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읽는 40가지 이야기 - 중동으로의 첫 발걸음
박현도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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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예전에 중동은 굉장히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4년전쯤 중동을 소개한 책 한권을 너무도 재밌게 읽고 안개처럼 뿌옇기만 했던 중동에 대해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중동은 멀지 않다. 중동이 멀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우리 마음속 낯설음의 거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문구에 큰 공감을 하게 된다. 바로 내가 그랬으니까...

지금도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중동이지만, 이렇게 관련 책이 나오면 솔깃해진다. 그래서 이 책도 만나보게 되었다.


숫자 40은 유대교, 그리스도교와 같은 유일신 종교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중동 문화권 역시 유일신 종교가 깊이 자리잡고 있어 이 숫자 40은 매우 다채로운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최초 계시를 받은 나이가 40세이고, 카디자가 무함마드와 결혼한 나이도 40세였다. 시신 매장 후 40일이 되는 날에 죽은 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또한 중동의 역사와 문화를 총 40개의 키워드로 정리해서 소개하고 있다.






중동의 건축을 '베일의 건축' 이라고도 칭하는데, 외관은 화려하다는 느낌이 안 들지만, 다채로운 장식과 구조물, 나무와 식물이 심어져 있는 안뜰로 구성된 내부에서 진정한 진가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중동요리와 간식도 한가득 소개되는데, 시원시원한 크기의 음식 사진의 비주얼만 봐도 맛이 궁금하고 먹어보고 싶다.


중동하면 석유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역시나 이 석유와 관련된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다.


석유가 발견되기 전 중동 많은 나라들의 주요 산업은 어업과 진주조개잡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이 인공 진주 양식에 성공하면서 세계 진주 최대 생산지는 아라비아반도에서 일본으로 뒤바뀌게 되었다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인 카타르는 경기도 크기의 영토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반면, 자국민 수가 총인구의 10%밖에 안되서, 교육,수도세,전기세 등은 복지로 제공되고, 대학원까지 무료지원된다고 한다. 쫌 부럽긴 하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인구규모도, 자국민 비율도 많은 편이라 다른 산유국에 비해 혜택이 적다고 한다. 중동의 부자나라라는 인식이 컸었는데 실상은 천차만별이구나 !!!






중동에서 가장 부자도시 중 하나인 두바이 경제는 석유산업으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거의 생산하고 있지 않고, 외국인 부동산 투자와 금융, 관광이 주요 사업이라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유가 변동성으로 인한 국가 재정의 불안정성을 체감한 이들 산유국들은 석유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국가 산업을 시행하고 있다.






중동하면 또 하나, 바로 여성들의 히잡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히잡이나 니캅을 착용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눈 화장이 가장 포인트이고, 본인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향수를 이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강한 색조화장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우리의 K-화장법과 한국 화장품 수입은 급증하는 추세라고 하니, 히잡까지 뚫어버린 우리의 화장품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2018년이 되어서야 여성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허용될 정도로 여성에게 가장 보수적인 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외국 가수로는 최초로2019년 BTS 콘서트를 진행했고, 콘서트 기간중에는 여성도 남성 보호자 없이 호텔 투숙이 가능케 했고, 여성 혼자 공연장 입장도 가능했다고 하니 BTS의 어마무시한 인기를 실감케 한다. 또한, 왕세자로 등극한 무함마드 빈 살만의 영향력 아래 사우디아라비아의 조금씩 변화해 가는 모습이 기대되기도 한다.


에미레이트 항공, 카타르 항공 등 중동 항공사를 이용해 본 주변 사람들로부터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평을 들었던 터라, 꼭 한번 이용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이 책에서 경유지로 가장 사랑받는 두바이나 카타르 도하 등의 다양한 스톱 오버 패키지 등을 소개하며 맛보기 여행을 선보여서 더 맘이 설렌다.

중동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에서부터 다양한 방면의 이야기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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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법정을 열겠습니다 - 정의의 이정표가 된 판결부터 권력의 흉기가 된 재판까지 ㅣ 생각하는 10대
권재원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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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요즘 중고등학생들의 독서수준이 높다는 사실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더 실감하게 된다.

