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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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아들과 함께,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그리고 너무도 정겨운 표지 그림까지..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아들과 함께 파리 여행을 한 내용이구나!! 싶었는데, 정확히는 싱글 파파가 된 저자가 14살 아들이 2022년 18살이 될 때까지의 파리생활을 담은 에세이이다.

부러움은 잠시 접어두고 !! 여행이 아닌 생활. 그것도 싱글 파파가 된 직후의 아빠와 사춘기 아들이 함께 하는 해외생활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꺼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부자지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지고 따스함이 묻어난다.

저자인 아빠가 요리를 참 잘하고, 뮤지션이자 작가이다보니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통사(음악)가 있다는 점도 한 몫 하는 듯 하다.

보통의 아빠라면 인스턴트 음식이 대부분이거나, 아들을 위해 어설프게 요리를 배울지라도 따스한 식탁의 온기를 전하기에는 왠지 부족했을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집에서 만든 맛있는 요리와 더 나아가 함께 만드는 요리가 가족간의 관계를 얼마나 친근하게 맺어주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

 

친척도, 형제도 없는 파리에서 사춘기 아들을 혼자 키워내는 싱글파파의 불안하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한 마음이 매 페이지마다 전해진다. 아들은 아빠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공부도 잘하고 올곧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주욱 프랑스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어쩌면 일본인보다는 프랑스인에 더 가까울 수도 있겠고, 아빠와의 대화도 주로 프랑스어로 하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기성세대인 아빠와 큰 갈등없이(물론 책에 씌여진 에피소드 외에도 일상에서 소소한 대립이나 갈등은 있게 마련이겠지만)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아빠의 부단한 노력과 희생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리사랑이라고, 아들은 이렇게 자신이 둥지를 틀 때까지 10년 후 일흔 살 때까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프랑스에서 살고, 열심히 일하겠노라고 다짐하는 아빠의 마음을 결코 헤아리지는 못할 꺼라 생각한다. 부모이기에 이해되는 저자의 그 마음에 왠지 찡하다.

 

이 책에서는 아들과의 알콩달콩 동거 이야기뿐만 아니라 파리에 오래 산 저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파리지앵의 모습들, 파리의 이면, 이들 부자의 주변에서 힘이 되어주는 이웃사람들간의 이야기 등 내가 좋아하는 외국생활의 이야기가 듬뿍 담겨 있어서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전체적으로 책의 분위기가 밝고 따스해서 더더욱 좋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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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 마을에서
사노 히로미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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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 '사노 히로미' 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주로 다루는 작가라고 하는데, 처음 만나보는 그의 소설 < 누군가 이 마을에서 > 가 상당히 재밌어서 기억하고픈 일본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하토하'라는 교외 고급 주택가는 안전하고 주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처음의 취지와는 다르게 점점 더 심한 규제와 압력, 강압적인 결속력 등으로 인해, 폐쇄된 마을 안에서 집단적 사고방식과 동조심리 등의 삐뚤어진 방향으로 흐른다.

그러던 중 그 마을에서 발생한 어린이 살인사건은 이러한 상황이 결과적으로는 최악으로 치닫는 시발점이 되게 된다.

 

그리고 19년이 지난 어느 날, 하토하 마을에서 소리소문도 없이 실종된 한 가족의 일원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등장하고, 이 여성과 함께 주인공인 법률 사무소 직원인 마사키가 실종가족을 찾기 위해 이 마을을 방문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마을에서 벌어졌고 은폐되어 왔던 끔찍한 사건들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읽으면서는 영화 '이끼'가 문득 생각나기도 한다. 물론 그 영화처럼 어두침침하고 음산한 분위기까지는 아니지만, 마을 전체가 뭔가 비밀스럽고 폐쇄된 분위기에서 뒤로 갈수록 집단광기라고까지밖에 느껴지지 않는 이들의 행동이 소름끼치기까지 하다.

