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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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책 매니아인 나에게 100페이지 분량밖에 안 되는 이 소설이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감동은 그 어떤 두꺼운 책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신선함 그 자체이다. 5월 말 개봉될

< 말없는 소녀 > 의 원작소설이라 기대하긴 했었지만 처음에는 의외의 두께에 놀랐고, 그 담에는 책이 담고 있는 분위기에 놀랐다.

 

1980년대 초 아일랜드의 시골을 배경으로, 소설에서는 정확한 나이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6-8살 정도일꺼라 생각되는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넉넉치 못한 환경에 엄마가 다섯째 아이를 임신하는 바람에 소녀는 한번도 본 적 없는 먼 친척부부에게 맡겨지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 친척집에서 지냈던 여름 한 때의 짧은 기간이지만, 소녀는 그 짧은 기간동안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사랑'과 '보살핌'을 한껏 맛보게 된다.

 

한번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던 아빠, 아이들 뒤치닥거리에 온종일 집안일에 치여사는 엄마와는 다르게 친척부부는 소녀에게 진심어린 애정의 손길을 건넨다. 자연을 한껏 느끼고 묘사하는 소녀의 감정, 소녀가 바라보는 주변의 모든 상황이 어린아이다운 순수한 눈길로 표현되는 소녀의 독백을 따라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다.

 

내용을 전혀 모르고 시작한 나는 전혀 반대의 상황을 예상했더랬다. 맡겨진 집에서 구박을 당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는 그런 이야기?

그런데 소설은 너무도 아름답게 흘러간다. 그리고 잔잔하게 흐르는 이야기 속에는 예상 외의 아픔도 담겨있고, 한순간 가슴 철렁 내려앉는 짧은 장면도 등장한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마무리는 꽤 여운이 남는데 역자의 말처럼 독자에 따라 해석하는 방향이 다를 수 있지만, 나는 내가 기대했던 방향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영화에서는 과연 어떤 결말로 마무리될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아마도 이 소설이 일반 장편소설의 분량이었다면 너무 늘어지거나 식상해졌을 수도 있다.

짧아서 오히려 더 매력있었던 소설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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