청소년책인 줄 모르고 읽다가 이 책이 '생각하는 10대' 시리즈 중 한 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나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단 말이지.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권리들, 진실들이 과거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아간다.

책에서 소개되는 18건의 재판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전혀 얼토당토않다고 느껴지고, 그런 말도 안되는 재판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 마음이 아프다.


알고 있었던 사건도 있고,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건도 있는데 몇 가지 재판은 특히나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 가운데, 니콜라이 바빌로프 비공개 군사재판의 경우는 가장 마음 아픈 재판이다.







스탈린 시대의 두 과학자의 이론 대립을 살펴보면, 세계적인 농학자이자 과학자였던 바빌로프는 멘델 유전학에 기초해 식물의 품종개량을 주장한 반면, 리센코는 식물을 훈련시킴으로써 환경에 적응해 강한 품종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 중 리센코의 주장은, 사회환경과 사상 교육이 인간을 개조할 수 있다는 스탈린의 사회주의 혁명의 이념과 잘 맞아떨어지기에, 당연히 스탈린은 리센코의 주장을 택하면서 그는 승승장구하는 반면, 바빌로프는 반혁명적 인물로 몰려 지하 독방에 수감되고 결국 굶주림으로 죽게 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밀 생산량 국가가 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과학자는 이렇듯, 정치적 이념이 과학적 진실에 우선한 시대의 희생자가 되었고, 그에 따른 파국은 소련 농업과 리센코의 이론을 적용한 중국에까지 적용되면서 대기근이라는 대재앙을 불러오게 된다.






과학이 종교의 적이 된 것은 갈릴레이 시대에 이미 일어났었고,그 후 1925년에 일어난 스콥스 재판은 학교 수업의 진화론을 둘러싸고, 종교와 과학의 진실이 대립된 대표적인 사건이다.

1920년대 보수적인 기독교 신앙이 중심이었던 미국 남부에서는 성서의 창조론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고자 했고, 결국 이를 가르쳤던 교사 스콥스는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

이 재판 이후 수십 년간 진화론 교육은 후퇴하게 되는데,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소련에 과학기술을 뒤쳐질까 두려웠던 미국은 그제서야 부랴부랴 생물학 교과서에 진화론을 기재하게 된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 쉬는 것만 좋았지 왜 그날이 공휴일이 되었는지는 부끄럽지만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1880년대, 혹독한 근로시간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에서 만들어진 노동조합은, 여덟 시간 노동제 실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면서 5월 1일에는 총파업, 4일에는 헤이마켓 사건으로 수많은 경찰과 노동자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2년 뒤 전 세계 노동 운동가들이 파리에 모여, 희생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5월1일을 메이데이(국제 노동절)로 정하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노예제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11년간 싸운 드레드 스콧 재판, 여성의 참정권을 둘러싼 수전 B. 앤서니 재판, 전쟁 범죄를 심판하는 뉘른베르크 재판과 도쿄 재판, 발칸의 도살자 밀로셰비치 재판 등 다양한 사건을 둘러싼 재판 이야기와 함께, < 돈 룩 업 > < 필라델피아 > < 뉘른베르크 > < 더 포스트 > < 커런트 워 > 와 같은 영화 소개도 눈에 쏙쏙 들어온다 . 특히, 뉘른베르크 관련 책을 읽고 영화가 너무 궁금했었는데 올해 국내개봉 소식은 정말 반갑다.


법의 판결이라고 해도 결국 인간이 만든 제도 안에서, 인간에 의한 판단이다보니 헛점도 많고 정의롭지 않은 경우는 여전히 진행중인데, 현재의 판결도 훗날 재조명되고 재평가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을꺼라는 생각도 든다.

재판과 관련된 인물들, 재판 상황 등 사진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어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성인이 읽어도 너무 좋은 책. 물론 청소년들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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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회한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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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카야마 시치리 ' !!

주변의 추미스 매니아들이 이 작가의 작품을 하도 극찬해서 너무 궁금한 참이었다.

기껏해야 '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 중 1권만 읽어봤고 꽤 재밌었던 기억에(멋진 후와 검사가 다시 생각난다), 이번 블루홀식스의 신간과의 만남이 반갑기 그지 없다. 슬슬 이 작가의 세계로 입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던 참이었는데 이제 그 때가 되었나보다.


