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 10대를 위한 글로벌 사회탐구 4
안야 로임쉬셀 지음, 홍화정 그림, 이수영 옮김, 최우리 해제 / 비룡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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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야 로임쉬셀의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비룡소)』는 중요한 시사 이슈의 장을 열어주는 인문사회 시리즈 “10대를 위한 글로벌 사회탐구”의 최근작이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잘못된 정보와 오해를 팩트 체크하는 기후위기 입문서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이미 ‘기후변화’의 선을 넘어 ‘기후위기’에 이른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함으로 무관심과 낙관론의 모순과 위험을 지적한다. 『도대체 극단주의가 뭐야?』로 2019년 독일청소년문학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한 저자 안야 로임쉬셀은 미룰 수 없는 주제 “기후위기”로 다시 한 번 독자를 찾는다. 본문에 앞서 “들어가는 말”에서는 이대로 지속되었을 때 가능한 우리의 앞날을 ‘디스토피아:암담한 미래’에 담으며 “이 책은 여러분에게 두려움을 주려고 합니다. (중략)그러나 동시에 용기도 주고 싶습니다.”(p.21)라고 말한다.

책은 전체 3장으로 그 중 1장 “우리는 지구를 얼마나 파괴하고 있을까?”에서는 에너지, 교통, 식량, 소비, 쓰레기까지 다섯 가지 주제로 현재 상태를 진단한다. 온실가스나 탄소예산, 탄소중립등 자주 들어왔으나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용어를 또렷이 설명해준다. 석탄 화력발전 사업이 왜 기후위기의 주범이 되는지, 비행기는 왜 ‘기후 킬러’로 불리며 환경오염을 일으키는지, 소비 속에 감춰져있는 환경 유해물질들, 재활용을 잘하고 있다는 착각과 그로인한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그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2장은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살펴본다. 이때 정치와 국제협력의 역할을 사례와 구체적인 내용으로 제시하는데 1장의 주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와 우리의 나아갈 방향도 나눈다. “재생된 복사용지 한 상자는 5킬로그램이 넘는 목재를 아끼는 셈”(p.140)이며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이 9퍼센트에 그친다”(p.141)는 연구 결과 등 구체적인 내용들은 경각심을 일깨운다.

3장은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앞서 살펴본 다섯 가지 주제에서 우리가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한다. “왜?”를 충분히 다루었기에 “어떻게”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럼에도 그 제안들이 마냥 이상적이라면 외면받겠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리라는 인식은 변화된 행동을 끌어내는데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로컬푸드 구입, 탄소발자국 줄이기, 미니멀리즘 실천하기 등과 함께 ‘참 쉬운 환경보호 실천법’에서 ‘나무를 가만히 내버려두세요.’(p.213)처럼 해야하는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민감하게 반응할 것을 요청한다. “나오는 말”에서는 도입부의 디스토피아와 대조적으로 “유토피아: 더 아름다운 세상”(p.227)을 실현가능한 미래로 그려보인다.

