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걸린 눈사람 제제의 그림책
모린 라이트 지음, 스티븐 길핀 그림, 노은정 옮김 / 제제의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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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린 라이트의 『감기 걸린 눈사람(스티븐 길핀 그림/제제의숲)』은 겨울의 길목에서 만난 특별한 선물 같습니다. 해마다 겨울이면 올해 성탄 또는 올 겨울을 기념하는 그림책 선물을 나 자신에게 주곤 하는데 올해는 감기 걸린 눈사람이 안성맞춤이네요. 청량한 하늘색 표지에 재체기하는 눈사람이 보입니다. 면지에도 눈발은 가득 날리고 속표지에는 눈밭에 드러누워 열심히 눈천사를 만드는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팔 다리를 휘휘 젓고 있는 듯 하네요. 눈천사를 만들어 본 친구들이라면 반가와 할 거에요.

 

 

세 친구와 눈사람 아아츄의 행복한 한 때가 그려집니다. 친구들이 함께 만든 눈사람 아아츄는 춥다고 투덜거리며 ‘~하면 훨씬 낫겠다고!’ 요구사항을 말합니다. 하지만 아아츄가 원하는 것은 따끈한 음료, 뜨끈한 목욕물, 후끈후끈한 모닥불이라 눈사람인 자신에게는 위험합니다. 천진한 아이들은 힘껏 아아츄의 소원을 들어주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입니다.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눈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아아츄에게는 다 생각이 있습니다. 녹아서 액체가 된 아아츄의 쿨한 한 마디 다시 새로 만들어주면 되지!” 외칠 수 있거든요. 친구들은 아아츄의 말을 들어주고 또 다시 만들어주기를 반복하지만 안돼!’라고 제동을 걸 줄도 압니다. 친구들은 투덜이 아아츄를 마지막까지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요?

 

 

눈사람이 등장하는 작품은 환상적인 행복과 어쩔 수 없이 이별하는 슬픔을 동시에 전해주곤 했습니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스노우맨이 대표적이지요. 시간이 지나도 안타까운 여운은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울라프 캐릭터가 명랑 쾌활한 눈사람을 그리고 있는데 아아츄는 울라프의 연장선에 있는 듯 하네요. 차가움과 따뜻함을 한껏 전해주는 화면 가득한 그림은 근사하고, 대화체의 반복은 다음 문장을 예상하게 해줍니다. 녹아 사라질까봐 한 주먹 뭉친 눈을 얼어서 빨개진 맨 손에 들고 집에 왔던, 어쩔 수 없이 비닐에 싸서 냉동실에 보관해 주었던 아이의 어릴 때 추억도 생각나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입니다.

 

 

 

 

(출판사 도서제공/신간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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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
니콜라이 레스코프 지음, 이상훈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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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왼손잡이』(문학동네/이상훈옮김)에는 표제작 왼손잡이와 분장예술가, 중편 ‘봉인된 천사’까지 세 편이 묶여있다. 도스토예프스키 보다 10년 후에 태어나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거장들과 거의 동시대를 지나온 작가이지만 그렇기에 부각되지 못한 면도 있고, 작품의 스타일도 차이가 있다. 또한 러시아에서는 “언어의 연금술사”로, 서구에서는 “천재적인 이야기꾼”으로 일컬어져왔다.(280p) 친가와 외가의 종교적 분위기 속에 자라나던 어린시절과 친척의 도움으로 대도시 생활을 하며 예술적 지식을 습득하거나 러시아 전역을 순회하며 글이 아닌 체험으로 민중의 삶을 직접 엿볼 수 있었던 성장기는 그의 작품으로 오롯이 결실을 맺는다. 이 세 편의 작품만 하더라도 현실에서 뚝 떨어져 이야기 속으로 한껏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세 작품 모두 흥미롭다. “왼손잡이”는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 황제가 빈 회의 후 영국의 특별하고 이국적인 발전상을 살펴볼 수 있도록 초대받는다. 그리고 인조미생물이라는 강철벼룩을 가져온다. 황제의 뒤를 이은 니콜라이 파블로비치 황제는 타민족에게 뒤떨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어 그보다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를 원한다. 뛰어난 솜씨로 영국제 강철벼룩을 능가하는 작품을 만드는 왼손잡이. 재능을 알아보고 환대하는 영국인들과는 달리 그리움에 서둘러 돌아온 고국 러시아는 혹독하게 그를 내칠 뿐이다.

