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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수첩 - 맛 평론의 원류 언론인 홍승면의 백미백상
홍승면 지음 / 대부등 / 2023년 5월
평점 :
원조 맛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1976년부터 돌아가시기 전인 1983년까지 '주부생활' 에 연재한 글들이 재정비되서 나온 책이다.
책도 책이지만 먼저 저자의 약력에 굉장히 눈길이 갔는데, 한국일보,동아일보의 편집국장,논설위원을 지내신 지성인이셨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칼럼니스트셨다고 한다. 유신시절 언론탄압에 의해 언론계를 그만두시고 그 후 음식에 대한 글들을 쓰셨다고 한다.
책의 서두에도 적혀 있듯이, 이 책을 읽다보면 40-50년 전 글이라 어딘가 옛스런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왠지 이런 느낌이 상당히 좋았다. 투박하고 살짝 촌스런 문장을 마주하게 되는데 감칠맛도 나고, 된장 고추장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한식에 대한 책이다.
신선로를 잘 모르는 젊은 주부들에게, 남편을 모르모트로 삼아 실험하는 것이 미안할지라도, 다양한 시도로 트라이해보라고 말하는데, 40-50년 전 젊은 주부들이 신선로를 잘 모를 정도이니, 지금의 젊은 주부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나는 젊은 주부가 아닌데도 신선로라는 단어만 알 정도이니..
엄마가 만드시는 빈대떡을 참 좋아하는데, 이 책을 통해 옛날 흉년이 들었을 때 서울에서 부자들이 성문에 빈대떡을 한가득 실어서 난민들에게 던져주었던 유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저 서울사람들에게는 보잘 것 없었던 이 빈대떡이 해방 후 월남한 이북사람들에 의해 비로소 다양한 재료를 넣어 뜨끈뜨끈하게 먹는 '맛있는' 음식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고 한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지만 빈대떡도 죽을 것 같지 않다는, 노병은 그저 사라질 뿐이라지만 빈대떡은 그저 사라질 것 같지도 않다는 저자의 입담이 참 유쾌하기 그지 없다.
이 책에서는 두릅, 쑥, 마, 더덕, 구절판과 신선로, 약밥, 강정, 오이소박이, 화채, 족편, 추탕, 꼬리곰탕, 순대 등 우리의 한식, 잊혀진 한식과 지금도 사랑받는 한식에 대한 유례와 인문학적인 사색을 구수하고 찰진 문장들로 이야기하고 있어, 더할 나위 없이 배부른 독서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