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운좋게 미국에 한달 연수차 머무르게 되었다. 조지아주 애선스시에서 3주, 1주는 뉴욕,워싱턴등해서 내 생애 최초 뉴욕 땅을 밟게 되었다. 다들 뉴욕,뉴욕하는데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십이 넘은 나이에 뉴욕땅을 밟아서인지 아무런 감흥이 마음속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이상했고 내가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는 사실에 우울했다. 20대에 왔더라면 지금 뉴욕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그때라면 이곳에서 공부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시절 시골 촌구석에서 특별한 공부에 재능이 있던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것도 아니고 체념하고 국제세계를 누비고 싶고 글로벌직장인으로 살고 싶은 욕구는 잠재우고 상상노트에 기록만 해야할 일이었다. 이제 오십이 넘어 지난날을 회상하는 일이 많아지고 후회하는 일도 많아진 지금,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몇년간의 외국생활을 꼭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은 체력으로나 힘들고 코로나인데다가 장기간 휴가를 낼수 있는 직장에 근무하는 것도 아닌지라....오직 상상의 나래를 펴며 마음만 전 세계를 날아다니고 있는것이다. 그러니 현실의 눈앞에 보이는 이 자질구레한 일상이 얼마나 초라하고 덧없고 부질없고 막 그런것이다. 한마디로 현실에 만족을 못하고 내가 의지할곳은 오로지 영어공부와 독서일뿐이다.

그렇게 요즘 어쩌다보니 1일 1책을 하고 있다. 퇴근후 6시50분부터 한시간 정도 요가를 마치고 와서 급하게 책을 보거나 영어뉴스를 듣거나 미드를 보거나 한다. 얇고 가벼운 국내도서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1일 1책이 가능하다. 하지만 원서는 쌓아만 두고 표지만 쳐다보고 있다. 수준에 맞지도 않는 존볼튼의 ‘그 일이 있던 방‘이라는 책을 덜컥 주문해버렸다. 누가 번역본 없냐는 알라딘 후기에 번역이 별로라고 차라리 원서 보라는 글에 혹해서 원서를 구입한것이다. 백년이 지나야 완독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년에 구입한 마가렛 엣지우드의 ‘시녀이야기‘도 시작도 못하고 방치하다 매일 사무실에 출근해 필사용으로 쓰기 위해 가져갔다. 이번에 반드시 필사로 완독할 목표를 세웠다.

오늘 내가 읽은 책은 빌 해이스의 ‘별빛이 떠난 거리‘이다.
하마터면 이걸 원서로 살뻔했다. 하지만 번역본 역시 뭔가 매끄럽지 못해서 살짝 가독성이 떨어졌다. 팬데믹으로 하루에 만명이상 사망하고 아마 현재는 토탈 20만명이 넘었을것이다.

저자는 팬데믹 이전과 현재를 비교하며 코로나 사망자가 가장많은 뉴욕의 일상을 사진과 함께 담담하게 표현하지만, 한국인의 정서로 이해할수 없는 그녀의 사생활에 의아해하느라 생각이 계속 다른데로 흐르고 집중이 되지 않았다. 고 올리버색스의 아내이기도 한 그녀의 나이는 59세, 올리버색스보다 26년 아래이고 몇년전 올리버는 사망하고 현재 그녀는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뉴욕 번화가에 위치한 집에서 연하남과 연애도 하고 띵까띵까 사는거 같다.

바에서 만난 제시라는 흑인 남성과 속칭 사랑하는 사이인데 그 남자가 26살이다. 허걱, 망측하게도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뭐 작품이랍시고 남자의 몸도 책에 올라오고,,,우리나라같으면 어림없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굴것인데도 서양문화 특히 아메리칸 스타일은 이렇구나 할수밖에. 내 기대와 다른 쪽의 내용이었을뿐이다. 코로나로 인해 뉴욕 곳곳 어떻게 변하는 가령 여행책보는 느낌을 원했는데, 공감이 가지 않았다. 코로나로 봉쇄령 내려지니 다 그렇지 뭐 하는 생각....어찌되었거나 나이가 들어도 불같이 타오르는 정열적인 사랑을 원하는 여성인가보다. 더더욱 이해 안가는게 중간 중간에 올리버이야기를 끼워넣고 그와 관련된 사업에도 관여하는거 같고, 또 제시와의 사랑이야기도 낯간지럽게 많이 등장한다. 중간 중간 한 문장 한문장 음미하며 천천히 읽을 문장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왜 그리 급한지 빨리 읽고 해치우는데 마음이 쏠린지라...후다닥 읽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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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2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Grace 2020-10-03 22:07   좋아요 0 | URL



헉,,올리버 색스가 평생 독신으로 살았나요? 그럼 다른 올리버일까요...이 책에 나온....본 남편 올리버가 죽은후, 현재 자신보다 어린 빌 헤이스랑 사귀고 있는데....그 올리버 색스가 정말 아닐까요????

Grace 2020-10-03 22:10   좋아요 0 | URL
아,,책 페이지 찍은 사진이 안올라가서,,,30페이지 : 하루가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하루 속으로 흐릿해지면서 여러 날들이 지난다. 세상을 떠난 내 파트너, 영국에서 태어난 신경학자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라면 무어라 말할까 궁금해지곤 한다. 여태 살아있었더라면 올리버는 우리가 이 병에서 가장 취약한 그룹이라고 알고 있는 그 범주에 속했을 것이다.

Grace 2020-10-03 22:10   좋아요 0 | URL
어쩌면 결혼은 안하고 파트너로 평생 살았을까요

라로 2020-10-04 04:48   좋아요 0 | URL
어쩌면은 아니고 결혼 안 하고 평생 살다가 돌아가셨어요. 위키피디아에도 그렇게 나와 있어요.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올리버 색스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분이라 관심이 많거든요. 그분의 책도 시간 되시면 읽어보세요. ^^

Neuromancer 2020-10-08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작가 빌 헤이스는 남성입니다.
알고 계시는 올리버 색스와 파트너로 지낸것도 맞습니다.

Grace 2020-10-08 06:08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ㅠㅠ 빌이라는 이름도 이제보니 남자 이름인데 ㅠㅠㅠ 끝까지 여자라고 생각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