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단의 중국 현대사
왕단 지음, 송인재 옮김 / 동아시아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과거 ‘중국 텐안먼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자 이후 중국 정부의 연행을 받고 11년을 복역하다 극적으로 국제 사회의 압력으로 풀려나 미국 하버드대에 입학에 베이징 대학에서 마치지 못한 학업을 마치고 이후 미국과 영국의 여러 대학을 거쳐 현재 타이완 칭화대학에서 ‘중국 현대사’를 강의하고 있는 왕단의 책을 일독했습니다. 이 글은 특별한 연구 글이긴 하지만 동시에 대학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실은 것으로 밝히고 있는데요. 책의 내용을 전혀 알지못하더라도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지만 2012년 중국 정부로부터 금서로 지정 받았습니다. 실로 중국의 정치가 어떠한지 충분히 인식될만한 일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총 15강의 형태로 나뉘어져 중국 현대사에 있어서 매우 굵직한 사건 위주로 분류되어 어떻게 보면 각 파트가 독립적일 수도 있겠는데요. 물론 전체적인 맥락의 이해의 차원에서 완독을 하는 편이 아마도 더 유익할 것 같습니다. 대략적인 것들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한국 전쟁, 토지개혁, 반우파 운동, 중소 관계의 파국과 중미 관계 상호 작용, 문화대혁명, 덩샤오핑 시대의 개막과 이후에 6. 4 텐안먼 사건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저의 개인적인 기대와는 달리 문화혁명과 관련한 부분이 다소 간략해서 아쉬움으로 남는군요. 그 외엔 특히 텐안먼 사건과 관련되서는 아주 상세히 기록과 더불어 사실적으로 쓰고 있어서 이 부분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는 좋은 기회일 것 같습니다. 물론 상당한 분량 만큼이나 이렇게 중국 현대사를 마오쩌둥과 중국 공산당의 권력 지향적인 부분으로 접근해 다루는 것은 꽤 공감할 만합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니시무라 시게오와 고쿠분 료세이 공저의 ‘중국의 당과 국가’ 만큼이나 읽어볼 만한 글이 아닌가 덧붙여 봅니다.

이 책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금서로 지정된 것은 저자 자신의 이력이 한 몫을 했겠지만, 그것보다도 마오쩌둥에 대한 아주 생생한 분석과 비판이 큰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번스타인의 ‘1945 중국, 미국의 치명적 선택’ 도 마오쩌둥에 대한 실제적인 평가와 비판을 했는데요. 번스타인의 글에서는 노련한 정치 술수로 최대의 효과를 내려 했던 마오쩌둥에 대한 묘사가 주였다면, 왕단의 글에서는 권력의 정점에 오르자 자신의 권위에 조금이라도 손상을 주는 사건과 인물에 대해 끝까지 그 책임을 묻는 그 집요함과 혀를 내두를만큼의 뒤끝작렬에 대한 묘사가 류샤오치, 팽더화이, 린뱌오 등과의 관계를 통해 아주 생생히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인 왕단도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북한의 김일성도 이러한 마오쩌둥의 일인숭배에 착안을 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한국인으로서 궁금했던 한국 전쟁에 관련해서는 이미 러시아측의 공개된 문서 등을 통해 김일성이 얼마나 스탈린에게 남한 침공에 대한 허락과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했는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데요. 다소 의외인거는 마오쩌둥의 경우는 스탈린의 김일성에 대한 지원 요구 땨문이 아니라 1950년 10월 2일 중국 공산당 정치국회의에서 린뱌오를 비롯한 정치국위원 전원이 북한 파병 결정에 반대했음에도 마오 스스로가 결정한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애초에 스탈린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한게 아니라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는지도 모르겠으나 최종적으로는 자신이 나서서 결정한 사안으로 한국 전쟁 이후 중국 공산당의 권력 정당성이 강화된 요인이 되었는데요. 전쟁이 고도의 정치행위라면 마오의 그 결정은 딱 상황에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처럼 왕단은 마오쩌둥과 중국 공산당에 대해 노동 계급의 이념적 지향의 정치 집단이라는 기존의 중국 자신들의 선전보다는 어떠한 사소한 이익이라도 그것이 필요한 것이라면 이념과는 상관없이 아주 쉽게 옮겨갈 수 있는 일종의 이익 집단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조반니 아리기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보인 적이 있고, 중국 관련 학자들은 아마도 이러한 접근에 충분히 공감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으로 일컬어지는 일종의 대 전환의 프레임이라기 보다는 중국 공산당 자체가 권력 유지와 선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익에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집단이라는 점이죠. 그리고 중국은 사회 전체에 파급력을 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민족주의적 욕망’이 잠재해 있다는 점이 언제든지 중국 공산당은 이 민족주의의 배타적 욕망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우려할 만하다고 여겨집니다.

끝으로 공산당이 1949년 국공 내전에서 최종 승리자가 되면서 대만으로 넘어가지 않고 남아 있던 소위 민주당 계열 세력들과 합종 형태로 정권의 틀을 만들어 놓지만 결국 마오쩌둥이 반우파 운동으로 비롯되는 중국내 우파 세력의 일소를 통해 자신과 공산당의 권력 집중 작업을 끝낸 것으로 보여지는 부분은 의미심장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인간 고유의 사고와 사상의 자유를 그런식으로 틀어막아 스스로 자살의 길로 내모는 상황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아는 거겠죠.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거대한 권력이 인간을 소모품으로 만드는 상황은 글로만 접해봐도 매우 충격적인 부분입니다. 그래서 중국과 밀접한 이웃 나라 국민인 우리들만이라도 이러한 중국 정치권력의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과거 행적과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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