 

“많은 위대한 천재들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왼손잡이의 원래 이름은 영원히 후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78p)” 티끌만한 크기의 강철벼룩이나 왼손잡이가 손을 더한 강철벼룩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나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상상은 천연덕스러운 환상성을 띠며 확대되 감탄을 자아낸다. “기계문명이 제각기 다른 재능과 소질들을 균일화시킨 데다가, 천재들이 더 이상 근면과 정확성을 위한 싸움에 투신하지 않기 때문이다.(79p)” 근면과 정확성을 위한 싸움에 투신해도 결코 도달하기 어려운 재능을 지녔지만 왼손잡이가 처한 열악한 외적 조건들은 부당한 결말을 맞게 한다. 그럼에도 무엇도 탓하지 않고 선하고 순박했던 그, 수많은 자들을 대변하는 그를 생각하니 안쓰런 마음이 든다.

 

“분장예술가”는 러시아 농노제 사회의 비인간적 상황을 그리는 작품 들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으로(285p) ?묘지에서 들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산책길에 있는 작은 무덤가에서 유모가 해준 이야기가 소설의 내용이다. "이게 바로 그 끔찍한 눈물병이라우. 이 속에는 망각의 독이 들어있지.(124p)" 지배층의 폭력에 무기력하게 휘둘릴 수 밖에 없었던, 결국 어떤 희망적 메시지도 기대하지 못하는 인생들을 가슴아프게 그리고 있다. 여기서도 작가의 상상력은 빛나는데 사람의 얼굴에 섬세하면서도 다양한 표정을 심어줄 수 있는 ‘사상이 담긴 화장술’이라니, 그래서 독자는 단순한 분장사가 아닌 분장예술가의 경지를 그려보게 된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봉인된 천사”였다. 눈보라 치는 겨울, 추위를 피해 들어온 허름한 여인숙에서 어떤 사람이 들려준 ‘천사가 자신을 인도한 이야기’다. 루카 키릴로프가 이끄는 한 구교도 석수장이 무리의 일화로 이콘(성상화)을 중심으로 사건이 일어난다. 수호천사를 그린 이콘은 이동할 때도 특별히 중요하게 보관하며 푯대이자 영적 기둥으로 여겨진다. 그런 이콘이 관리들에 의해 끓는 수지에 찍히고 봉인된채 정교회의 주교좌성당에 보관되는데 이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여러 러시아 작품에서 스치듯 나오곤 했던 이콘을 꽤 자세히 다루는데 고대의 이콘들과 이콘의 다양한 종류는 물론 집착에 가까워 보이는 사람들의 태도도 이유를 듣고 나면 공감하게 된다. 누구나 다 성경을 이해할 수 없지만 ‘단순하고 알기 쉽게 나타나 있는’ 이콘을 통해 하늘의 영광을 직접 볼 수 있고 은혜를 누릴 수 있다는, 배움이 적더라도 충만한 은혜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 이콘이 중요한 이유다. 빼앗긴 이콘을 되찾는 과정과 특히 이콘 화가의 작업 장면은 속도감 있는 생생한 전개로 숨죽이며 읽어나가게 된다. 영화를 보듯 스릴이 넘치고 그 안에 신뢰와 희생의 주제까지 따스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그때서야 우리는 우리의 봉인된 천사가 우리 모두를 어디로 이끌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먼저 고난의 잔을 쏟아부은 다음, 그 공포에 가득 찬 밤에 인간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봉인을 지웠는지 가까스로 이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267p)” 액자 형식의 구조안에서 표면에 드러난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점층적으로 본질에 다가가게 하는 레스코프의 작품들은 감추인 비극과 부조리를 미화시키는 일 없이 독자 스스로 느끼고 깨닫도록 해준다. 방언을 비롯한 입말체의 잘 읽히는 문장(러시아 특유의 ‘스카스 장르’라는)은 슬픔과 고통 중에도 때론 위트와 유머를 섞는다. 레스토프의 더 많은 작품들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책속에서>

