안스럽기만 하다. 누구는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 SNS를 통해 거짓행복을 선보이고, 누구는 소박하게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꾸리며 살아가고, 누구는 질투에 눈이 멀고 자신의 처지와 타인의 행복을 비교하기에 급급하고, 누구는 홀로 외롭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이 소설에서는 SNS에서 자신이 행복한 여자라고 보여지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위선적인 행동을 하는지 아주 리얼하게 보여지는데, 흥미로운 것은 또 이렇게 업뎃된 SNS 사진 덕분에 괴짜 미쓰야 형사의 예리한 레이더망에 걸리게 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소설은 < 그 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 의 속편이라고 하는데, 전편에서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이 형사 콤비는 또 어떤 즐거움을 선사해주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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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건넨 말들 - 영광과 몰락이 교차하는 유럽 도시 산책
권용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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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 ' 독자에게 건네는 글 ' 에서부터 많은 공감이 느껴지는 책이다. 저자는 '아는 만큼 보인다' 에서 더 발전해 '보아야 알게 된다.' 라고 말하며 특히 유럽에서는 많이 공부할수록 즐거워지고, 많이 볼수록 더 공부하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책 속의, 저자가 직접 찎은 여행사진에 대해 저자 자신은 풍광은 아름답지만 많이 어설프다고 하는데, 왠걸 나는 책 속 내용도 좋았지만 특히 딱 보고 이해하기 쉽게 찍은 사진들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보기에도 편한 큼지막한 사이즈가 한층 더 맘에 든다. 그렇지 !! 여행과 관련해서는 역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베를린 홈볼트 대학교 교환학생의 막바지 3주 동안 여행하며 남긴 기록이라고 해서 사실 내용면에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각 여행장소에 대한 역사와 인문, 그리고 관광지 설명까지 내용이 전문가 못지 않게 깊이가 있어 깜짝 놀랐다. 가보지 못한 독자들이 그 장소들을 충분히 느끼고 공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쟁의 상흔과 험난했던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어서인지,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의 도시산책은 서유럽 여행책을 읽을 때와는 다르게, 왠지 묵직하고 숙연한 마음이 든다. 잘 몰랐던 동유럽 국가들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짧게나마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영화 < 쉰들러 리스트 > 의 실제 배경이자 촬영지였던 체코의 크라쿠프를 보면서는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맘도 생기고, 프라하의 성 비투스 대성당은 공사에 시민들을 강제 동원하지 않고 돈을 주고 고용했다는 사실에 성당이 한층 더 성스럽게 다가온다.

히틀러, 스탈린의 이야기와 함께 소개하는 영화 < 다운폴 > < 스탈린이 죽었다 > 도 궁금해지고, 베를린의 '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의 소개에서는 ' 홀로코스트 '가 유대인 학살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집시,슬라브족,동성애자, 장애인 ,전쟁포로 등 그 희생자들의 범위가 훨씬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물가도 아직은 싸고 분위기 좋다는 이유만으로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 동유럽 도시들을 여행하고픈 마음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단순한 외관상의 아름다움에 더해 동유럽의 아픈 역사를 알게 되면서,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보고픈 마음이 더해지면서 더더욱 방문하고픈 도시들이 되었다.

< 유럽이 건넨 말들 >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인문여행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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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날개
아사히나 아스카 지음, 최윤영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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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에서 출간된 < 날개의 날개 > 라는 책을 하루종일 집에 콕 박혀서 읽어내려갔다. 장르소설도 아닌데 한번 읽기 시작하니까 소설 속 마도카가 한번 시작한 아들의 입시교육을 멈출 수 없었던 것처럼, 나 또한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흡입력도 좋고 일본 입시제도의 현실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내용이라 결코 소설로만 여겨지지 않아 무척 맘에 와 닿았다.

 

일본의 명문 중학교 입시를 위한 치열한 입시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오랜전부터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한가보다. 하긴 우리나라를 봐도 교육제도가 바뀌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일본도 마찬가지인듯 !!

그런데 어쩌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심한 것 같기도 하다. 일명 '에스컬레이터식 입시제도'라 해서,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통과하면 무시험으로 같은 재단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제도라던지, 사립중학교로의 열망으로 인해 초등학교때부터 시작되는 입시교육의 과열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책은 바로 그에 대한 이야기이다. 초등학생 2학년인 아들 츠바사가 우연히 치렀던 전국연합경시대회에서 예상 외의 성적을 거둔 이후 조금씩 그동안 전혀 몰랐던 입시교육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되고, 점차 그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엄마 마도카와 주변 엄마들, 아들 츠바사를 통해 일본의 입시제도의 현주소를 아주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8살, 10살, 12살 이렇게 3개의 챕터를 통해 이 지옥과도 같은 입시교육을 통해 변해가는 어린 츠바사를 보면서 읽는 내내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소설의 화자인 엄마 마도카의 심리 - 점수 1점으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점점 아이의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서 완벽하게 관리하면서도 아들을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변명하는 모습, 점점 추가되는 이런저런 학원 수업 비용을 위해 알바까지 뛰어야 하는 상황, 주변 엄마들에게 하나라도 더 정보를 얻고자 하는 마음 - 는 대한민국의 학부모에게는 왠지 낯설지 않은, 공감대마저 형성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자녀의 입시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정말 흥미진진하게, 마음 졸이며 또 마음 아파하며 읽은, 최근 들어 가장 몰입해서 읽은 일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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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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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꽤나 인상적이어서 무수히 많은 장르소설 중에서도 유독 기억하기 쉬웠던 피터 스완슨의 소설 < 죽여 마땅한 사람들 > !!

사실 제목이 썩 맘에 들진 않는다. 세상에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살인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네..하면서도 내용이 너무 궁금했던 책이다.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되고 그런 아내를 죽이고 싶은 남편 테드와, 공항 라운지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하면서 막연히 생각만 하는 테드를 부추겨 살인을 실행하게끔 하는 미지의 여성 릴리. 이 릴리라는 여성은 이미 10대 때 자신을 성추행하려던 남성을 살해한 전적이 있다.

처음엔 조금 황당했다. 제목이 아무리 그렇다 쳐도, 너무 쉽게 사람을 죽이는 과정이 섬뜩할 정도이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야기는 전혀 예상 밖의 상황으로 아주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면서 결말 부분으로 치닫으면서는 그 강도가 극에 달한다. 이런 책은 띄엄띄엄 읽으면 정말 그 재미가 반으로 줄어들기 십상인데 다행히 금욜 밤이라 시간 제약없이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작가가 처음에는 남편 테드를 주인공으로 설정했지만, 글을 써내려가면서 릴리라는 캐릭터에 매료되어 결국 릴리가 주인공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까지 매료되게 만들 정도의 매력을 지닌 릴리 !! 상대방이 처한 상황이나 내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심리를 이용해 교묘히 조정하는 릴리는, 확실히 미워할 수 없는 살인자이다. 읽다보면 릴리의 행동에 결코 동조할 수 없음에도 또 그런 릴리가 너무 악하게만도 느껴지지 않는 감정이 묘하게 교차된다.

 

페이지 터너 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 강추 !!!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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