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를 닮아서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반수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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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과 벤쿠버..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 두 장소. 두 단어의 사이에 반수연이라는 작가가 있다.

유년시절을 보낸 통영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에 도시의 대학으로 탈출, 결혼 후 1998년 벤쿠버로 떠났고, 그렇게 시작된 이민생활이 어느덧 24년째. 이민 초기에 막연하게나마 품었던 계획과 기대와 설렘은 인생의 모든 것이 그렇듯, 뜻대로 되지 않은 채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혹독한 이민 1세대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그 곳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었고, 저자 부부도 이제 어느정도 안정되고 여유로운 중년의 삶을 살고 있다. 그동안 3차례나 재외동포문학상도 수상하셨고 소설책도 내셨다고 한다.

 

저자의 글에서 이민자의 애환이 너무도 잘 느껴진다. 영어가 서툴러 벌어졌던 많은 헤프닝들..당당하게 항의하고 주장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저 연신 Sorry, Thank you, Goodbye 만 내뱉어야 했던 약자의 입장..글들이 너무 재밌어서 웃음이 나는 장면도 많지만, 그 당시 상황에서였다면 결코 웃기는 상황은 아니기에 마음 한 켠 찡함이 느껴진다.

정말 글을 맛깔스럽게 잘 쓰신다. 술술 읽히는데 결코 가볍지 않고 독자의 마음을 훅 끌었다 놓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분명 슬프고 힘들고 억울하고 비굴한 상황인데, 그걸 아주 자연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는다. 그래서 독자들이 참 마음 편하게 저자의 삶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제목만 보고는 그저 일상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인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보물같은 에세이를 만났다.

 

벤쿠버에서의 혹독한 이민생활, 그리고 통영에서의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 아버지의 투병생활과 죽음, 그 이후 악착같이 살아나간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최근 한국에 머물면서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 등을 읽어내려가면서, 한국에서는 재외국민으로서, 그리고 벤쿠버에서는 이민자로서 그 어느 쪽에도 완벽히 속할 수 없는 상황에 다소 맘이 아프고 안스러운 마음도 든다. 그래도 지금까지 고생한 만큼 저자 부부가 앞으로는 캐나다에서 건강하게, 누리며 여유로운 삶을 사셨음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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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출판 - 작은 출판사를 꾸리면서 거지 되지 않는 법 날마다 시리즈
박지혜 지음 / 싱긋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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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업종이 다 그렇지만 난 출판업계가 이 정도로 빡세고 치열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인스타나 블로그에서 매일 만나는 크고 작은 출판사의 카드뉴스라던지 신작소개라던지 이벤트 등의 내용은 책을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써 그저 반갑기만 한 글들이다. 가끔은, 이런 출판사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참 좋겠다..왠지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책도 실컷 볼 수 있을 것 같고..등등..이제 보니 참으로 아주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였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1,2위를 다투는 대형 출판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저자가 1인 출판사 창업을 한 후, 1년동안 몸소 겪은 치열한 출판업 세계를 너무도 리얼하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법인회사로 시작해서 휴먼큐브라는 출판사에서 제작,마케팅 등 전반적인 모든 것을 관리해 주었는데, 단순히 처음부터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하는 창업 시스템 말고, 이렇게 법인을 차리는 안 외에도 취업 후 팀장급으로 일하며 브랜드를 만드는 안, 대형 출판사의 시스템을 빌려 쓰면서 일정 기간 내 순익달성의 합의를 세운 후 대표직함으로 책을 만드는 시스템( 임프린트 설립)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출판업계에서 기획과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알게 되었다. 집필 기간이 오래 걸리는 국내서보다 외서 출간이 창업초기에는 여러모로 유익할 수 있지만, 이것 또한 저자가 직접 국내에서 홍보할 수 없다는 단점 등 만만치 않은게 사실이다.