-정말 무섭더군요! 여러분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그가 그 무지막지한 왕손으로 종이처럼 얇디얇은 그림판을 나무판에서 떼어내려고 톱질을 해대는 모습을 말입니다······깜빡 잘못하면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갈 판이었지요. 톱이 조금만 빗나가도 이콘이 그대로 찢어질 상황이었으니까요!(256p)

-정신 차리십시오, 부인. 남편은 무사할 겁니다. 혹시라도 일이 잘못될 경우 나이 많은 우리 마로이 할아버지가 형리에게 채찍질을 당하고, 그의 선량한 얼굴이 낙인으로 더럽혀질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죽고 나서야 그렇게 될 겁니다!(261p)

-그러고는 갑자기 쇠고리 위로 걸음을 옮기면서 폭풍 사이로 외쳤습니다.

'찬송가를 불러줘!'(262p)

-주님께서 어떤 길을 통해 사람들을 찾으시든 간에, 또 어떤 그릇으로 사람들에게 물을 주시든 간에, 중요한 건 주님께서 사람들을 찾으시고 또 조국과 하나가 되려는 사람들의 갈급한 마음을 해결해주신다는 겁니다.(2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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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5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박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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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의 『악령』(열린책들/박혜경옮김/1872)은 작가의 주제의식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작품이다. 5대 소설로는 죄와 벌, 백치 다음 작품이며 10여년 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2부를 시작하지 못하고 미완으로 마무리된다. 악령은 악의 순수한 비극(하권 481p)“을 그리는데 인상깊은 에피그라프(누가복음 8, 악령 들린 돼지떼 예화)로 장대한 이야기는 요약될 수 있다. 병든 러시아, 즉 악령으로 고통받는 자와 악령에 홀려 바다로 뛰어드는 돼지떼가 파멸 이후의 구원에 대한 믿음을 상징한다.(하권 452p)

 

 

사로잡힌 자를 누가 돌이킬 수 있을까, 가장 가능성 있는 사람이 찌혼 신부이겠지만 그의 노력 또한 헛되어 사로잡힌 자는 사라지는 것 이외에 또 다른 방법이 없을지 묻게 된다. "실제로 『악령』의 형이상학적 행위 속 주인공은 악에 유혹받은 선이 아니라, 악 그 자체이며, 그것의 비극성은 스따브로긴의 형상 속에서 상징화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악령』은 선의 비극을 목표로 하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는 직접적으로 대비된다. (하권 477p)"는 작품 평론에서 하나의 힌트를 얻는다.

 

 

바르바라 뻬뜨로브나에게 중요한 두 인물은 외아들인 니꼴라이 프세볼로도비치 스따브로긴과 아들의 가정교사이자 20년 이상을 후원하고 있는 스쩨빤 뜨로피모비치 베르호벤스끼 선생이다. 스물 다섯 살 정도의 매우 아름다운 청년으로 처음 등장하는 스따브로긴은 농노 해방 이후 어려워진 여건 속에서도 아들의 지원에 마음을 다하는 어머니에게 새로운 근심을 안긴다. 방탕 행각에 대한 소문 뿐 아니라 몇몇 엽기적인 행동으로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하지만 망상장애를 이유로 사건은 지나간다. 작가를 대변하는 화자는 스쩨빤 선생의 벗으로 나와 전달자이자 기록자 역할을 한다.

 

 

원래 주인공인 베르호벤스끼 부자와 5인조를 제치고 새로운 주인공으로써 인간 전형의 한 획을 그은 스따브로긴이니 만큼 도스토예스끼가 얼마나 혼신을 쏟았을지 짐작할 수 있다. 스따브로긴이 전면에 나서 이야기를 끌고 가지는 않는다. 빗겨 있으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주동하는 인물로 내적 특징과 외적인 아름다움이 그 자체로 권위를 보장받는다. 작가는 스따브로긴과 분신적 관계인 세 인물, 뾰뜨르 스쩨빠노비치 베르호벤스끼, 이반 샤또프, 끼릴로프를 통해 철학적 논제를 던진다.

