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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막이 오른다 - 초원에서 찾아낸 12개의 이야기
김주연 지음 / 파롤앤(PAROLE&)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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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이 초반부터 끌린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나에게는 그다지 매력 있는 책은 아니었다. 제목도 조금 딱딱하고, 크게 관심가는 지역도 아니라 스쳐 지나갈 뻔 했던 책이다.
그런데 우연히 저자의 다른 작품을 검색하다 보니, 이 책이 시리즈로 나온 3번째 책이라는 사실과 기존 2권의 책의 평이 상당히 좋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호기심으로 읽게 된 책이다.
다 읽고 나서, 이 책을 알게 된 사실에 진심 감사하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음 수많은 다른 책처럼 모르고 지나쳤을게 분명한데..
읽는 내내 저자가 글을 참 잘 쓰신다는 생각이 드는데, 본인의 해박한 지식을 참으로 정갈하고 잘 다듬어진 문체로 풀어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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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5개국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가운데 마지막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비자발급도 필요하고 입국절차도 까다로워 이번 책에서는 다루지 못했다고 한다.
OOO탄이 붙는 나라는 그 곳이 그 곳 같고 아는 게 거의 없는데, 사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읽는 도중에도, 내가 지금 읽는 나라가 무슨 OOO탄이었지.. 하면서 계속 앞을 뒤적이며 읽게 되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런 부분보다는, 중앙아시아의 복잡다단한 역사와 그로 인해 묘하게 뒤섞인 민족의 구성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고, 이들의 뛰어난 문화와 예술,과학의 수준을 알고 나서는 너무도 무지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중앙 아시아의 건축물들이 이렇게나 아름다울 줄이야.
코발트빛의 돔이나 모스크의 격자문도 정말 예쁘고, 청색의 모자이크가 아주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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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의 유일한 자치공화국인 카라칼파크스탄의 수도 누쿠스는 사막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데 이 곳에 있는 ' 사비츠키 미술관 '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나 흥미로웠다.
'사막의 루브로'로 불리는 이 미술관은 하루종일 관람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규모와 수준이 엄청나다고 한다.
이 미술관은 러시아의 고고학자이자 화가였던 사비츠키에 의해 탄생되었는데, 그는 스탈린의 반민족주의 엄격한 정책의 눈을 피해, 2천키로나 떨어진 모스크바와 누쿠스를 오랜 기간 오가며, 두려워하는 주민들을 끊임없이 설득해 언제 폐기되거나 사라질지 모르는 걸작들과 유물들을 차곡차곡 이 사막의 도시에 숨겨두었다.
한 사람의 이렇듯 목숨을 건 열정과 노력으로 4만 점의 예술품들이 보존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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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소개된 인물이나 장소가 궁금해서 좀 더 검색해 보니,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이 너무도 많아 깜짝 놀랐다. 그동안 내가 너무 서양 위주의 역사만 접해왔던 탓일까..그들보다 훨씬 앞서간 인물들에 대해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티무르 제국의 통치자이자 천문학자였던 '울루그베그'는 코페르니쿠스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을 측정한 인물이라고 한다. 울루그베르 천문대에서 측정된 태양과 별의 운행 기록은 오늘날 정밀 기기로 계산한 것과도 거의 같을 정도로 정확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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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자이자 철학자인 '이브 시나'는 알코올을 소독제로 추천한 최초의 의사였고, 그의 저서인 < 의학정전 > 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학사상 가장 유명한 단행본으로 손꼽힐 정도라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로 친밀한 단어인 '알고리즘'이라는 용어는 이 중앙아시아 출신의 수학자인 알콰리즈미의 이름에서 연유되었고, 그는 또한 대수학을 '자브라'라 명명했는데, 이는 후에 대수학이라는 뜻의 영어 '알지브라'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
스탈린의 민족분리정책에 의해 민족이 뒤죽박죽 섞인 상태로 국경이 그어진 중앙 아시아.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고려인'이라는 우리의 민족이 깊게 뿌리내려져 있기에 어쩌면 더 친숙하고 깊이 있게 알아야 할 이 곳이, 우리에게는 너무도 멀고 낯선 땅으로 인식되어져 있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깝기만 하다.
아 !!!! 이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픈 내용들이 너무 많은데, 서평으로 다 얘기할 수 없어서 참으로 아쉽다.
확실한 건, 이 책을 읽고 나면 분명 중앙아시아는 더 이상 미지의 세계가 아닌, 더 파고 들고 알고 싶어지는 매력있는나라들이라는 사실이다.
많은 것을 알게 해 준 정말 고마운 책이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