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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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엇보다 나치 정부가 " 사제의 문제를 증오심에 가득 찬 왜곡된 형태로 그린 소설 " 로 판정해 금서가 된 작품이라는 점이 굉장히 궁금했다. 게다가 이미 오래전에 독일 문학사의 고전이 된 작품이라고 하니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똑똑하지만 성실하지는 않은 주인공 게르버. 타협할 줄 모르고 어쩌면 조금은 건방지게 보일 수도 있는 게르버를 교수들은 그 나이 또래의 반항으로 여기며 이해한다. 그러나 쿠퍼 신이라고 불리는 수학교수가 담임이 되면서 게르버의 고난과 비극은 시작된다.

교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 못하는 쿠퍼 교수에게 게르버는 자신이 반드시 응징해야만 할 대상이다.

장래에 법학이나 철학 박사가 꿈인 게르버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졸업시험' 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지만 그 시험에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교수에게 찍힘으로써 엄청난 심적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이 작품은 바로 이러한 교육자로서, 또한 한 인간으로써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으로 행하는 쿠퍼 교수와 그에 대립하는 게르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실제로 프라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작가가 프라하의 권위주의적인 학교 안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다고 한다.

 

출간된 지 90여년이 지났음에도 현재의 우리 주변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하고, 그렇기에 공감을 하면서 읽게 된다.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약자의 위치에 있는 대상을 괴롭히고자 마음먹는다면 그 행패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꺼라고 생각한다.

대학원생들이 교수 밑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행여나 추천서를 받지 못할까봐, 취직에 지장이 있을까봐 그 수난을 참고 견뎌야 하는 현 상황이 쿠퍼 교수와 게르버,그리고 모든 학생들의 상황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문체가 덤덤해서 차분하게 읽힌다. 이런 분위기의 소설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함에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오랜만에 맘에 쏙 드는 고전풍의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1981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검색이 안되서 아쉽긴 하지만..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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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 아티스트
알카 조시 지음, 정연희 옮김 / 청미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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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매혹적인 소설 !! 오랜만에 만나보는 매력적인 페이지 터너 소설이다.

1950년대, 해방을 맞이한 인도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삶을 꿋꿋히 개척해 나가는 락슈미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저자가 예순살이 넘어 발표한 작품이며 실제로 그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딸에게 모든 기회를 열게 해 준 저자의 어머니의 모습이 투영되어져 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인도여성이 그랬듯이 락슈미도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되고, 결혼생활 내내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급기야는 남편에게서 도망쳐 자이푸르에 도달한 이후 10년 동안 여성 고객들에게 헤나 문양을 그려주는 헤나 아티스트로, 떠나기 전 시어머니한테서 배웠던 민간요법으로 여성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며, 고객들의 은밀한 사생활, 비밀 등을 토대로 다양한 처세술을 통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단골 고객의 소개로 궁에까지 초대받아 활동을 하는, 그야말로 승승장구의 길이 열릴 기회를 맞는다.

 

그러나, 어느 날 그녀 앞에 나타난 여동생 라다로 인해, 떠났던 시기에 존재조차 몰랐던 여동생으로 인해, 그녀가 그동안 쌓았던 명성이 무너지고 락슈미의 삶은 통째로 흔들리게 된다.

지금의 이 자리가 어떻게 해서 올라온 건데..그토록 자신의 독립을 원하고 한 발 한 발 조금씩 그 꿈을 향해 다가가던 락슈미가 라다의 철부지 행동으로 말미암아 그 노력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라다가 조금만 더 철이 들었었더라면...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자신이 쌓아놓은 위치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상류계급 여성들의 비위를 맞추는 락슈미의 모습도 애잔하기 그지 없다.

 

앉은 자리에서 푹 빠져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스토리이다.

점성가의 영향력이 그 당시 인도의 궁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도 이 소설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인도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시간들도 이 책의 재미를 가중시킨다.

가자르 카 할와 (간 당근에 우유, 설탕, 기(ghee)등을 첨가하여 만든 푸딩으로, 인도의 전통적인 디저트) , 카잘 (인도의 눈화장에 쓰이는 검은 색 아이라이너), 라브리(우유, 설탕, 향신료, 견과류를 첨가하여 만든 디저트) 등등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이런 부분들을 별도로 찾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상상만으로 이끌어 갔던 이 작품의 화려하고 이국적인 인도의 분위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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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말차 카페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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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을 읽으면서는 따뜻한 코코아가 그렇게나 땡기더니, 이번 속편을 읽으면서는 말차를 꼭 마셔야만 할 것 같다. 그런데 말차는 어떤 맛일까? 녹차랑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예전에 말차 아이스크림만 먹어봤지 말차 라테, 말차 푸딩 같은 건 먹어본 적이 없어서 소설 속 주인공인 내가 좋아하는 이 다양한 말차 아이템이 갑자기 다 궁금해진다.

 

정기휴일인 월요일 하루만 말차를 파는 이벤트날, 주인공인 나는 정기휴일인 줄 모르고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말차( w/화과자) 를 마시게 된다. 진한 말차와 연한 말차 딱 2가지의 메뉴 가운데 그래도 비싼 게 맛있을 거라 생각하고 주문한 진한 말차는 아린 맛이 강한 미지의 강렬한 맛이다. 쓰거나 떫은 맛이 아닌 !!