 

 

끼릴로프는 자신의 생각을 전개한다. 현재의 인간은 아직 진정한 인간이 아닙니다. 행복하고 당당한 새로운 인간이 나타날 것입니다. 살아 있건, 살아 있지 않건 상관없는 인간, 그들이 새로운 인간이 될 것입니다. 고통과 공포를 이겨 내는 인간, 그가 스스로 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신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중략) 신은 죽음의 공포가 야기하는 고통입니다. 고통과 공포를 이겨 내는 인간, 그가 스스로 신이 될 것입니다. 그때 새로운 삶이, 새로운 인간이, 새로운 모든 것이 생겨날 것입니다.(상권,181p)" 신이 없다면 내가 신이고 나의 의지 즉 자의지를 확신하고 선언하고 표명하는 일련의 행동(하권 265p)은 당연하며, 최고의 자유를 원한다면 감히 자신을 죽일 수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표함으로 뾰뜨르 스쩨빠노비치 베르호벤스끼에게 자진해서 이용당한다.

 

 

샤또프는 단 하나의 민족만이 진정한 신을 가질 수 있고 신의 잉태자인 유일한 민족은 러시아 국민이라는, 러시아에서 새로운 강림이 이루어지리라는 슬라브주의를 스따브로긴으로부터 받아들인다. 자신은 한낱 재능 없는, 불행하고 지루한 책일 뿐이라고 고백하며(중권 80p) 자신의 과거 사상을 불러일으켜 불쾌하다는 그에게 바로 그런 스따브로긴을 2년간 기다려왔으며 자신은 벌거숭이가 되고 희화화 되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스따브로긴과 이야기 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스따브로긴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지.(84p)"라고 속내를 드러낸다. 뾰뜨르 스쩨빠노비치의 표현대로 스타브로긴이 태양이자 신과 같은 존재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쩨판 선생의 아들 뾰뜨르 스쩨빠노비치 베르호벤스끼는 다른 사람에 대해 이렇다고 제멋대로 단정 지어 놓고는 그걸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중권 253)”이다. 그는 거침없고 영악한 특유의 행보로 신임 현지사와 그의 아내를 불행에 빠뜨린다. 또한 그는 5인조를 구축하고 밑바닥부터 뒤집어지는 혼돈을 야기하기 위해 평등을 목표로 삼는다. 교육과 학문, 재능의 수준을 낮추고 복종이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 그는 스따브로긴을 아무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아름다움이자 무섭고도 매력적인 귀족이기에 자신에게 꼭 필요하다며 자네는 지휘자이고, 자네는 태양이며, 나는 자네의 벌레에 불과하네(중략) 자네가 없으면 나는 제로에 불과해. 자네가 없으면 나는 파리이고, 병 속에 든 사상이고, 아메리카 없는 콜럼버스라네(중권 344)”라고 서슴없이 고한다. 자격지심과 열등의식을 교묘히 감추고 은밀히 복수하면서.

 

 

뾰뜨르 스쩨빠노비치와 스따브로긴에게서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 스메르쟈코프와 이반의 구도 또한 엿보인다. 뾰뜨르 스쩨빠노비치는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사악하고 야비하고 뻔뻔스러우며 무섭고 얄미워- 두 번의 식사 장면에서는 먹고 있는 음식을 확 빼앗아버리고 싶어진다- 신경이 찌르르해질 정도다. 악의 편에 있어서 일당 백의 인물이며 그가 바라는 사회 저변으로부터의 혼란과 전복은 어쩌면 특별한 목적을 갖지 않는다.