1년에 출판하는 수십종을 모두 통외주를 맡겨서 인쇄소에 나와서 표지를 볼 때에서야 무슨 책인지 처음 아는 출판사, 저작권 죽은 고전만 취급하면서 여러 번역본을 짜집기하는 출판사, 큰 노력 없이 빨리 출간해서 빨리 돈을 벌려고 하는 출판사 얘기를 들으면서, 가끔 맞춤법 교정이 전혀 안된 듯한 책이나, 여러번 반복되는 내용 혹은 문장연결이 너무 형편없는 책을 읽으면서 정말 성의없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신기하게도 여전히 꾸준히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나 유튜버를 저자로 내세우는 것이 요즘 출판업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슬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이 예전에 비해 너무도 쉽고 다양해서, 자칫 깊이없는 책들이 난무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시간이 흘러도 계속 곁에 남을 수 있는 책을 만나고 싶은데 요즘은 너무도 상업적이고 자극적이고, 한번 읽고 잊혀지는 책들이 참 많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독자 가운데 출판사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조금 주저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최소 5년 이상의 경험을 가지고 확실한 기획력이 있을 때에만 일단 고려만 해보라고 할 정도이니..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멀리깊이 출판사의 작년 1년 결산표는, 출판사를 운영하는데 어느 정도의 비용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참 소중한 자료였다. 일반인이 이런 자료를 접하기는 쉽지 않기에 이런 부분까지 오픈해준 저자가 새삼 고맙다.

 

그 동안 참 궁금했던 출판업계의 자세한 부분과 내가 읽는 책이 나오기까지 거쳐야 하는 현실적인 부분이 참 리얼하게 와 닿았다.

< 날마다. 북디자인 > 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더욱 궁금해지는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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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황시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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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저자에게 닥친 불행이 실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과 불행이 너무 한순간에 교차되어서 정말 마음이 아프다.

 

문학상 수상과 기다리던 첫 책의 출간으로 작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의 어느 봄날, 저자는 달빛이 환하게 비치던 밤에 동료들과 숲길을 산책하던 중 난간 없는 다리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겪게 된다. 그 사고로 척추가 부러지고 하반신 마비 판정, 뒤이어 신경병증성 통증을 앓게 된다.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게 꼬일 수가 있을까?

처음 사고가 나고 10여년 동안 저자가 감내해야만 했던 고통의 시간들이 너무 맘이 아프다. 그 어떤 것보다 가장 견디기 힘든 문제. 바로 대소변을 스스로 처리할 수 없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불시에 닥치는 이러한 상황 앞에서, 저자는 아무리 마음을 강하게 먹으려 해도, 한순간에 무너져버린다. 활동지원사분한테조차 부담시킬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저자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분은 바로 엄마이다. 엄마한테 한없이 죄송스럽기만 하고 엄마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저자의 미래에 대한 불안 또한 커져만 간다. 어느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신경병증성 통증의 강도는 산통(초산)을 1-10까지의 통증 지수 중 7로 잡을 때, 이 통증은 8,9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통증을 뇌에서 잘못 인지해서 일어나는 거라고 한다. 하반신 마비인데 어떻게 이런 통증을 겪게 되는걸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아!! 실체하지 않는 통증이라니..더 마음이 아프다.

 

책을 통해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으로 살면서 감내해야만 하는 수많은 심리적, 육체적 고통들을 마주하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에 장애인 주차장을 갖춰놓고, 정작 지하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니..공연장 장애인석에 한가득 짐을 쌓아놓다니..저자를 비롯한 장애인들에게 대놓고 비하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생각이 박힌 사람들인가..병원에서 하반신 마비 환자가 관장할 수 있는 장소가 기껏해야 복도 끝 비상계단참이라니.. 그것도 겨우 두단짜리 파티션으로 침대만 가리는 수준으로..환자의 기본 인권을 어떻게 이렇게 철저히 무시할 수가 있을까..읽는 내가 더 화가 나 미치겠더라.

 

당연히 있어야 할 다리에 난간이 없어 추락하는 큰 사고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한창 젊은 나이에 하반신 마비 판정으로 1급 장애인이 되었는데 그 어떤 보상과 사과도 받을 수 없었다니...나는 이 부분은 당연히 해결되고 보상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저자는 하지절단된 환자를 보면서 잠시나마 부러워했다고 한다. 차라리 하지절단되면 재활치료 후에 의족을 이용해서라도 걸을 수 있기에...계속 마음 아프면서 읽게 되지만, 그래도 수없이 좌절하는 가운데서도 그런 모든 것을 숨기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던 저자의 도전을 보면서 정말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히 저자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저자가 이렇게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것은 그나마 정말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많이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많이 힘드시겠지만 지금까지처럼 강한 인내력으로 삶을 지배하실 수 있기를...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저자에게 많은 용기와 격려를 보내드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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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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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죽음과 관련된 책을 연이어 읽어서 잠시 이 주제는 접어두자 싶었는데 우연치 않게 이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다행히 표지가 참 예쁘고 밝아서 분위기가 많이 무겁지는 않겠구나 싶기도 하고, 이러한 주제를 소설로 만나보는 건 극히 드물기에 왠지 궁금하기도 하다.

