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탈원전을 결심했나
간 나오토 지음, 김영춘 외 옮김 / 에코리브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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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멜트다운 및 수소폭발 사태에 당시 일본 총리였던 간 나오토의 최근 출간된 후쿠시마 사태에 대한 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실로 적절한 시점에 한국에 번역 출간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관련하여 가장 상세하고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는 오시카 야스이키의 ‘멜트다운’에 언급된 간 나오토 총리의 처한 상황을 보고 저는 절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간 나오토 전 총리의 이 글이 기대되었습니다.

오시카 야스이키의 ‘멜트다운’에서는 일본의 도쿄전력이 당시 간 나오토 총리에게 상황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아마도 의도한 상황이겠지만 총리를 거의 정보 격리를 시켰는데요. 이에 간 나오토 총리는 전문가 그룹을 따로 만들정도로 도쿄 전력을 다소 불신하기까지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태 당시 서기장이었던 고르바초프의 입을 빌어 “원자력 분야의 폐쇄성과 비밀성이 목격되었다”고 언급하고 있는데요. 제가 읽었던 ‘멜트다운’에서도 일본 원전 마피아의 노골적인 정보 폐쇄성에 실로 충격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어떤 인사는 원자력에 대한 정보 공개는 일본의 국익에 이롭지 않다고 밝혔는데요. 일전에 노엄 촘스키는 어떤 소수의 이익 집단이 막대한 이익을 나눠갖고 있다고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면 거기에는 폐쇄적이고 집단적인 그들만의 비타협적 정보 공유가 있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익적인 측면에서 다수의 이익을 위한 그런 정보가 아니라 자신들의 거의 반항구적인 이익 공유를 위한 정보 폐쇄가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죠.

다시 2011년 3월 11일의 후쿠시마로 돌아가보자면, 당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전 6기 중 1호기와 3호기가 수소 폭발하여 각각의 원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붕괴 위험까지 내포되어 크게 볼때 동일본 전체가 앞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될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고 이는 일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당시 간 나오토 총리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너무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관료들과 도쿄 원전 관계자들의 주장과 전면적인 주민 대피를 고려하는 것은 너무 무리가 아니냐는 의견까지 보이는데요. 저는 당시 일본 정부의 전체 입장을 싸잡아서 재단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일본의 관료 사회는 뭔가 민주주의의 정보 개방성과 시민의 안전에 대한 원칙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 나오토 총리는 도쿄 원전의 직원들과 관료들을 이끌고 피해 상황 복구에 나서 큰 노력을 기울인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방사능 피폭의 가능성까지 염두해두면서 현장을 일일이 챙긴 것은 그나마 일본 국민들에게는 큰 위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위대가 보유한 장비만으로는 부족해보여 도쿄도에 있는 관련 장비를 수소문하기 위해 당시 이시하라 신타로 도지사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고 그 긴박한 시간에 사람을 거쳐 연락을 시도한 것은 뭔가 납득이 되지는 않더군요. 일본인들 간의 예의 차원에서 지인을 통해 연락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측면이라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러한 긴박한 시간에 총리가 도지사에게 몇다리 건너 연락하고 있는 상황은 뭔가 문화충격이었습니다. 물론 이시하라 도지사와 연락이 되고 나서 정파를 초월해 협력해왔다고 평가하긴 했습니다만 일본인들의 그런 상황에서 일본인들의 예의 차림은 신선하긴 하군요.

이후, 총리에서 물러난 간 나오토 전 총리는 자신 스스로가 탈원전 지지자가 되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일본 국민들에게 앞으로 탈원전 계획의 당위성과 재생 에너지 필요성에 대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현재 일본에 54기의 원전이 있다는 것은 지진과 화산 활동에 취약한 일본 상황에는 불안한 측면이 있어 보이긴 합니다. 끝으로 이런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앞서 제가 언급한 오시카 야스이키의 ‘멜트다운’을 참고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간 나오토 전 총리의 이 책은 전반적인 후쿠시마 사태의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 비상대책위원회 등의 상세한 상황 정보는 다소 미흡하긴 합니다.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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