환경 주제 도서들이 계속 출간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도래한 위험과 변화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데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저자는 개념정리와 진단에 만족하지 않고 현실 점검과 질문,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제시로 독자에게 답할 것을 재촉하고 행동으로 이끈다. 그런 적극성은 독자를 더 이상 매너리즘과 탓하기에 머무는 것을 막는데, 그 예가 “생각해보기”코너다. “기후위기, 지나친 걱정 아니야?”(p.34) “다른 사람들은 행동하지 않잖아!”(p.80) “나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달라지겠어?”(p.214) 등 익숙한 반론들을 가져와 꼼꼼히 답한다. 단순한 일러스트와 사진 자료들은 한 번 더 내용을 정리해주기에 이해를 돕는다. 외국의 사례가 주로 등장하는 것에 균형을 잡기 위해 최우리 기자의 해제를 통해 우리의 현실에도 눈을 돌린다. 이 책은 시대의 화두인 기후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청소년 스스로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펙트 체크를 통해 논리적인 입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탄탄한 입문서다.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알고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선택, 다른 행동으로 독자를 이끄는 책으로 청소년 이상 모두에게 추천한다. 지구별 지키기 운동에 동참할 미룰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이 책은 시대의 화두인 기후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청소년 스스로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펙트 체크를 통해 논리적인 입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탄탄한 입문서다.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알고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선택, 다른 행동으로 독자를 이끄는 책으로 청소년 이상 모두에게 추천한다. 지구별 지키기 운동에 동참할 미룰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이 책은 시대의 화두인 기후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청소년 스스로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펙트 체크를 통해 논리적인 입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탄탄한 입문서다.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알고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선택, 다른 행동으로 독자를 이끄는 책으로 청소년 이상 모두에게 추천한다. 지구별 지키기 운동에 동참할 미룰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이 책은 시대의 화두인 기후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청소년 스스로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펙트 체크를 통해 논리적인 입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탄탄한 입문서다.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알고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선택, 다른 행동으로 독자를 이끄는 책으로 청소년 이상 모두에게 추천한다. 지구별 지키기 운동에 동참할 미룰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이 책은 시대의 화두인 기후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청소년 스스로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펙트 체크를 통해 논리적인 입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탄탄한 입문서다.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알고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선택, 다른 행동으로 독자를 이끄는 책으로 청소년 이상 모두에게 추천한다. 지구별 지키기 운동에 동참할 미룰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이 책은 시대의 화두인 기후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청소년 스스로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펙트 체크를 통해 논리적인 입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탄탄한 입문서다.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알고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선택, 다른 행동으로 독자를 이끄는 책으로 청소년 이상 모두에게 추천한다. 지구별 지키기 운동에 동참할 미룰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책 속에서>

그러나 우리에게 지구는 단 하나뿐입니다. 그 사실을 잊지 않게 하려고 해마다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을 발표해요. 인류가 한 해에 소비하는 자원과 배출하는 폐기물의 규모가 지구의 생산 능력과 폐기물 흡수 능력을 초과하는 날을 뜻합니다. 그날을 기점으로 지구의 일 년치 생태 자원은 모두 소진되고,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미래 세대의 자원을 끌어다 쓰는 거예요. 2021년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7월 29일이었습니다.(p.227)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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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
루쉰 지음, 전형준 옮김 / 창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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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전형준 옮김/창비)』은 “현대 중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 쉰(본명;쪼우 수런(周樹人)1881~1936)의 소설 10편을 묶어낸 작품집이다. 루 쉰은 1918년(38세) 처녀작 「광인일기」를 발표하면서 루 쉰이라는 필명을 사용하였고 이 작품은 작가의 첫 현대소설 작품이자 ‘중국 현대소설의 첫 작품’이 된다. 역자인 전형준은 루 쉰의 전체 작품인 중편 1편과 단편 32편 중 “많은 독자들이 압축된 형태를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루 쉰 소설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기를”(p.236) 바라며 10편을 선보인다. 또한 역자는 “루 쉰의 문장이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는 점을 십분 존중하여 시 텍스트를 대하는 듯한 태도로 번역에 임했다.”(p.236)고 밝히는데 깔끔하고 유려한 문장이라 평가받는 그의 번역 덕분에 독자는 시대적, 공간적 간극을 넘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인물과 사회상에 조금이나마 더 근접하게 된다.

『아Q정전』에는 10편의 소설이 작품이 쓰인 순서대로 실렸는데 말미에는 탈고 날짜를 기록하고 있다. 첫 작품 『광인일기』는 피해망상증이라 예측되는 환자의 일기를 연구 자료로 남기는 형식으로 객관성을 높힌다. 작은 분량으로 주인공의 편집증적 집착, 병이 깊어지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한 숨에 읽고 나면 전체가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되 보이는 밀도 높은 작품으로, 12번 단락의 후반과 마지막 13번 결말에 이르러 그 정점을 보여준다. “사천 년의 식인의 이력을 가진 나는, 처음에는 몰랐었지만, 이제는 알겠다, 진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그리고 “(중략) 아이들을 구하라······”(p.25)로 맺을 때 사실과 환상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문자적 독해 이후, 읽을 때마다 해석의 여지는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쿵이지』에서 주인공 쿵이지는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저 내키는대로 판단하고 만다. 『약』의 기이한 전개, 민중의 단순함과 어리석음을 작가는 숨김없이 드러낸다. 『고향』에서 고향 자체이자 유년의 전부, 정신적 의지가 되었던 ‘룬투 형’과의 재회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럼에도 ‘나’는 작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라고 할 만한 희망을 노래한다.(p.64) 표제작 『아Q정전』에서는 ‘정신 승리’의 시조격인 전형적 인물이자 독보적 캐릭터 아Q를 본격적으로 그려보인다. 독자는 아Q의 어떤 상황, 어떤 특징에서 시간을 뛰어넘은 기시감을 느끼고 현재적 울림을 감지한다.

