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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후쿠나가 다케히코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3년 8월
평점 :
시와서 출판사에서 출간된 ' 전후 가장 아름다운 청춘소설 ' 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후쿠나가 다케히코의 소설 < 풀꽃 > 은, 표지가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분위기 있어서 '청춘소설' 은 그다지 즐겨 읽는 편이 아님에도 절로 읽고픈 마음이 들었다.
1954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저자가 폐결핵 치료를 위해서 7년 동안 요양원에서 지내는 동안 쓴 원고를 바탕으로 출간된 액자 형식의 소설이다. 이런 감정의 경험(특히나 10대 시절 동성의 후배에게 느꼈던 감정)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써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저미는 아련함과 섬세함이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인데 역시나, 이 소설은 저자의 자전적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는 두 번의 사랑이 등장하는데 열여덟 살 때 주인공이 사랑했던 대상은 실존하는 인물로, 저자가 실제로 그 후배를 사랑했던 감정은 소설에서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강렬했고, 비례적으로 그 후배가 겪어야 했던 부담감과 고뇌도 실제로는 더 컸다고 한다.
스물네 살 때 다가온 사랑의 대상 또한 실존 인물의 모습이 반영되고 있다.
이 소설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장에서는 주인공인 시오미와 같은 요양원에서 지내면서 알게 된 내가 '시오미 시게시'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나에게 맡기고 간 두 권의 노트의 내용은 2장과 3장에서 시오미가 화자가 되어 자신의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4장에서는 다시 현재의 내가 시오미의 노트와 연관된 인물과 연락이 닿게 되고 그 인물이 전하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요양원, 폐결핵, 전쟁, 강제소집, 죽음 등 이 소설에서는 어두운 요소가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고독' 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고독의 중심에는 주인공인 시오미라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다.
10대의 청춘 시절에 같은 동아리 후배를 사랑하게 되고 그 끝에는 ' 사랑도, 고독도, 집착도, 거절도, 결국에는 아무 의미도 없게 된다. ' 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큰 상처를 입게 되지만, 그 후배를 사랑했던 그 짧은 시간동안의 시오미는 그 애절한 감정만큼이나 조금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20대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하게 된 한 여성에 대한 시오미의 감정은 과연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시오미가 그 상대를 바라보는 그 시선은 상대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오미가 만들어 낸 '나'의 이미지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느끼게 했다면, 과연 시오미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무엇이었을까..새삼 궁금해진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 속 인물은 시오미도, 그가 사랑했던 후지키도 아닌, 바로 저자 후쿠나가 다케히코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느껴질만큼 저자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고독이 물씬 풍기는 사랑 이야기에 푹 빠진 시간이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