 

 

사회는 그때고 지금이고, 그곳이고 이곳이고 (혼란을 목표삼지 않더라도) 충분히 혼란스럽고, 내가 아닌 대다수의 타자에게 노골적인 악의를 분명히 드러낸다. ?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 또는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까 등의 답을 하면서. 불명확한 대의를 향해, 뾰뜨르 스쩨빠노비치로부터 전달받은 강령들을 수용하는 5인조 구성원은 눈가림당한 채 도구로 전락하고 서로를 의심하고 두려움에 갇혀 자신을 제어하지 못한다. 아닌 것을 알면서도 발을 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사람들이 비단 그들 뿐일까, 스스로를 의심하면서도 맹목적인 공격을 멈추지 않는 일들이 비단 그때만 있었을까.

 

 

스따브로긴에게 사로잡힌 여성들 또한 불행해진다. 아름답고 자존심 강했던 리자베따 니꼴라예브나(리자), 어떤 형태로건 곁에 남아 있기만을 바라고 확신했던 다샤나 그를 왕자님이라 부르던 절름발이 백치인 마리야 찌모페예브나 레뱟끼나도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왕자님은 참칭자였다. 부록 찌혼의 암자에서가 제외되었다면 결코 온전히 스따브로긴에게 다가갈 수 없었을 것이다. 가리워져 있던 스따브로긴의 진면목을 알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장이다.

 

 

스따브로긴은 명료한 이성으로 몰아 붙혀 막다른 순간까지 의식하기를 원한다. 초인이자 인신이 되며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증명으로서의 삶, 즉 감정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멈추지 않거나 때론 멈추거나 자유자재로 조절 가능한 스스로의 능력 확인하기 등의 태도를 견지한다.’ 그러나 태도를 견지하는 것과 인간의 삶을 사는 것은 다르다. 그는 태도를 견지하다 보니 사는 법을 잃어버리고 되찾지 못한 채 선택의 여지 없이 내몰렸다는 생각이 든다.

 

 

임종을 앞둔 스쩨판 선생이 소피야에게 낭독을 부탁했던 요한의 묵시록 말씀 -뜨겁지도 차지도 않고 미지근하기만 하니 나는 너를 입에서 뱉어 버리겠다(하권324p)- 또한 의미심장하다. 일종의 불능상태로 힘으로도 능으로도 도달할 수 없는(4)’, 회복 불가능한 삶을 뒤로한 채 납빛 가면을 쓰고 죽는 배우, 삶과 연기의 경계를 잃어버린 무대 위의 배우를 연상시킨다. 구원은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절대적 아름다움으로 상징되는 스따브로긴은 그림 같은 미남이었지만, 동시에 왠지 혐오스러워 보인다. 사람들은 그의 얼굴이 가면처럼 보인다고 말했다.(상권 68p)"는 표현처럼 가면안에 감각을 잃고 갇혔을 수도 있겠다.

 

 

처음 악령을 읽었을 때의 감상이 정확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기억한다. ‘잊을 수 없는 이름, 스따브로긴하며 찬탄했었고 왜 나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났나, 나도 자유로운 영혼으로 멋지게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억울하다는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결코 도달하기 어려운 지점에 있는 스따브로긴이 충격이었을 것이다. 도스또예프스끼의 무신론 반대의도와는 다르게 악령을 그의 작품들 중 최고작으로 꼽는 또 다른 독자도 책을 읽은 후 자신의 신앙을 버렸다는 글을 읽고 파급력을 더욱 확인할 수 있었다.

 

 

스따브로긴을 다시 만날 생각에 설레었지만 다시 만난 그는 다른 인물이었고 나 또한 그때와 달라졌을 것이다. 바로 이전에 읽은 백치보다 한층 거칠게 질주하는 느낌으로 다가왔으며 어떤 희망적 여지도 거두어가는 어두운 심연을 공고히 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 나올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향한 또 한 걸음의 준비라는 의미로서 기념비적일 것이다.

책 속에서>

문제들 중에는 똑똑하게 말해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에 관해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똑똑하지 못한 것들도 있습니다.(상권296p)

그런데 의심할 바 없는 진짜 슬픔은 보기 드물 정도로 경박한 사람조차 가끔은 아주 잠깐이나마 견고하고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진정한 진짜 슬픔으로 인해 바보들도 물론 잠시이긴 하지만 영리해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슬픔의 속성이다.