내가 만약 하토하 주민이라면, 물론 그런 분위기가 싫어 그 마을을 떠나면 그만이지만 떠날 수 없는 상황에서라면 아마도 나라도 집단에서 찍히고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암묵적 동조를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그래서 더더욱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가는 이런 분위기가 무섭기만 하다.

 

참신한 소재는 아니지만 일단 가독성이 좋고 내용도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고 쥐어 짠 듯한 구성이 아니어서, 맘만 먹으면 하루종일 집콕하면서 완독하기에도 충분한 재미진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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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후쿠나가 다케히코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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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서 출판사에서 출간된 ' 전후 가장 아름다운 청춘소설 ' 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후쿠나가 다케히코의 소설 < 풀꽃 > 은, 표지가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분위기 있어서 '청춘소설' 은 그다지 즐겨 읽는 편이 아님에도 절로 읽고픈 마음이 들었다.

 

1954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저자가 폐결핵 치료를 위해서 7년 동안 요양원에서 지내는 동안 쓴 원고를 바탕으로 출간된 액자 형식의 소설이다. 이런 감정의 경험(특히나 10대 시절 동성의 후배에게 느꼈던 감정)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써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저미는 아련함과 섬세함이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인데 역시나, 이 소설은 저자의 자전적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는 두 번의 사랑이 등장하는데 열여덟 살 때 주인공이 사랑했던 대상은 실존하는 인물로, 저자가 실제로 그 후배를 사랑했던 감정은 소설에서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강렬했고, 비례적으로 그 후배가 겪어야 했던 부담감과 고뇌도 실제로는 더 컸다고 한다.

스물네 살 때 다가온 사랑의 대상 또한 실존 인물의 모습이 반영되고 있다.

 

이 소설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장에서는 주인공인 시오미와 같은 요양원에서 지내면서 알게 된 내가 '시오미 시게시'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나에게 맡기고 간 두 권의 노트의 내용은 2장과 3장에서 시오미가 화자가 되어 자신의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4장에서는 다시 현재의 내가 시오미의 노트와 연관된 인물과 연락이 닿게 되고 그 인물이 전하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요양원, 폐결핵, 전쟁, 강제소집, 죽음 등 이 소설에서는 어두운 요소가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고독' 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고독의 중심에는 주인공인 시오미라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다.

 

10대의 청춘 시절에 같은 동아리 후배를 사랑하게 되고 그 끝에는 ' 사랑도, 고독도, 집착도, 거절도, 결국에는 아무 의미도 없게 된다. ' 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큰 상처를 입게 되지만, 그 후배를 사랑했던 그 짧은 시간동안의 시오미는 그 애절한 감정만큼이나 조금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20대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하게 된 한 여성에 대한 시오미의 감정은 과연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시오미가 그 상대를 바라보는 그 시선은 상대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오미가 만들어 낸 '나'의 이미지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느끼게 했다면, 과연 시오미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무엇이었을까..새삼 궁금해진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 속 인물은 시오미도, 그가 사랑했던 후지키도 아닌, 바로 저자 후쿠나가 다케히코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느껴질만큼 저자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고독이 물씬 풍기는 사랑 이야기에 푹 빠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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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모사 1867 - 대만의 운명을 뒤흔든 만남과 조약
첸야오창 지음, 차혜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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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더 알고 싶은 마음에 다양한 세계사 책을 만나보고 있는데, 이번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된 < 포르모사 1867 > 은 제목부터 생소하고 내용도 지금까지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대만의 역사를 그리고 있어서 좀 고민이 되긴 했다.

그래도 두께도 거의 700 페이지에 달하는 벽돌책인지라 벽돌책 매니아로써 맘이 혹하기도 했고, 이번 기회에 대만 역사를 좀 알아가자는 마음에 도전을 해보게 되었다.