10편의 작품은 이해받지 못한채 고통당하는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세대간, 계급간의 소통은 어려운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민중의 왜곡된 공격성”, 우매함에서 비롯된 “민중적 자해”(p.242)다. 어지러운 사회, 혁명의 한가운데를 통과했던 작가는 작품 곳곳에 그 흔적을 남기고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이 잘못되었나, 그렇다면 희망은, 이라고 말을 건넨다. 참담한 현실을 담담히 그리며 때론 풍자와 해학으로 장면에 생기를 불어넣는 루 쉰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인간에 대한 연민에 닿게 된다. 시대에 갇힌 이야기가 아닌 얼룩진 유리구슬을 닦듯 보편적 진실을 살피고 포착하게 하는 루 쉰의 중 단편은 의미를 자꾸 곱씹어보게 한다. 중국적 인물을 넘어 동아시아적 인물(p.234)로 여겨지는 루 쉰. 그로부터 시작되는 중국 문학의 지평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게 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몽롱한 가운데, 나의 눈앞에 해변의 초록빛 모래밭이 펼쳐졌다. 그 위의 쪽빛 하늘에는 황금빛 둥근 달이 걸려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사실은,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는데,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자 길이 된 것이다.(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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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 the Cat! 나의 첫 소설 쓰기 - 아이디어를 소설로 빚어내기 위한 15가지 법칙
제시카 브로디 지음, 정지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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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브로디의『나의 첫 소설 쓰기(정지현 옮김/타인의사유)』는 ‘아이디어를 소설로 빚어내기 위한 15가지 법칙’이라는 부제로 일종의 작법서다. 표지의 그림을 동반한 “Save the Cat!”이라는 문구는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이는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를 피하는’ 해결책 중 하나로 ‘비호감 캐릭터지만 독자들이 응원할 마음이 생기게 해 주는 무언가’(p.18)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시나리오 작가 블레이크 스나이더의 『Save the Cat!흥행하는 영화 시나리오의 8가지 법칙』의 소설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글쓰기 워크숍과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본 스토리텡링 코드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강연을 대신하는 지침이자 안내서다.

1장은 “무엇이 독자의 관심을 끌어당기는가?”로 주인공을 살펴본다. 훌륭한 소설은 불완전한 인물을 등장시켜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시킨다는 저자는 주인공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제시하는데 책 전체에서 반복되듯이 성공적인 작품들을 사례로 근거를 댄다. 2장은 본격 비트시트 분석으로 소설을 전체 3막으로 구분해 각각에 효과적으로 배치할 주제를 보여준다. 역시 다양한 작품에서 어떻게 실제 구현되었는가를 예로 든다. 3장은 문학을 10개의 이야기 유형으로 정리한다. 10개 장르는 추리물, 통과의례, 집단 이야기, 슈퍼히어로, 평범한 사람에게 닥친 문제, 바보의 승리, 버디 러브 스토리, 요술 램프, 황금 양털, 집 안의 괴물로 4장부터 13장까지는 차례로 집중 설명하고 있다.