(상권318p)

삐에르, 너는 나한테 다르게 말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니, 얘야?(상권319p)

큰길, 이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도 긴 어떤 것으로, 인간의 삶이나 인간의 꿈과 같은 것이다. 큰길에는 관념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역마권에는 무슨 관념이 있는가? 역마권에는 관념의 종말이 내포되어 있다······(큰길 만세)! 그다음 일은 신의 소관이다.(하권2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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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도전 요리왕 6 : 대한민국 1 - 음식으로 맛보는 세계 역사 문화 체험 백종원의 도전 요리왕 6
백종원.남지은 지음, 이정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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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도전 요리왕/위즈덤하우스은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그 나라의 고유한 요리에 도전하는 동시에 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시리즈 책입니다. 벌써 일본, 중국, 이탈리아, 미국, 태국까지 다섯 나라를 거쳤고 드디어 우리 대한민국 편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일까요? 백종원 선생님과 정우솔 선생님의 인솔 하에 탐방 및 요리 대결을 펼치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생동감이 넘칩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 역사에 대해 한 장으로 정리하는 시간도 갖네요.

 

총 다섯 번의 대결이 펼쳐지는데 우리나라 대표 요리로 김밥, 김치, 국수, 비빔밥, 고기 요리가 주제입니다. 대결에 앞서 친구들은 최고의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시간을 갖게 됩니다. 자신만의 음식을 완성하기 위해 탐색하고 배우고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이 과정은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자세가 스스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그 안에서 열정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자연스레 전달하네요. 자신의 음식을 소개하면서, 선생님의 평가를 들으면서 친구들은 성장하고 독자들도 중요한 요리 비법을 배우게 됩니다.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음식 지도였습니다. 전국 김치 지도, 전국 국수 지도, 비빔밥 지도까지 지역별 특징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생활상도 추측할 수 있으니 일석 이조입니다. 국수 지도와 비빔밥 지도는 그릇에 담아낸 모양새까지 볼 수 있어 맛보지 못했던 요리도 예상하는데 도움이 되네요. 조선시대 궁중부엌이라 할 수 있는 소주방이 외소주방, 내소주방, 생물방으로 나뉘고 역할이 구분되어 있는 점도 새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만화 형식의 음식 문화 시리즈는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자연스러운 대화체가 살아있고 요리 과정을 엿볼 수 있으며 먹음직스럽고 정성 가득한 식탁까지 시각적으로도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백종원 선생님의 친근한 목소리가 오디오로 재생되는 듯한 착각도 큰 즐거움입니다. 나라면 어떤 음식을 만들어볼까 자꾸 상상하게 되고 과연 대한민국 2편에서 어떤 대표 요리가 등장할지 기대됩니다. 이미 출간된 다른 나라편도 찾아서 읽어봐야 겠어요. 책으로 하는 세계여행에 안성맞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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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 가죽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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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드 발자크의 『나귀 가죽(1831)/문학동네』은 골짜기의 백합이나 외제니 그랑데, 고리오 영감 등의 작품에 비해 낯선 제목이었다. 국내 초역이다 보니 우연히라도 여러 모양으로 스쳐지날 기회도 없었다. 그렇게 처음 만난 순간부터 책의 제목은 독특한 이미지를 품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발자크는 인간과 세계 이해라는 뚜렷한 목표하에 큰 틀을 기획, 설계함으로 독자적인 유기체로 기능하도록 했으며 자신의 소설 작품 전체에 「인간극」이라는 제목을 붙였다.(450p)

 

 

「인간극」은 인간사의 여러 특수한 면모를 탐구, 결과의 원인 규명, 원인 분석, 보편적 원칙 정립하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귀납적 프로그램임을 밝히는데(450p), 그래서인지 의도된 창작물이면서 동시에 조사 연구 보고서, 일종의 논문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 개의 하위 연구와 하위 장면들이 포진한다는 점에 이르면 “나귀 가죽”의 중요도나 기여를 작가 의도에 최대한 근접시켜 전체 작품을 조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새로운 과제를 받는 느낌이 든다. 발자크는 그만큼 치열했던 것 같다.

