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의 파워 매트릭스 -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 선 한반도
NEAR재단 지음 / 이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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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민간 싱크탱크인 NEAR재단에서 동북아 3국인 한중일 간의 정치, 경제, 역사 화해에 대한 논의를 근래 한권의 책으로 펴냈습니다. 일종의 연구집이라고 봐도 무방할텐데요. 한중일 3국의 공인된 관련 연구자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균관대 이희옥 선생과, 전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였던 이태진 선생을 글로나마 접할 수 있어서 비교적 기대와 함께 책을 일독할 수 있었습니다.

1부는 냉전 이후 안보 환경 변화가 초래된 오늘날 동북아에 대한 개괄적 분석과 여기에 중국의 대두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다루고 있고, 2부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주제로 한중일 3국간의 경제적 측면에서의 분석, 앞으로의 전망을 담고 있습니다. 3부는 아무래도 요즘 일본 정치권의 심상치 않은 역사를 해석하는 문제와 전체적으로 1945년 2차대전 종전 이후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역사문제에 대해 한중일 3국의 연구자들과 이들의 대담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반도가 실재하는 이 지역은 정치적으로 안보 변화에 놓여있는데요. 특히 중국이 놀랄만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외형적으로나마 경제대국에 도달함으로써 이에 대한 대국화 전략을 수립하고 지역 강국에 걸맞는 대접을 받으려는 입장과 국제 사회의 첨예한 제재와 비난에도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지역 안정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안보 줄안이 되고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해 의견들을 개진하고 있는데요. 대체로 심도있는 논의를 보여주고 있어서 관심있게 보게 되었습니다. 다만 북한이 왜 핵무기를 개발하느냐는 문제에 대해 아직도 언급되는 것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일본측에서는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의 성실하고 실효적인 영향력을 기대하는 듯 했으나, 사실상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거의 전무하다고 여기고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중국은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와 소위 순망치한적 이해관계로 북한의 붕괴나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전혀 바라지 않고 있으며, 여기에는 수많은 난민들의 동북3성 유입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실질적으로 미군과 국경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자신들의 안보적 이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꽤 흥미로운 내용들 중에는 만약 대만이 핵무장을 시도하게 된다면 중국은 지금의 북한에게 대응하는 것처럼 하긴 힘들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요. 그리고 이러한 동북아의 안보 불안정에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고 한국과 일본에 전략 자선을 더 투입하게 된다면 중국이 좀 더 북한을 관리하려고 들 것이라는 논의에는 예측이 어렵고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봐야겠죠.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것이 중국과 러시아 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도 강한 안보이익이므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지는 않겠으나, 이번의 북한과의 대화 기조가 어그러지거나 결국 무용의 결과에 이른다면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으로 봤을 때, 한일 양국의 핵무장을 용인하고 군사 자산을 일정부분 후퇴시키고 과거의 고립주의로 갈 가능성도 고려해 볼만 하겠지만 그렇게 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입니다. 또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과의 치킨 게임을 어떻게 풀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현명한 협상력과 면밀한 외교적 이성이 필요하며 그중에서도 북한 핵실험 결과에 대해 미국과 중국등에 섭섭함을 표시했는데, 여기에는 우리가 능동적으로 ‘우리다운’ 생각이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 정부와 외교 당국자들이 적극적으로 우리의 의사와 요구를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주지시키고, 특히 미국과 중국 양국 사이에서 되도록 중립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에 수긍이 가더군요. 이른바 연미화중에 대한 높은 상황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경제 부분에서는 한중일 삼국 뿐만아니라 아세안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과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아시아 금융 위기 가능성과 (대체로) 중국 주도의 한중일 삼국 경제 통합화에 대한 분석 및 경제 협력 가능성, 금융 위기 가능성에 대한 삼국간의 통화 스와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요. 지난 한일간의 통화 스와프는 독도 문제와 위안부 문제 등으로 일본 내의 불만이 원인이 되어 연장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의견을 밝힌 일본 연구자는 ‘경제적 문제에 역사 문제가 관여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밝히고 있는데 뒤에 3부에서도 간혹 나오는 논리지만 자신들이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은 괜찮고 한국과 중국이 역사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탐탁치 않아 하는 일본 내의 의견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 측에서 한중일 삼국 사이에는 달러가 존재하기 때문에, 한중일 삼국의 화폐로 직접 교환할 수 있는 시장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건의한 것은 꽤 수용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일 양국은 뒤에 미국 때문에 이러한 논의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시도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과거사 해결과 동북아시아 화해 시대에 대한 결론에는 일본이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한중 양국이 너무나 집요하게 요구와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일본 측의 주장은 여러 글들에서도 비슷하게 접하게 되는데요. 이처럼 일본 내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게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이 점을 일본 국민들이 전후 역사 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본심의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베 총리의 일단 역사 수정주의에 대해 미국의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가 연일 비판하고 있음에도 본심을 내비쳐, 그것을 실질적인 무라야마 담화나 고노 담화의 무력화에 나서고 싶었지만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압력으로 철회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사실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 인식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일본의 정치권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 우려할 만한 가능성이 있으며, 과거와는 달리 한중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배타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국민대 이원덕 교수는 과거 2차대전 종전 후 독일이 동서 냉전 상황하에 주변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사죄를 통한 전반적인 독일의 국가 이익이 있었기에 사좌 정치를 행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일본에게도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면 일본이 사죄를 할 것이고 역사와 화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저는 여기에 동의하기 힘들었습니다. 일본측에서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자민당 정부가 아니라 다른 정부라 하더라도 일본 측에서 이것보다 더 높은 양보를 하기는 힘들며 이를 한국 정부가 감안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일본의 역사 문제과 관련된 거의 전반적인 논의에 대해 한결 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태진 선생도 역사를 잊지 않되 용서는 하자는 일부 한국 학자들의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러한 배경에는 아직도 ‘식민지 근대화론’를 비롯한 수정주의적 입장에 서있는 학자와 관료들이 많은 것으로 아무리 용서가 피해자만이 할 수 있는 권리라지만 이러한 일본측의 태도를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영국과 아일랜드의 관계가 북아일랜드 문제로 거의 100년이나 지체된 것처럼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 사이의 해결되지 않은 역사 고리는 그보다 더 오래 지속될 한중 양국 국민들의 정서가 깃든 아주 근본적인 문제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상 아베로 비롯된 일본의 정치권이 더욱더 수정주의적 입장에 다가설 것으로 예상되어 사실상 한중일 3국간의 진정한 교린과 협력은 어렵지 않나 예측해봅니다.

결론적으로 최근에 동북아시아의 정치, 외교적 환경 분석과 안보 문제를 다룬 글들 중에 이 책은 독자들에게 꽤 수준높은 이해를 제공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각국의 입장과 이 지역의 현실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이론과 접근이 대체로 실용적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이 분야의 이름있는 연구자들이 다수 참여해 최근의 연구 경향까지 파악할 수 있어서 학문적 측면에만 국한해봐도 꽤 유용하지 않나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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