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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제국
외르겐 브레케 지음, 손화수 옮김 / 뿔(웅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렛미인>, <밀레니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헤드헌터>, 그리고 최신작
<스노우 맨>까지..
몇 년 전부터 장르 시장에서 유럽, 그중에 북유럽권 소설이 대세아닌 대세가
됐는데요. 소문만 들었지 실제 구경하기 힘들었던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반가운 일입니다.
거기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신예 작가들의 작품들까지 별다른 시차 없이 속속
소개가 되니 장르소설 열혈 팬은 환호성을 지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총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간략한 책 소개와 강렬한 표지 이미지만으로 눈길을 잡아 끄는 이 소설 <우아한
제국> 역시 신진 작가의 데뷔작이며 북유럽 장르소설 특유의 분위기를 속으로
간직하면서 겉으로는 영미권 소설의 내음을 풍깁니다.
그냥 아무 정보없이 읽으면 영미권 소설이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이 책은 형사들의 활약이 주가 되는 현대 수사물이지만 같은 장르의 통상적인
분위기와는 약간 다릅니다. 팩션의 성격까지 가미되어 있는 역사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고 해야 할 거 같아요.
오프닝부터 강렬하다 못해 섬뜩하게 시작합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어린 소년의 두 눈에서 갑자기 시대를 뛰어넘어
16세기 중반으로.. 다시 2010년으로..
장면의 묘사와 그 수위는 상당히 쎈 편입니다. 사이코인 연쇄살인마와 해부학이
나오니 어쩌면 당연하겠죠. 중세와 현대, 그리고 과거를 거침없이 넘나들고 그걸
바라보는 시점에도 다양하게 변화를 주는 교차 서술 방식의 편집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데다 북유럽 장르소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어둡고 불안한 분위기가
후면에 깔려있어 생각보다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는 않네요.
그러나 위의 특징은 고스란히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서술 속에
노르웨이의 노형사와 미국의 여형사가 공조하며 용의자를 추리고 쫓는 과정은
상당히 흥미진진하면서 가독성을 높여주고요. 자신의 모습을 철저히 숨겨왔던
범인의 행보와 서서히 드러나는 그의 정체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는
원동력이 됩니다. 여러가지 자극적인 요소가 많아요.
이런 류의 소설이 처음인 독자들에겐 아무래도 자극적인 부분이 눈살 찌뿌리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겠지만 역사가 얽혀있는 팩션류, 시점과 분위기를 달리하며
긴장감을 내뿜는 추리물, 북유럽의 속내에 영미권의 겉내음을 풍기는 장르소설을
반기는 독자라면 만족할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