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뉴욕 수업 - 호퍼의 도시에서 나를 발견하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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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치열하고 숨가쁘게 살아왔던 14년의 직장생활에서 1년의 해외 연수 기회가 주어진 저자가, 뉴욕에서 1년을 생활하며 보고 느끼고 경험한 뉴욕 생활기이자 다양한 미술작품에 대한 소개도 들어있는 미술 에세이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몇 개만 알고 있는 나로써는, 이 책에서 많이 소개되고 있는 호퍼의 다양한 그림들과 실제 뉴욕에서 그 그림들을 마주하며 느끼는 저자의 감상이 참 좋았다. 저자처럼 나 또한 예전에는 호퍼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은 호퍼의 그림을 다시 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비싸기로 유명한 맨하튼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며, 방 2개짜리 아파트에서 4명이 쉐어해서 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들이 책의 처음에 등장한다.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인종차별의 경험, 선진국 미국에 대해 갖고 있던 환상과 거주민으로서 느끼게 된 미국의 실상 등의 이야기도 함께 한다. 다양한 문화활동과 강좌, 수업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읽으면서 저자가 글을 참 공감가게 잘 쓴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감성적이면서도 냉철하고, 무덤덤한 듯한 문장 안에서도 맘에 와 닿는 표현들이 참 많다. 여행자였을 때에는 신기하고 흥미로웠던 풍경들이 거주자가 되자 불편함으로 바뀌고, 여행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것이 좋았지만 거주자 입장에서는 익숙한 것이 좋다는 저자의 말은, 외국생활을 오래 했던 내가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오랜 세월 바쁜 직장생활과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저자에게 1년이라는 시간은 일에서 벗어나고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기대로 시작된다. 그러나, 뉴욕에서도 여전히 한국에서의 나처럼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목적없이 뉴욕거리를 걷는 순간순간이 문득 불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직장인들에게 1년간의 자유시간과 거기에 더해 해외생활까지 주어진다는 것은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일 수 있지만, 초기에는 저자처럼 회사와의 분리불안을 겪는다고 한다. 아무도 찾지 않고, 울리지 않는 핸드폰..일 중독자인 한국의 직장인들이 이러한 자유의 시간에 익숙해지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다.

 

외국생활에 대한 이야기, 그림을 좋아하고 예술적인 감상을 좋아하는 독자가 읽으면 특히 좋을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은, 어느 순간 뉴욕의 맨하튼 속 자신을 상상하며 낯선 곳에서의 설레임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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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는 사람들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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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와 SNS 인플루언서, 여기에 긴박한 인질협상의 상황을 다룬 600여 페이지 분량의 < 따르는 사람들 > 은 단 이틀만에 완독할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한 스릴러이다.

인질협상하면 딱 떠오르는 유명한 영화 < 네고시에이터 > 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자칫 잘못하면 한순간에 인질범과 인질로 잡힌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 인질범의 책임은 정말 막중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애비 멀린은 뉴욕 경찰 최고의 인질협상가이다.

그녀에게는 어린 시절 사이비 종교의 폐쇄적인 집단활동으로 인한 끔찍한 사건의 트라우마가 있는데, 그런 애비에게 어느 날 이든이라는 여성으로부터 납치된 어린 아들 네이선을 구출해달라는 도움의 전화를 받게 되고, 그 여성은 다름 아닌 어린 시절 그 사건에서 자신과 함께 살아남은 생존자 가운데 한 명이다. 잊고 싶은 과거로부터 탈출하고 싶지만 한 어린아이의 목숨이 달린 사건이라 애비는 네이선 납치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이 납치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이든이 다시 몸담았던 한 사이비 종교의 성착취, 노동착취, 세뇌교육,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환경 등의 문제점과 이든의 10대 딸 개브리엘의 경우를 통해 알 수 있는 인플루언서의 집착과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 등 현실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이 전개된다. 여기에 더해 탁월한 인질협상가답게 애비가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고 유도하는 과정과 인질 구출 작전에서의 긴박감 등 그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다.

