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일본의 극우주의 - 재특회, 왜 재일 코리안을 배척하는가
히구치 나오토 지음, 김영숙 옮김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 도쿠시마 대학의 종합과학부 준교수인 히구치 나오토의 ‘폭주하는 일본의 극우주의’를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완독을 했는데요. 평소에 저는 일본 내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역사 수정주의와 지속적인 혐한론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특히 그 연원이라든지 배경을 명확히 알고 싶던 찰나에 우연히 여기 히구치 나오토 선생의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갑자기 들었던 생각은 저자가 일본에서 살해 위협을 받고 있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나온 야스다 고이치의 ‘거리로 나온 넷우익’도 그런 취지의 글인데요. 여기에서도 적잖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히구치 나오토 선생은 ‘거리로 나온 넷우익’의 해석과 주장에 비판을 가하고 있기도 한데요. 그것은 뒤이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조관자 선생의 ‘탈 전후 일본의 사상과 감성’ 에서 (일본 내부에서) 역사 수정주의란 ‘태평양 전쟁 사관/도쿄 재판 사관’을 부정하는 것이라 밝히고 있는데요. 최근의 일본 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소위 재특회에 의한 재일 한국인들에 대한 폭력적 혐오 운동은 배외주의와 역사 수정주의가 결합되어 나타난 것이며, 배외주의 운동이 보수주의에서 기인한다기보다는 역사 수정주의의 한 변종이라고 저자는 정의 내리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재특회에 나서고 있는 회원들이 저학력, 저소득 및 하위 계층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는 ‘거리로 나온 넷우익’의 야스다 고이치의 주장을 잠정적으로 반박하고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저학력자들이 교육을 통해 진보적인 의식을 갖지 못하고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고수하게 된다고 앞서 정의내리고 있지만, 재특회에서 활동하는 대다수의 인원이 저학력 혹은 저소득자들은 아니고 매우 계층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각계에 속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일본의 재특회와 같은 극우주의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고, 특성상 포퓰리즘과 비슷한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자민당 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극우가 이념적으로 비타협적인 배외주의와 하등 연관이 부족한 재일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어서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더욱이 재특회가 주장하는 재일 한국인들읱 특권은 대표적인 차별제도라 할 수 있는 통명제도와 통계로 나와있는 것처럼 그들 거의가 화이트 컬러 계층이라기 보다는 다수가 직업을 자영업으로 갖고 있고 오히려 재일 중국인들이 훨씬 고학력의 화이트 컬러 계층이라고 자료가 보여주고 있는데요. 식민지 시기를 거쳐 일본에 정착한 조선인들과 그 후손들이 다수인 한국인들이 일본의 패전 전까지만 해도 순혈 일본인들과 달리 이등 국민이었지만 일본 제국 시절에는 같은 국적이었음에도 이제와서 한국인, 조선인으로 분리시켜 특권 운운하는 것은 그 이념적 한계가 명확하다고 봐야 하겠죠.

‘속국 민주주의론’에서 봤던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태평양 전쟁과 대동아 공영에 ‘그래도 한때는 일본인과 조선인이 같은 편에 서서 유럽과 미국에 싸우지 않았나요. 그런거면 동료였던 건데’ 라고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저는 적지않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본에서 얼마나 역사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지 이 사례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히구치 나오토의 이 책에서도 바로 그러한 관점으로 태평양 전쟁과 2차 대전 종전을 보고 있는 일본인들이 많더군요.

다군다나 이 재특회라는 프레임은 조금만 관련된 지식을 찾아봐도 진위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텐데 여기에 속한 많은 젊은이들이 그런 것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일본 학계 내에서도 역사 수정주의적 입장을 널리 펴고 있는 서적들이 출간되고 있는 것 같았고, 이른바 ‘자학 사관’이라는 입장에 동조하는 일본인들도 적지 않아 보였습니다. 자민당을 지지하고 있는 일반인들과의 인터뷰가 바로 이러한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 서두에 북한 핵문제와 일본 역사문제가 해결된다면 그야말로 동아시아는 평화로울 것이라고 언급되어 있는데요. 재특회에 근간에 배외주의가 겉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 본질은 역사 수정주의가 사실을 부정하고 자신들이 오히려 피해자라고 여기게 만드는 그리고 이웃나라인 중국과 한국이 얼마나 자신들을 피곤하게 만드는지 그러면서 동아시아의 불신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어쩌면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일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한국인들이 무조건 이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재특회를 비롯한 혐한론과 일본 사회의 외국인 전투적인 배체에 대한 충분한 사례와 증거를 밝히고 있고 그것에 동조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어떻게 다소 심하게 말하면 ‘세뇌’ 되었는지 그 본질을 명확히 알게 해줍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이 책을 봐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에 대한 테러, 특히 한국인들에 대한 폭력, 외국인 참정권에 대한 말도 안되는 해석과 피해주의 등으로 봤을 때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시민 사회의 모습은 전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반대로 한국에서 조직적인 움직임과 폭력적인 시위로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는 경우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면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이해하기 힘든 충격을 안겨주면서도 단순히 정치권의 역사 수정주의와 배외주의라는 측면이 아니라 일본의 일반 시민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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