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따스한 책 한권을 만났다. 세상사는 맛이 이런거구나...하고 새삼 느끼게 된 책. 미국이민후 많은 고난과 방황을 거쳐 본래의 꿈을 접고 시애틀의 우체부가 되기까지의 저자의 이야기와 직업이야기, 그리고 그 생활속에서 누리는 자그마한 행복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물론 저자의 인생은 내가 느끼는 만큼 순조롭게만 진행된 건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책에서 만난 저자의 삶은 사람의 정이 담긴 여유로운 삶.,저자 또한 긍정적이고 삶의 행복을 제대로 찾을 줄 아는 그런 멋진 남자로 느껴진다. 우체통,편지,우표..우리나라에서는 요즘 사라지고 있는 문화중 하나이다. 바로바로 보내고 답을 받을수 있는 메일,문자가 있으니..그러나 가끔은, 예전에 편지를 보내고-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그 순간의 기분-답장을 기다리고 하던 그 추억들이 참 그리울때가 있다. 그리고 우체통하면 빨간 우체통밖에 이미지가 안 떠오르는데 이 책에는 참으로 다양하고 예쁜 우체통사진이 담겨져있다. 아직까지 정이 담긴 편지가 오고가는 이들의 소박한 삶이 참으로 부럽기만 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눔의 생활은 이렇게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구나.. 혼자 사는 노인분들을 위해 5층까지 무거운 소포를 현관까지 들어다주고 가끔씩 차한잔 마시며 따스한 대화를 나누는 등, 자국민도 아닌 외국인이 이처럼 작은정을 베푸는 것은 그들에게는 매우 큰 의미로 다가올듯 싶다. 성공한 삶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저자..내가 보기에도 정말 성공한 삶이라 생각된다. 성공이라는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이렇게 스스로 느껴서 행복하고 만족한 삶이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성공한 삶이 아닐까.. 커피 한잔 옆에 두고 읽으면 너무 좋을 책. 곳곳에 담긴 사진도 참 분위기있다. TV에도 소개되었다는 그 프로도 꼭 보고싶다.
아주 예전에 영화로 유명했었다는 기억은 나는데 책이 있는지는 몰랐다. 이번이 처음 나온 작품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 책이 원작이었네. 나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운 책이었다. 평도 좋고 뭐니뭐니해도 제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인지라 그 감동을 꼭 느껴보고 싶었는데 처음엔 내용파악도 힘들고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한 100페이지를 넘어가니 그때부터는 내용의 윤곽이 잡히면서 조금씩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들게 되긴 하는데 여전히 쉽지만은 않은 전개.. 이 책에 나오는 4명의 주인공은 전쟁으로 인한 각자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데 이들의 전쟁과 사랑이야기가 번갈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전개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전쟁에서 잃은 아픔을 간직한 간호사 해나. 전쟁으로 불구가 되어버린 스파이이자 모르핀 중독자인, 해나의 아빠친구이기도 한 카라바지오. 유부녀인 캐서린을 사랑하게 되고 사하라사막에서 사랑하는 캐서린을 잃게 되는, 이 책에서는 영국인 환자로 불리우는 헝가리인 탐험가 알마시. 그리고 형대신 영국군대에 입대해 공병으로 훈련받은 푹탄처리 전문가 킵. 알마시와 과거 캐서린의 사랑. 해나와 킵의 사랑..등 어떻게 보면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듯하지만 읽는 내내 폐허의 수도원에서 이들 4명이 과거와 현재의 오버랩되면서 약간의 쓸쓸함과 함께 전쟁의 대서사시를 읊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목은 잉글리시 페이션트. 즉 영국인 환자 알마시로 되어있고 표지에는 해나의 모습이 그려져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이 4명이 다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든다. 영화에서는 어떤 느낌으로 이들 각자의 모습을 표현했을지 궁금해서 예전 영화이지만 꼭 찾아서 보고싶다. 물론 책과 영화는 느낌이 매우 다르겠지만.. 그리고 다른 독자들이 공감하는 이 책의 매력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영화든 책이든 두번째 읽으면 첫번째 발견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부분을 새롭게 느끼게 되는데 아마 이 책도 그럴수 있을것 같다. 어렵다 뿐이지 느낌은 좋았으니까...