이 작가의 작품은 작품 수도 많고 시리즈도 꽤 되는 것 같은데, 이 책은 법의학 교실 시리즈의 네 번째(국내 출간으로는 세 번째) 작품이다.

법의학 미스터리를 아주 좋아하는데 표지도 매력있고, 속지까지 간지난다.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연작소설로, 분위기는 생각했던 만큼은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오히려 마구 꼬이는 스토리가 아니고 글밥도 빡빡하지 않아 부담없이 술술 잘 읽힌다.

그렇지만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울림이 크다. 부검이 이루지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들, 빠듯한 예산으로 제대로 된 부검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법의학 세계의 부조리..이는 비단 일본사회만의 문제는 아닐꺼라는 생각이다.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법의학계에도 경찰계에도 그만한 금전적인, 인력의 여유가 없다.


우리는 유족의 목소리보다 죽은 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살아있는 사람은 놔둬도 알아서 이야기하지만 죽은 자는 우리가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고...


이 소설에서 가장 맘에 와 닿는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어찌나 짠하던지..이런 사명감을 가진 인물 너무 멋지지 않은가 !

그래서 이 작품의 캐릭터들이 참 맘에 든다.

법의학의 권위자인 미쓰자키 교수도, 현경 최고의 검거율을 자랑하는 와타세 경부도 모두 자신의 일에는 한 치의 양보도,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일에 있어서 보통 이 정도의 완벽한 인물들이라면 인간적으로 좋은 소리는 못 듣게 마련이고 둘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미쓰자키 밑에서 일하는 조교 마코토와, 와타세 밑에서 일하는 고테가와 형사는 아직은 어수룩한 듯하지만 각자 자신의 상사에게서 제대로 된 소명감을 배우면서 알게 모르게 그들과 닮아간다. 제대로 성장하는 느낌이랄까...

이 둘이 전편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둘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전류가 흐르는 것 같기도 하고..둘의 캐미도 재밌다.


사회파 미스터리와 법의학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조화된 멋진 책이다.

앞의 2편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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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오디세이아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원작
호메로스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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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읽어보는 오디세이아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오디세이아, 일리아스책에 1도 관심없던 내가 지금은 다양한 버전의 오디세이아 책만 눈에 들어온다.

영화의 힘이 이렇게나 크다니..

그러나 아무리 관심있다 하더라도 원본 그대로의 번역은 조금 부담이 되어서, 일단 제목부터 접근하기 쉬운 이 책으로 먼저 만나보았다.

표지도 매력있고 무엇보다 이화북스는 최애작가 츠바이크의 작품을 많이 내줘서 고마운 출판사이다.


이 책은 호메로스의 방대한 24권 서사를 현대적인 한국어로 옮기고, 낯선 어순과 번역투의 문장을 최대한 잘 다듬어 대화와 서술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고 하는데, 이런 책소개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조금 걱정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초반 몇 장을 읽으니 와! 이 책 정말 술술 잘 읽히고 가독성이 끝내준다.

이 정도로 쉽게 내용과 이해가 가능하다면 다음엔 용기내어 운문형태로 된 내용도 도전해볼 수 있겠다.





보통은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걸 선호하는데 이 작품의 경우는 영화를 먼저 본 게 도움도 되어주었다.

읽는 내내 영화 속 장면들과 인물들, 오디세이가 겪은 여러 차례의 고난의 과정이 떠오르면서 훨씬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반면, 원작과 영화를 비교한 내용들을 읽으면서 원작이 더 궁금해졌었는데, 직접 읽어보니 그 차이점들로 인해 조금 헷갈리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느껴진 부분은 원작에서는 오디세이아의 내면을 훨씬 잘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뭔가 영웅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나약함이 잘 드러나서 우리네와 같은 보통의 인간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신들이 직접 등장해 개입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 분위기가 영화와는 많이 다르게 느껴지지만, 읽는 동안 서서히 원작만이 가지는 매력과 재미에 푹 빠져들게 된다.