『나의 첫 소설 쓰기』는 저자가 소설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워크숍을 거울삼아 독자들이 활용하기 쉽게끔 연습법과 체크리스트도 제공한다. 기대하는 창작물 전체를 아우르면서 동시에 잘게 나누었을때의 포인트를 설명함으로 이해를 돕기도 한다. 그러나 용어 자체가 낯설고 주어진 틀에 유의하느라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창작을 목적으로 한 본격 소설가 지망생이 아닌 경우에는 말이다. 그럼에도 문학 작품을 세밀하게 분석해보고 작가의 의도를 유추하는 일, 장르별 대표 소설 목록을 살펴보거나 효과를 가늠하는 것은 즐거움을 준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예상되는 어려움에 답을 주려는 저자의 열의가 전해지는데 그가 제공하는 모든 사항이 아니더라도 어떤 지점은 분명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것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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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이기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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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_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은 폴란드계 유대인 문학비평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1920~2013)의 자서전으로 1999년 출간되었다. 처음 자서전 권유를 받은 1943년 이후 줄곧 외면했다가 반세기가 지난 1993년 집필을 결심하고는 6년만이다. 외면의 이유를 저자는 밝히고 있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모든 사건들을 또 한번 마음속에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런 글을 쓰는 일을 내가 감당하지 못할까봐 두려웠다.”(p.498) 이 자서전이 개인적 삶의 기록으로 그치지 않은 이유는 홀로코스트라는, 인류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 가운데 하나를 증언하기 때문(출판사소개인용)이다. 동시에 ‘1960년부터 2000년까지 40년 동안 그가 비평한 책이 무려 8만권이 넘는다’(p.503)니 문학을 향한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열정과 헌신은 그의 인생의 버팀목이었으며 책 속에 충만히 녹아난다. 언어학자 페터 폰 마트는 2002년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괴테 상 수상식 축하 연설에서 “그의 뛰어난 자서전은 한 세기의 죄과와 파렴치를 고발하는 기록이자 거기에 파괴되지 않은 독일어와 독일문학을 향한 사랑을 증언하는 작품”이라고 평한다. 2013년 가을, “권좌에서 내려와 자신의 유일한 고향이자 안식처인 ‘문학’으로 돌아간”(출판사소개인용)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그의 유례없는 삶을 따라가본다.

『나의 인생_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은 연대순으로 나뉜 총 5부 구성으로 각 5~10개의 소제목안에 하나의 주제를 밀도높게 담는다. 소제목의 징검다리를 집중해서 건너다보면 해가 바뀌고 그가 맞닥뜨린 세상도 그의 상황도 변해간다. 장과 다음 장 사이에는 틈이 없다. 독자는 몰입한채 소제목의 의미와 이야기의 핵심을 명료하게 깨닫게 된다. “가는 길은 멀었다. 부모님이 들려준 동화의 세계, 부모님이 약속한 꿈의 나라에 도착하려면 밤이나 돼야 할 것이다.(중략) 나는 흥분에 들떠 이제 맛보게 될 기적을 그려보았다. 베를린이라는 기적을.”(p.24) 어린시절, 경제적 불행에 처한 가족이 베를린 이주를 결정하면서 ‘내 삶에는 획기적인 새로운 장이 열렸다.’(p.29)고 술회한다. 그는 어렴풋이 다가오는 감정에 대해 쓴다. “독일에서 처음 수업을 받은 그날 나는 순식간에 무언가를 감지했을 뿐이다. 평생 동안 나를 따라다녔지만 한 번도 극복하지 못한 그 무엇을. 따라다녔다? 아니다. 아직도 따라다닌다고 말해야 옳다. 그건 두려움이었다. 독일인이 든 회초리에 대한 두려움, 독일의 집단수용소에 대한 두려움, 독일의 가스실에 대한 두려움, 간단히 말해, 독일의 야만성에 대한 두려움이었다.”(p.29) 동시에 그 두려움 위에 내려앉은 독일 문학과 음악의 마력, 현재형이 어울리는 여전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문학에 대한 열정은 열두 살 때 어머니에게 선물받은 「빌헬름 텔」입장권이 단초였다. 아동극이 아닌 정극으로 처음 본 그날 저녁, 문학과 연극, 실러와 싱켈이 건축한 극장에 대한 사랑까지, 자신의 ‘위대한 사랑이야기 몇 편’(p.74)이 한꺼번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38년 여느 때와 똑같은 베를린의 하루는 그에게만은 다른 하루가 된다. 폴란드로의 집단 추방길에서 그는 생각한다. 서류가방 한 개가 짐의 전부인 그는 “낯설고 낯선 이 나라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하지만 훗날 ‘눈에 보이지 않는 짐’을 가져왔음을 깨닫는다. “나를 내쫓은 나라를 떠날 때 가지고 나온 것은 바로 언어였다. 그리고 문학이었다. 그건 독일어였고, 독일문학이었다.”(p.143)라고.