 

마이크 오모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데, 굉장한 흡인력과 탄탄한 스토리에 감탄하며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끔찍한 장면 없이 스릴 넘치고,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장면들 덕분에 주인공들이 굉장히 친근하게 느껴지고,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무겁게 끌고 가지 않아 더욱 맘에 든다.

2편은 반드시 나올 수 밖에 없는 결말에 애가 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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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살 할머니도 씩씩하게 살고 있습니다
오사키 히로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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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살 할머니가 어쩜 이렇게 건강하고 씩씩하게 생활하실 수 있을까?

내가 89살이 되어도 히로코 할머니처럼 매일매일을 감사하며 즐겁게 지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 그게 또 그렇게 어려운 것 같지 않아 보여서 그나마 참 다행이다.

 

히로코 할머니의 삶을 바꿔놓은 것은 바로 트위터이다.

SNS의 병폐에 대한 무수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또 너무도 고마운 SNS 가 아닐 수 없다.

78살에 런던에 사는 외동딸의 권유로 인터넷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딸과 매일 무료통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전에 가입만 했던 트위터에 하나의 글을 올린 것이 엄청난 전파를 타면서 팔로워 수도 급증, 그 후 트위터는 히로코 할머니의 일상이 되었고, 매일매일 일상을 올리며 팔로우들과 소통을 하며 정말 행복하게 지내신다고 한다.

 

젊을 때는 이혼 후 혼자 딸을 키우면서 많은 고생을 했고, 50대에는 자궁근종, 70대에는 위암에 걸렸고 오히려 지금이 훨씬 더 건강하다는 히로코 할머니. 집근처 공원에서 매일 8천보를 걸으며 태극권을 배우고, 꽃꽂이와 바느질, 마작을 취미활동으로 하면서, 한국 드라마와 BTS에 푹 빠져 사는 히로코 할머니를 보면서 정말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이라는 생각도 들고, 깔끔한 집안 사진만 봐도 굉장히 단아한 분이라는게 느껴진다.

 



 

 

사실 이 책의 제목만 보고 80대이신 엄마에게 권해주고 싶었는데, 막상 읽고보니 나한테도 너무 많은 도움이 되는 고마운 책 !!!

그리고 엄마와 너무 비슷한 부분이 많아 엄마도 많은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이 들면서 한두가지 취미생활을 갖는게 좋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고, 긍정적 마인드 요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도 다시 한번 !!!

다가올 노년이 두려운 중년의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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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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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책 매니아인 나에게 100페이지 분량밖에 안 되는 이 소설이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감동은 그 어떤 두꺼운 책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신선함 그 자체이다. 5월 말 개봉될

< 말없는 소녀 > 의 원작소설이라 기대하긴 했었지만 처음에는 의외의 두께에 놀랐고, 그 담에는 책이 담고 있는 분위기에 놀랐다.

 

1980년대 초 아일랜드의 시골을 배경으로, 소설에서는 정확한 나이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6-8살 정도일꺼라 생각되는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넉넉치 못한 환경에 엄마가 다섯째 아이를 임신하는 바람에 소녀는 한번도 본 적 없는 먼 친척부부에게 맡겨지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 친척집에서 지냈던 여름 한 때의 짧은 기간이지만, 소녀는 그 짧은 기간동안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사랑'과 '보살핌'을 한껏 맛보게 된다.

 

한번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던 아빠, 아이들 뒤치닥거리에 온종일 집안일에 치여사는 엄마와는 다르게 친척부부는 소녀에게 진심어린 애정의 손길을 건넨다. 자연을 한껏 느끼고 묘사하는 소녀의 감정, 소녀가 바라보는 주변의 모든 상황이 어린아이다운 순수한 눈길로 표현되는 소녀의 독백을 따라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다.

 

내용을 전혀 모르고 시작한 나는 전혀 반대의 상황을 예상했더랬다. 맡겨진 집에서 구박을 당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는 그런 이야기?

