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황시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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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저자에게 닥친 불행이 실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과 불행이 너무 한순간에 교차되어서 정말 마음이 아프다.

 

문학상 수상과 기다리던 첫 책의 출간으로 작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의 어느 봄날, 저자는 달빛이 환하게 비치던 밤에 동료들과 숲길을 산책하던 중 난간 없는 다리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겪게 된다. 그 사고로 척추가 부러지고 하반신 마비 판정, 뒤이어 신경병증성 통증을 앓게 된다.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게 꼬일 수가 있을까?

처음 사고가 나고 10여년 동안 저자가 감내해야만 했던 고통의 시간들이 너무 맘이 아프다. 그 어떤 것보다 가장 견디기 힘든 문제. 바로 대소변을 스스로 처리할 수 없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불시에 닥치는 이러한 상황 앞에서, 저자는 아무리 마음을 강하게 먹으려 해도, 한순간에 무너져버린다. 활동지원사분한테조차 부담시킬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저자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분은 바로 엄마이다. 엄마한테 한없이 죄송스럽기만 하고 엄마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저자의 미래에 대한 불안 또한 커져만 간다. 어느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신경병증성 통증의 강도는 산통(초산)을 1-10까지의 통증 지수 중 7로 잡을 때, 이 통증은 8,9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통증을 뇌에서 잘못 인지해서 일어나는 거라고 한다. 하반신 마비인데 어떻게 이런 통증을 겪게 되는걸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아!! 실체하지 않는 통증이라니..더 마음이 아프다.

 

책을 통해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으로 살면서 감내해야만 하는 수많은 심리적, 육체적 고통들을 마주하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에 장애인 주차장을 갖춰놓고, 정작 지하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니..공연장 장애인석에 한가득 짐을 쌓아놓다니..저자를 비롯한 장애인들에게 대놓고 비하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생각이 박힌 사람들인가..병원에서 하반신 마비 환자가 관장할 수 있는 장소가 기껏해야 복도 끝 비상계단참이라니.. 그것도 겨우 두단짜리 파티션으로 침대만 가리는 수준으로..환자의 기본 인권을 어떻게 이렇게 철저히 무시할 수가 있을까..읽는 내가 더 화가 나 미치겠더라.

 

당연히 있어야 할 다리에 난간이 없어 추락하는 큰 사고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한창 젊은 나이에 하반신 마비 판정으로 1급 장애인이 되었는데 그 어떤 보상과 사과도 받을 수 없었다니...나는 이 부분은 당연히 해결되고 보상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저자는 하지절단된 환자를 보면서 잠시나마 부러워했다고 한다. 차라리 하지절단되면 재활치료 후에 의족을 이용해서라도 걸을 수 있기에...계속 마음 아프면서 읽게 되지만, 그래도 수없이 좌절하는 가운데서도 그런 모든 것을 숨기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던 저자의 도전을 보면서 정말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히 저자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저자가 이렇게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것은 그나마 정말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많이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많이 힘드시겠지만 지금까지처럼 강한 인내력으로 삶을 지배하실 수 있기를...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저자에게 많은 용기와 격려를 보내드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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