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세계 - 미국 외교정책과 구질서의 위기,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
리처드 하스 지음, 김성훈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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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부터 미국 외교 협회의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미국 외교가의 존경받는 이론가인 리차드 하스의 최근 출간된 ‘혼돈의 세계’를 일독했습니다. 원제는 A World In Disarray 입니다.

개인적으로 리차드 하스의 글은 두번째 접하는데요. 지난 2005년에 국내에 출간된 ‘미국 외교 정책의 대반격’ 을 작년경에 읽었는데요. 전체적으로 이번 책은 배경과 주장이 얼마전에 출간된 브레진스키의 ‘전략적 비전’과 유사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현실주의적 측면에서 세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아직도 필요하며, 어느 국가도 이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분석과 앞으로의 세계 질서가 그렇게 부정적이지는 않다는 해석도 브레진스키의 논리와 비슷합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과거 냉전시기의 국제 정치와 그 이후의 세계 질서의 흐름과 변화, 특히 탈냉전 시기를 거치는 과정의 지역별 국가들의 정치외교적 행위, 그리고 이를 대체로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는데요. 저자인 그가 설명하고 있는 내용들은 편향되거나 치우치지 않고 있는데요. 이런 점은 글을 읽는 내내 긍적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동안 접한 미국의 나름 권위있는 학자들의 이론적 주장에는 ‘전세계에 대한 미국의 역할론’에 대해 다소 주관적이고 배타적인 내용들이 들어있기도 한데요. 하스는 그런 부분에서는 호주의 국제정치학 권위자인 휴 화이트와 유사하지 않나 싶습니다.

책에서 그가 밝히고 있는 내용들중에 통찰력이 느껴지는 부분은 만약 중국의 경제 성장이 조금이라더 더디게 된다면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이를 보상하려고 더욱 민족주의적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부분과 중동의 시리아가 명백하게도 다수의 민간인들에게 화학 무기를 사용했음에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어떠한 행동에 나서지 않은 것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우려를 안겨주었다는 잠정적인 분석에도 크게 긍정했습니다. 더욱이 오늘날 북한으로 비롯되는 핵개발 문제점에도 국제 사회에 NPT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시키면서도 강력하게 핵을 보유하려는 국가들의 시도를 전혀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지역 질서를 포함해 세계 안보에 위기를 안겨준 이러한 몇 가지 사건들의 분석이 탁월하다고 느껴되더군요. 덧붙여, 파키스탄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가 잠정적으로 세계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동의하는데요. 파월 전 국무장관의 입을 통해 파키스탄의 핵이 주변으로 유출되지 않고 통제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과거 오바마 대통령이 ‘파키스탄의 핵은 안전하다’고 발표한 것과 교차되어 ‘안전하지 않은 파키스탄의 핵무기’ 에 대한 반증이 아닌가 싶더군요. 뭐 미국 정부로서는 그렇게 밖에 대외적으로 밝혀야만 했을 겁니다. 그 입장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면서 어쩌면 당연하게도 러시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리아 문제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등과 관련된 정치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미국 정부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면서 강력한 민주주의 체제를 통해 발전하고 있는 여러 양자간 동맹국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안보를 제공하므로, 이 국가들은 무모하거나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단언하는 것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요. 특히 일본의 경우는 위의 금언이 절실히 필요한 국가임에도 미국이 잠재적으로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정치 군사적 역할 증대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뭔가 모순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약간의 괴리감이 들어서 반박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글의 맥락은 대만을 빗대어 말하는 것으로 나와 있었지만 사실상 미일 동맹은 일본의 재무장을 제한하는 측면의 효과도 있었기에 과거 키신저와 저우언라이의 미중 수교 교섭에서 이러한 사실이 논의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차드 하스의 이번에 출간된 글은 독자들에게 현실주의적 국제 정치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면서 동시에 대체로 이해하기 쉽게 서술되어 있어서 좋은 평가를 주고 싶더군요. 어쩌면 국제 정치 이론에서 논의되는 이론적 주장들 가운데에서는 독자들에게 기본적인 배경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리차드 하스가 결론적으로 주장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아직은 전세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얼마간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몇년간의 미국 경제 악화로 인한 국방비 감소로 인한 재정적 상황이 좋지 않아 이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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