 

데드모닝이라는 특수청소 전문회사에서 죽은 자들의 공간을 청소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죽음의 현장과 그 곳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강하게 전달된다. 동시에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결국에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따스함도 느껴진다.

소설이라고 조금 가볍게 생각했는데, 특수청소의 현장 묘사와 청소 방법이 생각외로 너무도 자세하고 리얼하게 묘사되어서 언뜻 소설이 아니라 이 직업에 대한 에세이를 읽는 착각마저 든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삶의 목표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던 20대 청년 와타루가 우연한 기회에 데드모닝 회사에서 알바를 하게 되면서 겪는 충격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간단한 알바라고 생각하고 도전했던 보통의 사람이라면 단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가버리지 않을까..시체에서 나오는 구역질나고 형용할 수 없는 악취, 시체에서 들끊는 구더기와 벽에 잔뜩 붙어있는 파리알들, 다다미방에 깊이 배어버린 피와 시체에서 나온 액체 성분들..글로 읽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끔찍한 현장에서의 업무가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다.

그렇게 누군가의 흔적을 지워나가는 과정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 누군가를 애도하고, 죽은 이의 유품을 소중히 다루고, 마지막 하나까지 진정성 있게 대하는 데드모닝 직원들을 보면서, 이런 분들이 있어서 비록 외롭게, 고통스럽게 떠나간 이들도 마지막 길은 결코 외롭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죽음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 특히나, 특수청소 전문가 분들이 더더욱 존경스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삼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도 일깨워주니, 삶이 지루하고 삶의 의욕을 상실한 분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정말로 사랑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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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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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에서 출간되는 영미소설 특히 스릴러는 가장 마지막에 읽었던 << 베러티 >> 를 포함해서 거의 다 만족하며 읽어왔던 터라, 이번 신간도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다.

고스트 라이터. 제목만 보면 언뜻 무슨 뜻인지 감이 안 오는데 원제는 ' The GhostWriter' 즉, 대필 작가라는 뜻이다.

'유령 작가' 라는 영화도 있는데 그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일까...내심 궁금해지는 소설일세 !!

 

15권의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 최고의 작가 헬레나 로스가 이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되었을 때의 나이는 고작 32살이다.

그리고 그 젊은 나이에, 모든 것을 앗아가게 되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과 함께 3개월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죽음을 앞둔 그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하고자 하는 일은, 4년 전 죽은 남편과 자신의 어린 딸에 대한 진실을 책으로 만드는 일이고 자신이 이 작업을 소화해내지 못하기에 대필작가를 원하는데, 그 대상은 뜻밖에도 그녀가 왕성한 활동을 하던 때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작가이다. 그리고 그녀의 제안을 위해 그녀의 집을 방문한 이 대필 작가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남성 작가였다.

 

이렇게 시작된 헬레나와 대필 작가와의 작업의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들 속에서 서로의 상처와 비밀을 조금씩 공유하게 되고 이해하면서 우정이 싹트게 된다. 이와는 별개로 헬레나가 쓰고자 하는 가족의 비밀. 헬레나 자신이 인생 최고의 거짓 이야기를 꾸며왔다고 말하는 그 거짓말이 굉장히 궁금한데 여간해서는 힌트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그리고 가장 마지막 한 장에 적힌 ' 헬레나 로스 (1984-2017) ' 라는 단어를 본 순간 헬레나 로스가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실존하는 인물이라는 착각이 들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전반적인 스토리 가운데서도 독자로 하여금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라는 궁금증을 끊임없이 자아내게 만들면서, 막판에 한방을 터트리는 결말을 선사하는데, 기존 미래지향 소설들처럼 이 책도 빠른 속도로 읽힌다.

이 책을 ' 어둡지만...아름답다...' 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슬픈 스릴러 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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