 

 

초판 서문에서는 발자크의 문학론과 작가론을 눈여겨 볼 수 있다. 관찰과 표현, 관찰의 재능과 형태 부여의 재능, 이 두 가지 결이 다른 재능에서 더 나아가 천재를 “손쉽게 정신을 통해 공간을 가로지르는 사람(18p)”이라고 정의내릴 때 이는 작가가 도달하고자 했던 목적지 중 하나였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1830년 7월 혁명 직후의 파리가 작품의 중요한 시공간적 배경이다. “16세기가 웃으면서 파괴를 준비했다면, 우리의 세기는 폐허 한가운데서 웃고 있다(95p)”며 깊은 심연의 종잡을 수 없는 현재를 불안과 불신의 눈으로 통과하고 있다. 소설의 구조는 단순 명확하다. ‘부적-무정한 여인-죽음의 고뇌’로 연결되는 총 3부,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는데 그래서 이 안에 담긴 의미는 더 두드러지고 강조된다.

 

 

모든 것을 잃고 죽기를 각오한 청년 라파엘에게 나귀 가죽은 거절할 수 없는 강력한 유혹으로 다가와 취약한 상대를 부지불식중에 장악한다. “자네가 내게 애원하도록 강요하지 않고도~(66p)”로 시작하는 노인의 제안을 외면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명심할 단서가 붙는다. “원하라, 그러면 그대의 소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대의 소망은 그대의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70p)” 이로써 비극의 서막은 올랐다.

 

 

나귀 가죽을 권하는 자그마한 노인, 환영 같고 유령 같은 노인, 키가 크고 깡마른 노인은 늙은 정령으로까지 호칭이 변화한다. 그가 구사하는 현란한 만연체의 문장은 중독성 있고 날카로운 논리를 전개한다. 생명을 소진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두 가지 이유를 바람과 행함으로 규정하고 이는 심장이나 감각이 담당하지만 두뇌, 보는 것, 안다는 것, 생각은 ‘모든 보물 상자의 열쇠’, ‘근심 걱정 일절 없는 수전노의 기쁨을 가져다 주는(73p)’이상적인 대척점이라고 말한다. 자신은 후자의 안전을 자랑하며 라파엘에게는 위험한 마법을 권한다.

 

 

이미 작동을 시작한 나귀 가죽은 그를 자연스럽게 연회 모임으로 데려가고 죽음의 목전에서 마법의 약속을 얻은 라파엘은 자신의 지난 삶을 고백한다. 어린시절 아버지와 의 관계, 가난을 벗삼아 열정적으로 몰입했던 공부, 생캉텡의 하숙집에서 만난, 살아있는 양심 자체였던 소녀 폴린-그녀가 라파엘의 종말을 예견하는 아이러니(256p)-, 백작부인 페도라-너무도 많은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어서 오히려 설명 불가능한 그런 존재인 페도라(249p)-를 향한 집착과 상실로 자포자기식 방황에 빠져 죽기를 각오한 순간까지 회상한다.

 

 

나귀 가죽은 무엇이었을까? 약속의 광휘가 기쁨이었던 순간은 거의 찰나에 가깝다. “세상은 그의 것이었고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사막 한가운데에 버려진 여행자처럼 그에게는 갈증을 풀어줄 물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그의 목숨은 몇 모금의 물이 남아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욕망이 이루어질 때마다 앞으로 살날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러자 그는 나귀 가죽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했다. (291p)”

 

 

