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법정을 열겠습니다 - 정의의 이정표가 된 판결부터 권력의 흉기가 된 재판까지 생각하는 10대
권재원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요즘 중고등학생들의 독서수준이 높다는 사실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더 실감하게 된다.

청소년책인 줄 모르고 읽다가 이 책이 '생각하는 10대' 시리즈 중 한 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나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단 말이지.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권리들, 진실들이 과거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아간다.

책에서 소개되는 18건의 재판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전혀 얼토당토않다고 느껴지고, 그런 말도 안되는 재판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 마음이 아프다.


알고 있었던 사건도 있고,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건도 있는데 몇 가지 재판은 특히나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 가운데, 니콜라이 바빌로프 비공개 군사재판의 경우는 가장 마음 아픈 재판이다.







스탈린 시대의 두 과학자의 이론 대립을 살펴보면, 세계적인 농학자이자 과학자였던 바빌로프는 멘델 유전학에 기초해 식물의 품종개량을 주장한 반면, 리센코는 식물을 훈련시킴으로써 환경에 적응해 강한 품종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 중 리센코의 주장은, 사회환경과 사상 교육이 인간을 개조할 수 있다는 스탈린의 사회주의 혁명의 이념과 잘 맞아떨어지기에, 당연히 스탈린은 리센코의 주장을 택하면서 그는 승승장구하는 반면, 바빌로프는 반혁명적 인물로 몰려 지하 독방에 수감되고 결국 굶주림으로 죽게 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밀 생산량 국가가 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과학자는 이렇듯, 정치적 이념이 과학적 진실에 우선한 시대의 희생자가 되었고, 그에 따른 파국은 소련 농업과 리센코의 이론을 적용한 중국에까지 적용되면서 대기근이라는 대재앙을 불러오게 된다.






과학이 종교의 적이 된 것은 갈릴레이 시대에 이미 일어났었고,그 후 1925년에 일어난 스콥스 재판은 학교 수업의 진화론을 둘러싸고, 종교와 과학의 진실이 대립된 대표적인 사건이다.

1920년대 보수적인 기독교 신앙이 중심이었던 미국 남부에서는 성서의 창조론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고자 했고, 결국 이를 가르쳤던 교사 스콥스는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

이 재판 이후 수십 년간 진화론 교육은 후퇴하게 되는데,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소련에 과학기술을 뒤쳐질까 두려웠던 미국은 그제서야 부랴부랴 생물학 교과서에 진화론을 기재하게 된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 쉬는 것만 좋았지 왜 그날이 공휴일이 되었는지는 부끄럽지만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1880년대, 혹독한 근로시간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에서 만들어진 노동조합은, 여덟 시간 노동제 실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면서 5월 1일에는 총파업, 4일에는 헤이마켓 사건으로 수많은 경찰과 노동자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2년 뒤 전 세계 노동 운동가들이 파리에 모여, 희생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5월1일을 메이데이(국제 노동절)로 정하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노예제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11년간 싸운 드레드 스콧 재판, 여성의 참정권을 둘러싼 수전 B. 앤서니 재판, 전쟁 범죄를 심판하는 뉘른베르크 재판과 도쿄 재판, 발칸의 도살자 밀로셰비치 재판 등 다양한 사건을 둘러싼 재판 이야기와 함께, < 돈 룩 업 > < 필라델피아 > < 뉘른베르크 > < 더 포스트 > < 커런트 워 > 와 같은 영화 소개도 눈에 쏙쏙 들어온다 . 특히, 뉘른베르크 관련 책을 읽고 영화가 너무 궁금했었는데 올해 국내개봉 소식은 정말 반갑다.


법의 판결이라고 해도 결국 인간이 만든 제도 안에서, 인간에 의한 판단이다보니 헛점도 많고 정의롭지 않은 경우는 여전히 진행중인데, 현재의 판결도 훗날 재조명되고 재평가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을꺼라는 생각도 든다.

재판과 관련된 인물들, 재판 상황 등 사진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어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성인이 읽어도 너무 좋은 책. 물론 청소년들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