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진정성 - 깊은 사색으로 이끄는 36편의 에세이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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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책 < 그림자의 위로 > 를 읽었을 당시, 그림자가 주는 의미, 그림자가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미치는 영향 등 그림자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개정판 < 공간의 진정성 > 을 읽는 동안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혹은 내가 잠시 머물렀던 공간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건축가가 본업이신지 교수가 본업이신지 작가가 본업이신지 헷갈릴 정도로 글을 참 정감있게 잘 쓰시고, 독자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

아날로그 분위기도 물씬 풍긴다.

저자는 공간의 감각은 사진으로 전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직접 체험함으로써, 그 장소의 공기를 맡고, 소리를 들으면서 그 안의 삶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보잘것 없고 별다른 특색이 느껴지지 않는, 그마저도 요즘 서울에서는 쉽게 만나보지 못하는 골목에 대해 갑자기 애정이 생긴다. 해외여행가면 소도시의 골목은 누비기 바쁘면서, 왜 우리의 골목은 등한시해왔는지.. 찾아보면 우리나라에도 예쁘고 정겨운 골목들이 참 많을텐데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독일의 한 후각 전도사는 세계 여러 나라를 순회하면서 각 도시의 냄새를 채집하고 전시했는데, 이 책에서는 멕시코시티가 소개되었다.

작은 유리병 200개에 담긴 다양한 냄새들 - 도로의 아스팔트, 타코, 하수도 냄새 등등 - 을 바탕으로 멕시코 시티의 새로운 지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문득, 서울은 어떤 냄새가 날까? 서울의 냄새를 바탕으로 지도를 만든다면 어떤 후각을 통해 서울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공간을 통해 깊은 사색으로 이끄는 신기한 책 !!!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간'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예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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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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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이치코리아에서 아시자와 요의 < 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 이 출간되었다.  심리 서스펜스 소설이라 더욱 기대하면서 읽게 된 책 !!

그토록 간절히 임신을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직장여성 사에와, 혼전임신으로 전업주부의 길을 걸으며 틈틈히 봉사활동으로 외부와의 연결을 유지하는 나쓰코.

 

이 두 여성의 관계를 보면 서로 죽고 못 살 정도로 서로를 끔찍히 생각하며, 집의 스페어키를 맡길 정도로 믿음이 있고, 사랑보다 우정을 택할 정도로 그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진정한 베프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 자신이 가지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 비슷한 감정, 아이를 갖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고 아직 시기상조라는 말로 얼버무리는 사에를 보면 이건 또 진정한 우정은 아닌것 같은데..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사에의 집 앞에서 숨어서 사에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나쓰코의 행동은 스토커, 한마디로 집착이라고밖에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너무도 한순간에, 그것도 책의 중간 즈음에 사건이 터져버리는데, 범인은 책의 초반부터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생각했었다. 왜 이런 일을 벌여야만 했을까..베프의 행복을 위해? 그렇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데 사건 이후 조금씩 드러나는 두 여자의 관계는 예측불허 그 자체였다.

 

여성작가라 그런지 여성간의 미묘하고 섬세한 심리묘사도 잘 드러나 있고, 반전미스터리라는 소개문구를 보고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전에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다 읽고 앞에서부터 페이지를 넘기니 부분부분 비로소 숨겨졌던 그 뭔가가 눈에 들어온다.

이런 스토리는 영화로 만들어도 굉장히 히트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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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름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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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어서 더 몰입하며 읽은 사회파 범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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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름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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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미치오 슈스케 등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유명 작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제37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의 우수상 수상작인 < 나쁜 여름 > 은 사회보장제도의 헛점을 노린 범죄 이야기를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다.

생활보호대상자와 부정수급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어느 정도 예상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흐르고, 나쁜 상황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극에 달하게 된다.

 

표지의 인물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마모루 사사키로, 사회 복지과 생활 보호 대상자 관리 공무원인 미혼남성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안타깝고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부정수급자이다. 정작 국가보조금이 필요했던 대상자는 담당자의 무성의함으로 인해 대상에서 제외되는 안타까움도 발생하지만..

요통을 핑계로 국가보조금을 챙겨 파친코나 드나들면서 일할 생각은 1도 없는 중년의 남자나, 주기적으로 어머니를 방문하는 사업체 사장인 아들이 있음에도 이를 숨기고 국가보조금을 타서 생활하는 70세 여성이나..