2부는 참혹한 시간이다. ‘사냥의 향연’이라는 무서운 소제목은 ‘기록’한다. “야만과 잔혹함이 우연이나 자의와 한패가 될 때 의미와 논리를 따지는 질문은 현실을 모르는 한가한 생각이라는 것을 그때만 해도 우리는 알지 못했다.”(p.169) 게토의 기억, 그는 게토에서 가장 강인한 인물이었다고 역사학자 에마누엘 링겔블룸의 이름을 적는다. 이어 아담 체르니아코프를, 그리고 부모님, 현자 나탄의 반지를 가진듯한 형마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상세히 글로 기록함으로 애도한다. 애도의 행렬은 슬프고 길다. 또한 위험 중에도 있었던 미확인 인물의 음악평론, ‘독자에게 진실을 밝히자면, 그건 바로 나였다.’(p.204)에서 볼수있듯 저자는 어릴때의 꿈을 조금씩 실현하면서 음악에 의지한다. 어려운 시간이 흐르고 볼렉의 집을 거쳐 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는 뉴스를 듣는다. “그렇다. 우리가 느낀 것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었고, 행복이 아니라 강렬한 분노였다.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어둡고 무거운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때 나는 느꼈다. 우리 머리 위로 몰려오는 저 구름은 영원히 걷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우리가 사는 동안 평생 우리 옆에 있으리라는 것을.”(p.282)

“나를 베를린으로 몰아댄 건 복수심이 아니라 그리움이었다. 내가 성장한 도시, 그리고 나를 만들어낸 곳을 다시 보고 싶었다.”(p.284) 폴란드에서의 배척 등 여전히 혼란하게 변하는 분위기들에 반응하며 그는 다시 베를린을 선택한다. 계속해서 평론을 발표하며 ‘읽기 쉽게 글을 쓰는 믿을 만한 독일문학 전문가’(p.304)라는 명성을 얻게 된 후 공적, 사적으로 작가들과 만남을 갖고 관계를 지속하며 쌓아가는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독자는 그들이 대면하는 자리에, 대화의 장에, 긴장되는 또는 온건한 분위기에 함께 물든다. 브레히트, 하인리히 뵐, 지그프리트 렌츠, 귄터 그라스, 47그룹의 정체성과 역할 등을 알게 되는데 현재, 이미 고전반열에 있는 작품 탄생의 전후 에피소드와 공기를 역동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을 읽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마지막 세 장은 더 각별하다. ‘예후디 메뉴인과 문학 4중주’에서 메뉴인의 인상깊은 태도, 문학의 기능과 연관해 던지는 질문들, ‘문학 4중주’가 이룬 성취는 빛처럼 다가온다. “요아힘 페스트, 마르틴 발저 그리고 ’해금‘”에서는 역사가 논쟁이 불러온 갈등을 전하는데 ‘내가 가장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내게 가장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이것을 나는 떨쳐낼 수가 없다. 잊을 수가 없다. 고마움도 고통도.’(p.492)라는 문장이 그의 슬픔을 숨죽이고 가늠케한다. 그리고 “꿈이야”에 이르러 비로소 가장 아름답게 착지한다. ‘꿈이야, 현실일 리가 없어. 우리 둘이 함께 있다니.’(p.497)