 

이 작품은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을 작품 속에 등장시키면서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씌여진 픽션에 속하지만, 대만에서조차 크게 거론되지 않았던 사건과 대만인들의 역사에서 거의 잊혀진 원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만역사를 모르는 나한테는 작품 속 이야기 중에서 픽션과 논픽션을 구분할 순 없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렵지 않게 씌여져 있어서 생각보다 술술 잘 읽힌다.

 

이 책에서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책의 초반에 등장인물이 아주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포르모사라는 단어가 뭘까 참 궁금했었는데, 16세기에 대만을 발견한 포르투갈인들이 그 섬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칭한 이름으로 '아름다운 섬'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1867년 이 포르모사에 '로버호'라는 미국인 배 한 척이 좌초되어 선원 10여명이 해안으로 들어왔는데, 이 섬의 원주민들은 예전에 서양인들에게 수많은 부족민들이 살해되었기 때문에 복수하기 위해 선원들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이 '로버호 사건' 으로 또한 미국은 복수를 위해 포르모사에 침략하게 되고 결국은 원주민에게 패배하는 굴욕을 맞이하게 된다. (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는다' '피는 피를 부른다' 는 옛말이 갑자기 생각나는 순간이다. )

이 후, 몇 년간 이들의 대립과 갈등이 이어지다 남갑지맹이라는 조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원주민 세력이 서양 국가를 상대로 대등한 관계에서 맺은 조약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조약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대립과 갈등을 보였던 다양한 부류의 원주민들이 외세열강앞에서는 뜻을 함께 해 결국 대등한 조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그런 위대한 원주민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대만 넷플릭스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겨우 까막눈에서 벗어나 대만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눈을 뜨게 된 기회가 되었고, 이제 포르모사, 남갑지맹 조약.같은 단어는 어느 순간에라도 내 눈에 쏙쏙 들어오겠지 !!! 드라마가 너무 궁금해진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소설이고, 또 나처럼 대만역사에 무지한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새로운 역사의 장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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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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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읽으신 분들이 정말 재밌다고 하셔서 내심 기대를 안고 읽었는데, 진짜 재밌다 !!!

전작이자 데뷔작인 < 이상한 집 > 도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재밌었는데, 이번 책은 그 이상의 재미를 보장해준다.

작품성이라던지 완벽한 트릭이 담긴 추리 미스터리소설은 아니지만, 나에게 재미를 안겨준 부분은 바로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의 스토리의 연결성이다.

 

처음에는 1장의 이야기가 끝나면서 2장에서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어라~단편이었어? 라는 약간의 당혹감이 들었다. 왜냐면 1장의 마무리가 제대로 뭔가 와 닿지가 않았기에..그대로 살짝 아쉬움을 남긴 채 다음 장의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알고 보니 단편처럼 느껴지는 장편소설인 거였다. 뒤로 갈수록 앞장의 이야기와 절묘하게 연결되어지고 마지막에 가서는 처음과 연결되는 그 구성이 아주 흥미진진하다. 깔끔하게 이해되지 않았던 1장의 마무리가 비로소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게 된다.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내심 감탄하면서 읽게 된다.

 

책의 두께는 얇은데다가 몰입감이 상당해서 다 읽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짧고 강렬한 소설 !! 이라는 느낌 !!!

나중에 범인이 밝혀지고 그 전모가 드러나면서는 범인이 자라온 환경에 맘이 좀 아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해서는 안되지.라는 생각과 함께 죄없는 희생자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다른 독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이 책에 담긴 그림들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림을 통해 추리해가는 과정도 재밌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각 장의 이야기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지어지는 그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가면과 온몸을 감싼 티셔츠, 변조된 목소리로 성별조차 파악하기 힘든 일명 복면 작가인 이 미스터리한 우케쓰라는 작가의 팬이 되버렸다. 다음 작품은 또 어떤 독특한 구성으로 독자를 즐겁게 해줄지..일반적인 일본작가의 이름에 비해 가명도 외우기 쉬워 더 맘에 드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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