그런데 소설은 너무도 아름답게 흘러간다. 그리고 잔잔하게 흐르는 이야기 속에는 예상 외의 아픔도 담겨있고, 한순간 가슴 철렁 내려앉는 짧은 장면도 등장한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마무리는 꽤 여운이 남는데 역자의 말처럼 독자에 따라 해석하는 방향이 다를 수 있지만, 나는 내가 기대했던 방향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영화에서는 과연 어떤 결말로 마무리될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아마도 이 소설이 일반 장편소설의 분량이었다면 너무 늘어지거나 식상해졌을 수도 있다.

짧아서 오히려 더 매력있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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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 - 아주 작은 영양소가 촉발한 미스터리하고 아슬아슬한 500년
스티븐 M. 사가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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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너무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정말 당연시 여겨왔던 비타민 C.

이 비타민 C의 결핍으로 인해 과거에는 끔찍한 고통으로 엄청난 사람들이 죽어갔다는 사실 또한 거의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이번에 한빛비즈 출판사에서 출간된 < 조금 수상한 비타민 C의 역사 > 를 통해, 비타민 C 결핍으로 인한 질병과 죽음의 역사, 지금의 비타민 C가 자리하기까지의 과학사의 진보, 그리고 현대의 비타민 C의 과잉섭취에 이르기까지..새롭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참 많고 올바른 비타민 섭취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과거 선원들은 한번 출항하면 최소 몇 달은 배 안에서 생활해야 했기에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지 못했던 이들을 가장 괴롭혔던 질병 중 하나는 바로 괴혈병이었다. 이 질병의 원인을 단지 더러운 환경, 습한 공기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육지에서 오렌지를 먹은 후 괴혈병의 증상이 현저히 완화되는 현상을 보고 어느 정도 오렌지의 효능을 알아채긴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하급선원에게만 발병되었던 이 괴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추가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찬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또한,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오렌지의 항괴혈병 효과가 발견된지 무려 400년이 흘렀음에도 전문가들은 여전히 이 괴혈병의 근본적인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처음에는 영양소 부족으로 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 자체를 상상할 수도 없었거니와, 몇몇 인물에 의해 오렌지의 효과를 알게 되었지만 구리관을 거쳐 병에 담기거나, 뜨겁게 가열함으로써 항괴혈병 효능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몰랐던 당시에는, 이런 경우 괴혈병에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괴혈병의 원인에 있어서도 곡물 위주 식단을 섭취했을 때 괴혈병이 걸린다는 실험과정에 있어서도, 비타민 C를 체내애서 합성할 수 있는 쥐를 실험대상으로 했을 때와, 인간처럼 스스로 비타민 C를 합성할 수 없는 기니피그로 실험했을 때의 결과가 달랐기에 이 또한 과학자들의 혼란을 야기시킨다. 포유동물마다 필요한 필수영양소가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과학자들에게는 열린 사고방식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는 부분이다.

 

이 새로운 질병이 ' 영양결핍 질환 ' 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정착하기가 어려웠던 시대에, 연구자의 위치에서 이러한 편견을 버리고 이론에서 벗어나 과학적 증거를 검토했더라면 괴혈병의 흑역사는 좀 더 빨리 막을 내렸을 것이다.

 

이렇듯 과거에는 비타민 C의 결핍으로 죽음에까지 이르게 됐지만, 현대에는 비타민 C의 과잉섭취로 다시 인간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저자는 비타민과 영양제가 하나의 상품으로 포장되고 엄청난 규모로 산업화된 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평균 식단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필요한 비타민 C의 섭취량은 충분하고, 신체 기관내의 저장고가 모두 채워지면 나머지 비타민은 모두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한다.

더불어, 소비자는 장기 복용 안정성에 관한 정보를 거의 제공받지 못하고 있으며, 과학적 데이터에 대한 신빙성도 부족, 대부분은 감독이 허술한 중국공장에서 생산된다는 점, 부작용에 대한 보고도 조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위적인 영양제가 아닌, 자연에서 난 채소와 과일이 가장 좋다는 사실 !!

'비타민과 영양제 산업은 헬스케어 산업의 무법천지' 라는 저자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비타민 C의 500년 역사에 대해, 그리고 비타민 C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 흥미로운 세계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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