『나의 인생_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은 거장이 걸어온 족적과 가장 순수하고 연약한 자의 발자국이 중첩되어 찍힌다. 폰타네에게서 인용한 ‘어른이자 아이인 사람’은 메뉴인 뿐만 아니라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삶에서도 발견된다. 극한의 고통에 내몰렸음에도 불같이 화를 낼 지언정 증오는 자신에게 생소한 감정이었다고 하는 그는 소년이었을 때의 첫 사랑, 바로 문학에 대한 사랑을 꺼트리지 않고 지켜나간다. 문학을 통해 삶과 인간을 바라보고 발언하고 돕는다. 『나의 인생』은 기라성같은 대가들의 작품을 8만권이 넘게 비평한 평론가의 자서전인 만큼 배경지식 없이 읽어내기 쉽지 않겠다는 예상을 깨는 책이기도 하다. 그의 문장은 편안하고 직관적으로 이해되며 간결하다. 익숙치 못한 작가들 이름이 종종 등장할지언정 어려운 용어나 현란한 수사법도 없다. 그가 염두에 둔 대상은 곧 대중, 일반 독자였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독자에게 내가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책들이 왜 훌륭하고 아름다운지를 설명하고자 했다. 독자에게 그 책들을 읽히고 싶었다.”(p.480)고 말하는 문학의 교황이라니. 독자는 그만 숙연해진다.

그는 만남이 허락된 작가들, 사람들을 꿰뚫어본다. 책을 읽듯이 그들의 마음을 통찰하고 인정하며 때론 깊이 상처받고 아쉬워하지만 그 자체로 수용한다. 꾸밈없이 슬픔을 드러내기도 한다. 막스 프리슈의 사망소식을 들은 후 그와의 일화를 기록하며 ‘나는 그에게 내가 많이, 아주 많이 빚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으며, ’(p.471)로 시작하는 문단,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것도 말해주고 싶었다.‘의 반복은 한참을 머물게 한다. ‘원고는 좋지만 유대인은 나빠’(p.422)라고 할때의 뉘앙스가 자신에게도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의혹을 떨쳐버리기로 ‘굳게 결심’하는 그, 알면서도 견뎌야 했던 것들에 휘청이지 않고 전후 서독행을 선택했던 결정을 후회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 때론 자신을 ‘취미와 일, 열정과 직업이 완전히 일치한 사례’(p.442)로 들어 기뻐하면서 말이다. 발췌로 정리하려면 끝도 없는 책, 정의내리기와 개념 바로잡기의 연속, 인간의 다층적 면모를 담은 성실한 스케치, 책을, 결국은 인간에 대해 말하는 글, 헌사이자 애도의 서, 기록의 정점(특히 각 장의 마지막 문단은 한결같이 빼어나다, 따로 묶음을 만들고 싶을만큼), 문학으로부터 발견한 고향······『나의 인생』은 빛 바래지 않는 인상을 연속해서 등장시킨다. 이제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나의 인생』에서 눈을 돌릴 시간, 독자는 각자의 『나의 인생』을 생각하며 문학의 황제를 배웅한다. 이에 머물지 않고 그가 불러낸 작가들, 한 때 열렬했던 우리 마음속 작가들과 재회할 시간이다.

하이네의 말을 빌리면, 유대인들은 “제2예루살렘 성전이 불에 탈 때 자신들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금은 제기와 촛대와 등잔”은 내버려두고 성경만 가지고 나온 후 포로로 잡혀갔다. 성서는 그들의 ‘휴대용 조국’이 되었다. 어쩌면 나도 문학이, 그것도 독일문학이 내 ‘휴대용 조국’이라는 사실을 그때 확실히 깨달았는지도 모른다.(p.335)

내가 염두에 둔 대상은 대중, 곧 독자였다. 간단히 말하겠다. 나는 독자에게 내가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책들이 왜 훌륭하고 아름다운지를 설명하고자 했다. 독자에게 그 책들을 읽히고 싶었다. 나는 불평할 이유가 없다. 내 평론들은-적어도 일반적으로는-내가 원했던 영향을 독자에게 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영향을 주었다고 보지 않았다. 더 많은 것을 이룩해야 했다. 내용은 어렵지만 중요한 책들을 소수의 사람들만 읽는 현실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p.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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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8
조지 손더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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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손더스의 『여우 8(문학동네)』은 사람의 말을 알게 된 여우가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우화다.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되었다가 2018년 디자이너 첼시 카디널의 일러스트와 함께 종이책으로 나온 『여우 8』은 책의 아담한 크기, 화자의 담담한 어조와는 달리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조지 손더스는 “현존하는 영어권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 “영미문학계의 천재”, “작가들의 작가”라는 평을 듣는 작가로 2017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바르도의 링컨』은 “완전히 독창적인 이 소설의 구성과 스타일은 위트 있고 지적이며, 지극히 감동적인 내러티브를 보여준다”는 찬사와 함께 그해 맨부커상을 수상한다. 2016년 국내 출간되어 지금껏 특별한 인상을 남기는 동화 『프립 마을의 몹시 집요한 개퍼들(담푸스)』을 떠올릴 때 관계와 소통, 이기심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일지 기대는 더 높아진다.

