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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진열장 1 ㅣ 펜더개스트 시리즈 1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재밌었다고도, 다소 지루했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일단 흥미를
끄는 요소는 상당히 많았습니다. 범상치 않은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더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FBI 특수 요원에 과거(무려 130여 년 전)로부터 시작된
사건이 현재의 사건과 합해지는 설정, 수사뿐만이 아니라 고고학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전문 지식이 나오면서도 짙은 안개가 낀 듯이 모호하기 짝이 없는
전반적 분위기, 비교적 담담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늘 함께 하는 긴장감.
현대의 뉴욕 맨해튼, 한 건축 현장에서 수십 구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이 사건의
막이 오릅니다. 발견된 모든 유골은 10대 소년 소녀들로 짐작되어지며 잔인하고
처참하게 훼손된 상태입니다. 추정되는 사망 시기는 대략 120~ 130여 년 전...
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했을까요?...
도입부는 마치 마이클 코넬리나 제프리 디버의 그 방식을 연상시키며 앞으로의
전개에 상당한 기대를 갖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이 책의 주인공인 FBI 특수
요원 '펜더개스트'의 등장과 함께 다른 방향의 두근거림으로 바뀝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분위기에서 갑작스럽게 초자연적이고 몽환적이고 기괴함까지 느끼게
만들어 버리죠. 백발에 가까운 머리 색깔과 묘한 억양의 말투, 외모는 그렇다 쳐도
FBI 요원 주제에 기사 딸린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니며 갑부 분위기를 온몸으로
발산하고, 게다가 요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독단적인 수사 방식과 행동까지..
이 묘한 분위기의 FBI 요원은 현대적 스릴러물에 어울리지 않게 과거의 명탐정들을
닮았습니다. 셜록 홈즈나 미스 마플, 포와로 경감, 긴다이치 할배가 그러듯이 자신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모양새를 유지하며 동료들에게도 쉽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어쩔땐 괜한 멋 부리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분위기에 비해서 수사 실력도 썩 좋지는 않구요.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독자에게 전해주는 펜더개스트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시리즈물이라곤 해도 그의 정체라던가
그가 과거에 접했었던 사건, 인물들에 대한 언급이 상당수 나오는데 비해 설명이
너무 미흡하다 보니 궁금증만 유발 시키는 거 같아서 좀 그렇더군요. 그 궁금증
중에는 펜더개스트의 수사 방식과 행동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양반은 도대체
왜 저러는거지? 이런 생각이 들만한 상황은 많이 나오는데 당위성이 부족하다보니
집중을 해서 몰입을 하다가도 긴 시간 몰입이 안 되고.. 자꾸 맥이 끊겨버려요.
매력적이고 재미가 있는 소설임에는 분명합니다. 다른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과는
전혀 다른, 기이하고 음산하고 섬뜩하고 오싹한 분위기에 팩션 수준의 역사와
고고학적 지식, 그러면서 연쇄살인마와 수사 팀의 쫓고 좇기는 박진감까지
겸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