다른 출판사의 오디세이아는 읽어보질 않아 비교는 할 수가 없지만, 나처럼 초보자인 경우에는 입문용으로 이 책이 안성맞춤이다.

일리아스도 출간해주면 정말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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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떠나는 사람 - 태원준 여행 산문집
태원준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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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보는 여행작가의 책인데, 찾아보니 이전에 여행책도 많이 내시고 꽤나 인기있는 분이신 것 같다.

이번 신간에서는 2001년부터 2026년까지 지구 곳곳에서 겪은 이야기 가운데 서른 편을 추려 담았다고 하는데, 그 긴 세월 중 경험한 에피소드 가운데 30개만 추리는 것도 꽤나 고난도 작업이었을 것 같다.


'최고로 볼품없는 관광지' 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오줌싸개 동상과 인어공주 동상.

설마 이런 베테랑 여행가가 굳이 이 곳을 방문할까..싶었는데 두 군데 다 방문하셨네.

그런데 인어공주 동상 에피소드가 너무 웃기다.

어렵게 방문한 그 곳..그러나 하필 그 전날 인어공주는 누군가의 테러로 바다에 빠져버렸고, 저자의 눈 앞에는 바위만 덩그러니 남았던 것 !

1913년 공개 이후 그날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더 억울한 건 바로 그 다음날(저자가 코펜하겐으로 이동하는 날) 바로 복구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되기도 쉽지 않은데...






유럽은 크리스마스 이브까지는 정말 화려하고 볼거리 가득하지만 당일은 상황이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저자의 크리스마스 아일랜드 방문기는 안쓰럽기 그지없다.

크리스마스 당일의 더블린 시내는 택시, 트램, 버스 운행 X, 맥도날드,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도 'Closed', 하물며 공항까지 거의 전 노선 운행이 중단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좀비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거리의 분위기가 절로 상상이 간다.

오후 2시 넘어서야 겨우 우연히 한 군데 영업하는 편의점을 알아내 그 곳에서 눈물겨운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고, 혹시나 해서 3개나 더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고 한다.


몇 년 전 독일여행 중, 일요일에 신나게 시내구경할 거 계획했다가 독일은 일요일은 모든 쇼핑몰과 왠만한 가게는 영업을 안한다는 사실을 당일에 알고, 완전 허탕쳤던 아픈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사전공부를 하긴 했지만 설마 이 부분은 정말 상상도 못했었기에 황당 그 자체였다.

뭐 그래도 베테랑 여행가도 이런 고충을 경험했다는 사실에 왠지 위로가 된다.






오사카 회전초밥집에서 바로 옆에 앉은 한국인 가족과의 일화도 공감이 간다.

처음에 한국인 통성명을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상대쪽 가족이 이 가게 시스템을 몰라 곤란해 하는 걸 보고, 저자는 말 대신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본보기를 보여줬고 저자의 행동을 보고 그 가족은 시스템을 알게 된 상황. 한두번 이런 과정을 거치니 그쪽에서는 저자가 한국인인줄 모르고 한국말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여행을 하다보면 같은 한국인이어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뭐 일부러 알릴 필요는 없지만, 이번 경우처럼 지척에 있는 경우 그 타이밍을 놓쳐 한국말을 들어도 한국인이 아닌 척 해야하는 상황은 참 곤혹스럽다. 그래서 여행지에서는 한국말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특정 여행지에 대한 상세한 여행기록도 재밌지만, 이렇듯 여행지에서 겪고 느끼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시간, 장소 구분없이 담아내는 이야기도 꽤나 매력있다.

' 여행작가 '하면 제목에서처럼은 아니더라도 엄청 자주 떠날테고, 여행하며 책도 쓰고 돈도 버니 완전 부러운 직업 !! 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저자는 이런 생각은 큰 오산이라고 한다. 책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드니 부지런히 발품 팔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그래도 막연히, 여전히 동경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의 어머님이 참으로 부럽다. 여행작가를 아들로 두신 덕에 500일간 세계일주도 하셨으니 전생에 무슨 복을 타고 나셨나..

그 여행기도 3부작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니 찾아봐야겠다.


참 재밌게 읽은 여행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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