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로 읽는 미중의 한반도 전략 - 북핵, 사드보복 그리고 미중전쟁 시나리오
주재우 지음 / 종이와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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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추석 즈음에 사흘 정도를 정신없이 몰두하게 만든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의 저자인 주재우 교수의 최근 출간된 ‘팩트로 읽는 미중의 한반도 전략’을 읽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는 방대한 자료와 곳곳에 보이는 저자의 통찰력에 유명한 스릴러 작품과 같은 몰입감이 대단했던 글이었습니다. 주재우 선생의 이 책도 그래서 읽는데 고민이 들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총 9장의 주제로 각각의 챕터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형태로 봐야할 텐데요. 어느 하나 따로 선별해 취사 선택해서는 전체적인 맥락의 이해 부족을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다 기본적인 국제정치학적인 배경 지식이 기반이 되어야 저자가 밝히는 주장들에 대해 논지 해석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이 어느 정도 구분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제1장의 소제목인 미중 관계에 대한 한국인들의 오판부터 어떤 기대감이 들었는데요. 요지는 한국인들을 포함한 각종 외교정책에
관여하는 관료들도 미국과 중국의 이익들에 대한 선명한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요. 달리 말하면 너무 표면적인 의미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예를들어 작년 말에 사드 배치 문제도 중국이 한국에 대해 시험하는 진정한 의도와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중국측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등의 근거들이죠. 그런데 원래 외교나 국제정치에서는 어떤 논점에 대한 실체가 잘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어려운 법이죠. 더군다나 중국과 같은 국가는 권위주의적인 국가이면서 국가 정책과 관련된 정보와 관련해서는 폐쇄적인 분위기가 있죠. 그런 부분에서 중국 현지에 학자와 관료들에 대한 여러 연결점을 보유하고 유지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일각에서 주장하는 이유일겁니다.

주재우 선생은 이 책에서 요근래 한창 미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존 미어샤이머 등의 ‘미중 전쟁 불가피론’에 대해 반대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데요. 세력전이론이라든지 투디키데스의 함정 등은 오늘날 미중 관계를 해석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1953년 한국 전쟁 휴전 이후 미중 양국은 1972년 이전까지에도 비공개 대사급 회담을 유지하면서 서로간의 대화를 끊임없이 유지해왔고 그런 기조 때문에 베트남 전쟁에서의 철수 문제 등과 같은 부분에서 서로 협력해왔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미중 전쟁론’ 에 너무나 매몰되어 본질을 왜곡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여깁니다만 현실적으로 중국과 미국은 동맹 관계에서 연루의 문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일 동맹이나 말할것도 없이 한미 동맹 등 국제정치학에서 아주 대표적인 비대칭 동맹인데요. 국력의 차이가 현저한 동맹 관계에서 그렇지 않은 국가는 동맹국에 의한 연루에 문제에 직면하기 마련인데요. 가까운 예로는 일본과 중국과의 영토 분쟁인 ‘센카쿠/댜오위다오 분쟁’ 과 현재 여러 부분에서 예측 불가인 필리핀이 연루되어 있는 남중국해 문제 등 아주 사소한 문제라고 하더라도 큰 전쟁으로 발전될 수 있는 경우이죠. 물론 미국에서는 전쟁 개입이 단순히 행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거의 의회가 승인해야 된다고 여기겠지만 어떤식으로든 센카쿠 열도에서 미일 간에 충돌이 순식간에 벌어져 이 지역에서의 중일간의 사소한 전투 행위는 높은 확률로 미중간에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반도는 말할 것도 없구요.

특히 요즘 김정은의 북한은 미사일 사거리와 핵기술 확대를 나날이 확장시키면서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있는데요. 지금의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그 예측 불가능성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미 의회가 북한에 의한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책에 대한 압력과 미국 국민들의 상당한 대응 요구가 빗발친다면 트럼프가 입으로 말하기 좋아하는 ‘외과수술식’ 평양 수뇌부 제거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은 과거에도 이러한 제한적 군사력 투입과 공중 폭격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미중 양국이 아주 전면적으로 서로간에 선전포고의 형태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성의 국제 정치 무대에서 사소한 문제들이 전쟁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죠. 더국다나 주재우 교수도 언급했듯이, 미중 간에는 지금도 전략적 불신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원론적인 입장에서 중국이나 일본, 미국 등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전혀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국은 아직도 경제적 고성장이 자신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필요하고, 일본은 도쿄가 북한 미사일 사정권일 뿐만 아니라 주일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할 것도 없지요. 그렇지만 북한의 SLBM 기술 확보 문제와 ICBM의 대기권 진입 기술 획득이 현실화 되기 전까지 미국은 그것을 제거하기 바랄 것이고 그 제거 방법이 항상 외교적인 대화로 풀어나가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논외지만 저는 주재우 선생의 이 전 글인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에서 제가 오독을 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미래에 미국과 중국이 갈등 내지는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아는데요. 다만 이번의 글은 그 요지가 전환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는 어쩌면 존 미어샤이머 쪽과 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국제정치에서 이상주의적 이론을 믿지는 않습니다. 1910년대 비교적 잡음없이 세계의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겨간 이유에는 양국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그 문화적 배경이 서로 유사하다는 측면과 서로 이해관계가 많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 있었는데요. 최근의 미국과 소련간의 동서 냉전 시기에는 세계 패권을 다투던 두 강대국이 이념적으로 분리된 상황이어서 더욱더 그 갈등이 첨예했는데요. 오늘날 미국과 중국은 마찬가지로 이념적이로 서로 분리되어있지만 인류 역사상 좀처럼 볼 수 없는 경제적 밀접관계가 두 국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있어서 매우 필요불가결한 상태이니 이것이 어떤 변수로 나타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이론가들이 이러한 미중간의 경제적 밀접한 관계가 최종적으로는 양국이 서로를 파탄으로 이끌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데 다시 반복되는 주장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제정치 자체가 원래부터 예측불가의 분야이므로 너무 속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미중간의 관계에 대한 부분 위주로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주재우 선생의 가장 큰 학문적인 성과는 중국에 대한 이해도 뿐만 아니라 미중간의 관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그것을 연계해 분석하고 곳곳에 보이는 통찰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이 글도 읽는 내내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는 이런 글들이 출판계에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데요. 아마도 현실적으로는 녹록하지는 않겠죠. 어려운 일에 나서고 있는 출판사 측에도 자릴 빌어 감사 말씀드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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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5 01: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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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9 15: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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