여기에 더해, 마모루의 동료는 부정수급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한 미혼모에게 금전적, 육체적인 보상을 요구한다.

 

이러한 공무원의 비리는 암암리에 몇 몇의 인물들 귀에 들어가게 되고, 또 이러한 비리를 이용해 한 건 해먹으려는 인물들의 행동으로 일은 점점 커져만 간다.

한국에서도 자주 거론되는 부정수급 이야기와 공무원의 비리 이야기라 무척 흥미롭게 읽히는데 뒤로 갈수록 너무 극으로 치닫는 상황들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빠른 전개와 가독성 덕분에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었다.

 

 

 

p.s :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자주 느끼곤 했지만 특히 이 소설에서는 인물의 성과 이름을 번갈아 이용해서 너무 헷갈린다. 예를 들어 마모루 사사키를 어떤 장에서는 내리 마모루라고 표현하고, 그 다음 장에서는 사사키라고 표현하고..정말 종이에 성과 이름을 적어두고 읽어야 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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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맛
그레이스 M. 조 지음, 주해연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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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 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두께지만 마치 소설 한 편을 읽는 것처럼 술술 읽히면서도, 마음 한 켠에 묵직함이 느껴진다.

이 책은 뉴욕 시립 스태튼아일랜드대학 사회학·인류학 교수인 저자가 한국전쟁 이후 기지촌에서 일하다 상선선장인 미국인 남자를 만나 이민 온 자신의 어머니 '군자' 에 대한 저자의 회고록이다.

 

군자의 삶을 통해, 말로만 듣던 힘들고 외로웠을 이민 1세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단일민족, 단일국가를 정책적으로 이용했던 이승만 대통령 집권시절, 한국 사회에서 공립학교도 다닐 수 없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등록할 수도 없었던 혼혈아동에 대한 정책, 외화획득의 일환으로 이용했던 기지촌 여성들을 향한 사회적 비난과 멸시의 눈초리 등 그 당시 한국의 흑역사도 제대로 만나볼 수 있다.

 

대단한 생활력을 지녔던 군자의 삶 가운데 특히나 정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야생에서 먹거리를 채집했던 당시의 이야기이다.

집 근처 숲에서 지척에 깔린 고사리를 채집하고, 우연히 블랙베리를 발견한 이후 베이킹과 병조림을 이용해 블랙베리 판매 사업을 성공시키고, 익숙치 않은 영어로 버섯 전문학술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통달해 버섯 사냥에도 전문가가 되었다.

 

1년의 반은 바다에 나가있고, 생활비도 넉넉하게 주지 않았던 남편을 대신해 낯선 이국땅에서 두 아이를 키워야 했던 군자는 소년원에서 저녁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고, 위에 언급했듯이 야생 먹거리 채집에 중독될 정도로 열성적이었고, 마을에 한국 이민자가 들어오면 어김없이 한국의 음식들을 만들어 고향의 향수를 달래줬을 정도로 정말 부지런하고 억척스러울 정도로 강한 여성이었다.

 

저자가 중학교 시절부터 군자는 조현병을 앓게 되고 그 후에는 집에서 은둔하는 생활을 하게 되면서 점차 피폐해진 삶을 살다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엄마를 잃은 후 사무치도록 엄마 군자를 그리워하는 저자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살아 생전 그토록 딸에게 주입시켰던 '김치' 에 대한 애환은 엄마의 죽음 이후 엄마와의 추억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준다.

 

한국전쟁에서 가족의 반을 잃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거의 홀로 자녀를 키워야 했고 조현병을 앓다 굴곡진 생을 마감했던 강인한 여성 '군자' 의 삶과 한국의 역사를 이 책으로 꼭 만나봤으면 좋겠다.

 

p.s 1 : 이 책을 읽으면서 '군자'라는 여성이 너무 궁금해 구글에서 찾아보니 과연, 저자가 말한대로 정말 미인이시다.

 

 

p.s .2 : 원서의 표지는 군자가 살면서 가장 애착을 느꼈던 음식에 대한 애환에 중점을 두었다면, 한국번역판은 한국인만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전쟁 당시의 분위기를 표지에 실었는데 이 두 차이가 흥미롭다.

 

 

 

 

 

 

[ 책블로거 인디캣님  서평이벤트에서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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