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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2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8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평점 :
<악마의 시> 2권을 읽고 인터넷에 찾아보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살만 루슈디 작가가 최근 뉴욕에서 강연 중에 피습을 당했다고 한다. 이슬람을 모욕한 이유로 금서로 지정이 되었었던 몇십 년 전의 책이 아직까지도 날선 비판을 받고 있다. 책이 이 정도로 많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놀랍다.
이 책을 두 번이나 번역한 번역가도 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간략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1권을 읽고 나서 어려웠던 이 책이 2권에서는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을까? 싶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어렵다.
1권의 내용 구성과 동일하게 2권에서도 홀수 장에서 현실의 내용, 짝수 장에서는 천사로 변신한 지브릴의 꿈이 교대로 진행되고 있다. 지브릴은 점점 꿈과 현실이 겹쳐지기도 하며 정신분열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작품 해설에서 살만 루슈디는 선과 악, 남과 여, 제국과 식민지, 강자와 약자, 평등과 차별, 꿈과 현실 등 인간 세계에 존재하는 온갖 대립과 갈등을 <악마의 시>에 담아내고 있다고 한다.
지브릴이 대천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사람들은 천사는 순종 백인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의심을 한다. 천사들도 인종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 등 곳곳에서 이런 내용들을 엿볼 수 있었다.
"안간힘을 쓰며 저항해도 결국 악이 승리하고야 마는 것일까?"
천사 지브릴의 눈에 런던은 불안정한 곳이고 어지럽고 변화무쌍한 본질인 곳이었다. 이기적이고 관공서는 허영과 경멸이 반반이고 가난한 자들의 거처는 혼란과 물질적인 꿈으로 이루어졌다. 지브릴은 여러 가지 일을 통해서 이곳에 자리 잡은 악의 힘이 완강한지 실감하고 선을 널리 펼치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힌다.
하지만, 지브릴은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신앙심을 잃는다. 그는 자신이 죽을뻔한 위기를 겪고 난 후 신에게 분노해 무신론자가 된다.
영국인이 되고 싶었던 살라딘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인도로 다시 돌아가 아버지와 화해를 하면서 심경의 변화를 경험한다. 살라딘은 맹목적으로 영국인이 되고자 했던 자신에게서 새로운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작가는 지브릴과 살라딘의 이야기를 통해서 신의 뜻을 맹목적으로 믿는 것을 조심하라는 것일까? 살만이 마훈드와 결별하게 된 이유가 여자와 '악마의 시'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정확하게 작가의 의도가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곳곳에 신을 모욕적인 언급 때문에 살만 루슈디가 이슬람교도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것 같기도 했다.
처음에는 금서였다고 해서 단순한 궁금증 때문에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부족한 이해력과 기본 소양의 문제였을까 단순한 호기심으로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여느 다른 고전 작품들과 같이 쉽게 명쾌한 해답을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지 않는 난해한 책이라고 할 수도 있고 부커상 후보에 오를 정도의 작품의 가치를 담고 있다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