재산은 무례해도 된다는 면허증, 황금의 권능, 백만장자들에게는 단두대도 사형집행인도 없다(202p)는 말들은 이미 공허할 뿐이다. 라파엘은 드 발랑탱 후작 나으리가 되었지만 죽음은 속도를 낸다. 3부는 본격적인 죽음과의 사투다. 소원 들어주는 보물인 나귀 가죽은 가차없이 대가를 취한다. 바로 라파엘의 생명으로. 가죽이 줄어들어 테두리선 안쪽으로 보이는 빈 공간은 심장을 얼어붙게 하고 이성을 마비시킨다. 삶의 유일한 목표는 나귀가죽을 보존하는 일이 된다. 마음의 소원 때문에 생명이 사그라지고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서만 소원의 결과물인 부가 사용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너무도 비이성적인 현실 앞에서 요즘 같은 시대에 이 무슨 일인가 라파엘은 한탄하면서 살아있음에도 온전히 살아있지 못한 시간을 보낸다. 인간 최고의 지성, 최고의 방편을 찾아 헤맨다. 라파엘의 여정과 그 안에서 더 선명하게 보이는 인간의 속성, 사회의 구조는 비수처럼 그를 찌른다. “돈이나 권력이 없다면 육체나 정신의 고통을 겪고 있는 자는 누구라도 하나의 불가촉천민이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사막 속에 머물러 있어야 할지니. 만일 그 경계를 넘어서면 그는 도처에서 혹독한 겨울을, 냉랭한 시선과 태도를, 냉랭한 말과 심정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392p)” 그리고 그곳에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열망의 대상이었던 페도라를 발견한다. 공감도 동정도 모르던 상류사회의 비정한 도덕 자체였던 그녀의 정체를.

 

 

작가의 신랄한 현실 묘사는 무서울 정도이지만 과장되어 있지 않다. 살아 남기 위해서,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 위해서 세상과 자신 사이에 무시라는 장막을 치는 라파엘과 위선과 가식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의 무감각, 자연 깊은 곳으로의 피신까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은 비단 라파엘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깨달음은 늘 너무 늦게 다가오는 것일까. “그는 문득 힘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아무리 그 힘이 막대하다 하더라도,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홀은 어린아이에게는 한갓 장난감일 뿐이지만 리슐리외에게는 도끼요, 나폴레옹에게는 세상을 들어올릴 수 있는 지렛대인 것이다. 힘은 꼭 우리만큼의 크기를 가지며 그래서 큰 사람만을 더 키우는 법이다. 라파엘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409p)

 

 

“나는 욕망한다. 고로 나는 죽어간다”, 이 거래를 중단시키겠다는 의지, 원상 복귀 또는 약속의 파기를 위한 안간힘, 두려움 앞의 비참한 인간 조건 등이 파멸해가는 라파엘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살고 싶었던 라파엘(308p)이, 그래서 식물이 되고 자동인형이 되어 삶을 포기한 채라도 살고 싶었던 라파엘의 심정이 아프게 다가온다. 머릿 속에 백과사전을 품고 미세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생의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하고 남긴 것이 평생 작가를 옥죄었던 고통의 기록이기도 했다는 점이 소설의 허구적 장치마저 현실 그 자체로 여겨지게 만든다.

 

 

소원 들어주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요술 지팡이나 램프, 별가루 날리는 영롱한 그 무엇보다는 외형도 감촉도 자유자재로 바꾸며 위협하는 나귀 가죽에 가까울 것같다. 페도라와 폴린의 상징을 비롯해 당신은 어떤가, 무엇을 원하고 선택하고 지불하는가 질문하는 작품이고 여전히 질문이 남는 작품이다. 한시적 인간이라는 점에서 누구나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나귀 가죽을 지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까지 시간이라 불러왔지만 실은 모든 영역에 두루 적용되기에 무어라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무한대에서 우리가 잠시 빌려 쓰고 있는 티끌에 지나지 않는 이 찰나 같은 인생은 우리를 가련하게 만든다. 하여 우리는 폐허로 변한 그 숱한 지난 세계 밑에 깔려 자문하나니, 우리의 영광, 우리의 증오, 우리의 사랑은 무슨 쓸모가 있는가? 훗날 손에 잡히지도 않는 한 개 점이 될 뿐인데 삶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가? 현재에서 존재 근거를 잃은 우리는 하인이 들어와서 우리에게 ‘백작 부인께서 나리를 기다린다고 하셨습니다!‘고 전할 때까지 빈사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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