주문받는 젊은 남성이 2주전에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꾼 자신의 핸드폰의 사용법을 몰라 쩔쩔매는 걸 보고, 스마트폰 매장에서 일하는 나는 사용방법을 알려주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연한 말차를 서비스로 받게 된다. 하루종일 일만 꼬이고 재수없는 하루인줄 알았는데, 그 젊은 남성도 다시 만나보고프고..왠지 오늘 하루는 생각만큼 재수없지는 않은가보다.

 

말차카페에서 벌어진 주인공인 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년 12달의 이야기가 계절별로, 그리고 도쿄와 교토의 2곳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전편을 읽었던 독자라면 어떤 스타일로 이야기가 전개될지 아마 예상을 했을 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전편만큼 속편도 참 아기자기하면서, 한 편의 일본영화를 보는 듯 소소하고 따스한 느낌이 느껴진다. 그리고 배경이 되는 장소 덕분인지 훨씬 더 일본스러운 분위기도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변에 널리고 널린, 항상 사람 북적이는 커피 체인점들보다 동네의 아담하고 조용한 카페를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마블 카페라는 이름보다 ' 말차 카페 ' 라는 이름이 내게는 더 정겹게 다가온다. 표지는 전편 코코아쪽도, 속편 말차쪽도 둘 다 넘넘 예뻐 !!!!

마음이 복잡할 때 이 책을 읽으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힐링되는 느낌도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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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순간, 스페인 여행의 발견 2
송준호 지음 / 도트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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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유럽생활의 마지막을 스페인에서 장식하는 것이 꿈이었던 사진작가인 저자가, 50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22명의 사람들 각자 이 길을 걷게 된 이유와 꿈을 묻는 프로젝트가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지금까지 많은 산티아고 여행에세이를 만났지만 이번 책은 독특한 느낌이 전해진다.

산, 오솔길, 숲 등 기존에 만나봤던 산티아고 여행기에 담긴 사진들에 비해 이 책에는 특히 바다의 경치가 많이 담겨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22명의 여행자들의 사진을 보면서 그들이 들려주는 사연들을 읽으며, 각각의 동기는 다르지만 또한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들 모두가 산티아고 순례를 통해 원했던 바를 얻었기를 바래는 마음이 절로 든다.

 

그들 중 최고령자이신 84세의 독일 할아버지 잉고의 모습이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종교적인 이유가 크지만 그 외에도 건강을 위해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잉고 할아버지는 동행자도 없이 젊은이들한테도 버거운 그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채 이 길을 걷고 있었다.

최근 주변정리를 하면서, 가까운 친척이나 새로운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곤 하는데 돌아갈 때는 꼭 자신의 물건 가운데 하나를 선물로 건네신다고 한다. 죽으면 의미없는 그 물건들이지만, 그 물건을 받은 누군가는 자신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서..

그 길을 걸으시며 어떤 생각들을 하실지..어떤 마음이 들지..비슷한 연세의 엄마가 오버랩되면서 마음 한 켠이 아리기만 하다.

 

세계평화가 꿈인 독일의 24살 캐서린은 흔히 ' 말로는 쉽게 내뱉을 수 있고 생각에만 그치는 세계평화 ' 가 아닌 진정한 세계평화를 위해, 난민문제와 지구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걱정하며, 실제로도 플라스틱 사용 안하기, 틈나는 대로 난민 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등 직접 행동으로 실천한다고 하니, 참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0세의 프랑스인 유고는 이 순례길 트레킹을 통해 정말 심했던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이 정말 좋아졌다고 한다. 수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한순간의 감정으로 삶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많은데 이런 길을 통해 치유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삶의 의미를 찾아, 자아를 찾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국적도 나이도 다양한 22명의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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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는 정신 소설, 향
한은형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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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3일 수요일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코로나가 터진 후 일 년쯤 되는 날이 배경인 이 소설의 초반 분위기는 마치 에세이와도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작가정신 소설 '향' 시리즈의 7번째 작품인 << 서핑하는 정신 >> 은 ' 한 직장인 여성의 한겨울 서핑 도전기' 라는 문구만 보면 굉장히 액티비티한 분위기를 예상하게 되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잔잔하고 실제로 서핑을 배우는 과정이 큰 주를 이루고 있지는 않다.

서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게 사는 거다. 라고 느끼며 삶을 긍정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해양학 연구원인 아버지의 직업 특성으로 인해 하와이에서 태어나고 10살까지 자란 주인공인 ' 나 ' 는 정작 서핑의 천국인 하와이에서는 서핑을 해본 적도 배운 적도 없지만, 한국에서 서핑과 인연을 맺게 된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한국에 사는 이모가 자살하면서 그녀가 남긴 양양의 아파트가 조카인 나에게 상속되면서 양양으로 향하게 된 나는 우연한 기회에 서핑 강습에 참석하게 되고 그 곳에서 만난 이들과 조금씩 마음을 열고 소통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된다.

 

저자는 실제로 2018년 양양에 갔다가 서퍼들을 보고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처럼 보였다고, 그 주말에 양양까지 가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도대체 서핑이 뭐길래? 라는 궁금증으로 인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제목은 내가 좋아하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 위로하는 정신 > 에서 가져왔다고 하니 왠지 반가운 맘이 든다.

또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서핑, 한달살기, 공유 오피스, 워케이션에는 모두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다.

이 소설에서, 서핑하는 정신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정신이라고 말한다. 위로는 다른 누구도 해 줄 수 없음을..자신만이 위로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공감되는 문구가 많아 곱씹으며 읽었던 소설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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