“독짜게,

우선 이 말부터 할께요. 내가 글짜를 틀리개 쓰더라도 이해하새요. 난 여우라서 그래요! 그러니 쓰기도 글짜도 완벽카진 안쵸..“(p.5) 어떤 집 근처를 걷다 창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 음악 같은 낱말들에 반해서 귀기울인 끝에 맞춤법은 틀릴지언정 인간의 말을 배우게 된 여우는 자신과 친구, 잃어버린 여우 무리의 이야기를 전한다. “머지안아 트럭들이 연기를 뿜꼬 경적을 울리며 도착캣거든요! 트럭들이 우리의 원시림을 파헤쳣서요! 우리의 기우뚱 나무를 뽑아버렷서요! 그늘진 옹달셈을 파개하고 우리가 아는 가장 놉픈 곳, 비가 안 오면 모든 피조물을 구버볼 수 잇섯던 그곳을 완전이 평평하게 만들어버렷서요!”(p.13) 인간의 환경 파괴는 여우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서식지와 먹이를 잃고 사람들의 공간에 접근케 되고, 그러던 중 소중한 친구 여우 7이 잔인하게 목숨을 잃는 것까지 목격하게되는 여우 8은 충격에 고통스럽다.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채악의 시간이었고, 채악의 시간이엇다‘(p.41) 잃어버린 친구들을 잊지 못한 채 새로운 만남을 이어갈 여우 8은 사람들의 무엇이 잘못된 건지 알고 싶다고 말한다. ”당신들의 얘기가 행복하게 끈나기를 원한다면, 좀 차캐지려고 노력카새요.“(p.58) 여우 8은 여전히 인간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작가는 많지 않은 분량 안에 중요한 이야기를 충실히 담아낸다. 여우의 서툰 글로 이어지는 사건의 전개는 감정에 매몰되는 법 없이 간결하고 객관적인데 오히려 그렇기에 여우 8의 아픔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빼앗기고 잃어버리고 사과받지도 못한 채 희망을 발견하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여우 8이 써보내는 편지는 브레이크를 잃어버린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장인 셈이다. 낱말과 이야기를 사랑하고 공상을 즐기며 친구를 아끼는 여우 8은 약하지만 소중한, 지켜내고 공존해야 할 다양한 타자로 확대되기도 한다. 챌시 카디널의 일러스트는 색을 배제하고 선으로만 그림을 완성하는데 여우는 붉게, 그 외에는 검게 표현했다. 간략한 삽화는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마치 글의 여백이나 자간처럼 묵묵해 이중의 이야기처럼 머물게 한다. 어려운 중에도 위트를 잃지 않는, 마치 인간을 대신해서 생각하는 듯한 여우 8과 여우 7의 우정은 어린왕자와 여우를 생각나게도 한다. 또 한가지, 왜 여우 8일까? 숫자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그들, 그리고 새롭게 정착하는 공동체가 취하는 그들만의 이름 짓는 방식. 이 의미는 논제로 나눠보자. 틀린 글자들로 바른 생각을,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여우 8에게 책을 덮은 독자는 여전히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좋은 책이다.

칭구가 조타는 건, 무리 전체가 등을 돌리는대도 내게 와주는 칭구가 잇다는 것. 아까 말햇던 여우 7 말이에요, 내가 잉간의 말을 하는 걸 첨으로 들은 칭구, 그 칭구가 총총거리며 띠어와 내 엽페 섯서요.

여우 7이 그랫죠. 너와 함께 갈게, 여우 8.

나는 그랫죠, 칭구.

그가 어깨를 살짝 으쓱캣고, 그건 이런 의미죠. 별것도 아닌대, 멀.(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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