요즘 한창 이 홈즈걸 시리즈가 여기저기서 눈에 띄기에 매우 궁금했었다. 사실 어설픈 추리소설과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일본소설 특유의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질 않아 이 홈즈걸 시리즈의 추리+일본 소설이라는 구성에 주저하긴 했지만 웬지 모를 궁금증. 다 읽은 느낌은 맘편히 읽은 추리소설이랄까? 흔히 추리소설에서 가질수 있는 특유의 긴장감이나 누가 범인일까..하는 궁금증보다는 서점을 배경으로 한 일반 소설에 가깝다.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실린 서점의 경영이야기를 비롯한 여러 이야기를 접할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할 듯하다, 나만 해도 서점에도 이런 복잡한 판매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다고는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냥 책을 읽고 싶어 들르고, 신간은 뭐가 나왔나 들르고 시간남으면 주변 서점에 들르고...항상 편한 휴식공간이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서점운영자는 재고품이나 인테리어, 출판사와의 신경전 등 생각보다 머리복잡한 일이 많은듯하다. 이 책은 홈즈걸 시리즈의 다른 2권과는 다르게 장편이다. 세후도 서점에서 같이 일하는 교코와 다에(법학과 출신의 탐정소녀)에게 어느날 나고야에서 일하는 교코의 친구 미호로부터 미호가 일하는 고서점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편지를 받고 고민끝에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에는 나고야로 향한다. 이곳에서 여느 탐정들이 하는 것처럼 이 사건과 관련있었던 사람들을 한명씩 만나면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그 수사과정에서도 특별한 긴장감이나 크라이막스 같은 부분은 잘 못느끼겠다. 다 읽고나서도 그래서 그런 범행을 저질렀구나...하는 정도.. 그렇지만 첨에 애기했듯이 서점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추리와는 별개로 지루하지 않게 읽을수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할머니 탐정단 이야기인 오늘도 안녕하세요 나, 초콜릿쿠키살인사건 시리즈와 유사한 분위기. 작가자신도 서점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탓인지 서점에 대한 애착이 많이 묻어나는 느낌이다. 1편과 3편은 단편이라고 하는데 단편은 또 어떤 느낌일지..
이야기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들이 언젠가부터 즐겨보는 책이 있다. 바로 요술연필 페니와 이 책 스파이독 시리즈이다. 왜 이 책이 좋으냐고 물어봤더니. 일단 자기가 좋아하는 개가 주인공이라 좋고 스파이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더더욱 흥미롭다고 한다. 특히 이번 5권에서는, 전에 우주에 관한 책을 읽었을때 아들로 하여금 매우 큰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던 사건- 우주로 간 최초의 개 라이카가 지구로 돌아오지 못하고 우주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매우 불쌍히 여겼던 만큼-의 이야기가 처음에 등장하면서 매우 반가워한다. 더군다나 스파이독이 바로 이 라이카의 증손녀라는 설정은 아이로 하여금 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문제. 프레온 가스통을 실은 로켓으로 오존층을 파괴하여 선크림을 팔고자 하는 기발한 설정은 환경문제가 아이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계기가 된다. 생김새부터 독특한 우리의 라라. 여느 보통 인간보다 훨씬 더 잘난 개 라라. 운전도 하고 자전거도 탈줄 알고 입에 연필을 물고 타자도 치는 라라. 이런 라라를 싫어할 아이들이 있을까.. 벌써 6권도 나왔다. 6권의 제목은 황금성의 비밀이다. 스파이독 시리즈에서 언제 빠져나올지^^ 그런데 이 책의 일러스트는 표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표지만 봐서는 안의 일러스트도 무척이나 만화틱하고 다소 유아틱할것 같은데 의외로 안의 일러스트는 고학년용이다. 그래서 고학년들도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재미나게 읽을수 있는것 같다.
이 책의 출간을 너무 반가워하는 독자들의 대부분은 아마도 전작 쌍둥이별에 대한 충격과 감동에 의해서일것이다. 나 또한 19분이라는 제목아래에 적힌 저자의 이름을 보고 무조건 선택을 했으니까. 쌍둥이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번 19분도 흔히 생각할 수 없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소설을 읽는 내내, 그리고 다 읽고 난 후에도 어떤 결말이 옳은 것인지..도저히 예측할수도 없고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흔히 왕따라고 말하는 집단 따돌림에 의해 한 아이가 얼만큼 인생이 무너지고 그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경우,거의가 어릴때 처한 환경이 크게 영향을 끼친다. 작은 인구의 마을 스털링에서는 유치원때 친구들이 대부분 고등학교까지 주욱 같이 이어가게 되는데 이 마을의 소년 피터는 유치원 첫 등교날부터 친구들의 괴롭힘을 당하면서 이 같은 피해는 고등학교때까지 이어진다. 유일한 친구였던 조디마저도 점점 커가면서 피터와 똑같은 취급을 받을까 두려워 피터를 버리고 가해친구들과 가까이 하게 된다. 이러한 괴롭힘의 수위는 점점 높아가고 어느 순간 사춘기때 가장 예민한 부분을 타격맞은 피터는 결국 자신의 피해를 그치게 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게 된다. 분명. 10명의 친구를 잔인하게 총으로 쏴죽인 피터는 어느 누가 봐도 용서받을수 없는 가해자가 된것이다. 그러나. 피터가 왜 그러한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는지..어떻게 보면 피터도 피해자인것을... 마지막 부분까지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 예측불허. 그리고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는 내용전개. 뛰어난 심리묘사. 읽는 내내,작가는 어쩜 이렇게 사람의 감정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할수 있는것인지 절로 감탄이 나온다. 동감하는 부분이 너무도 많은것이다. 아마도 이 책도 영화로 나올것같다. 너무도 멋진 영화가 될듯.. 이제 나에게 조디 피콜트 라는 작가는 100% 믿을만한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연이어 나온 두작품 모두, 어느쪽이 나은지 판가름할수 없을정도로 수작이라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