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르포르 컴북스 이론총서
홍태영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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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큰 난제를 안겨주며 힘들게 서평을 쓴 책이었던 자크 랑시에르의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에 언급이 된 프랑스 정치 철학가 클로드 르포르의 글을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그 중에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부의 홍태영 교수가 쓴 ‘클로드 르포르‘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스에서 ‘컴북스이론총서‘의 시리즈 물로 출간하중인 일종의 인문, 사회, 기술 분야의 독보적인 사상가들을 추려서 출간하고 있습니다. 예전 1997년 즈음에 한길사에서 ‘한길로로로‘ 시리즈와 비슷한 컨셉의 출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뿐만 아니라 시공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리즈물을 출간한 기억도 나는군요.

약간 논외의 말이지만 저는 학부 시절에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을 읽으면서 약간의 추종자 입장이 되어 그녀의 말과 행적을 쫓아 자료를 수집한 기억이 있는데요. 당시 한참 같이 한나 아렌트와 같이 나오던 인물이 클로드 르포르였습니다. 기억 저편에 놓고 잊고 있다가 이번에 랑시에르의 책을 보면서 다시 접하게 되었지요. 지금 이 책을 홍태영 선생은 얼마전에 출간된 르포르의 ‘19-20세기 정치적인 것에 대한 시론‘을 번역한 바 있습니다. 더불어 요즘의 신기한 현상으로 지젝과 랑시에르가 국내에 활발히 소개되면서 많은 독자들이 찾고 있는데요. 이에 곁가지로 르포르도 많이 언급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뿐만 아니라 르포르는 자신이 천착한 분야의 광범위성과 연계성으로 말미암아 토크빌과 한나 아렌트, 지젝, 랑시에르 등 근현대 정치사상사에서 함께 인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책을 받아보니 얇은 신국판 크기의 페이지는 100여 페이지 정도 였는데요. 하지만 보기보다 상세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봐야하는데요. 르포르의 삶의 초반의 메를로 퐁티와 장 폴 사르트르와의 관계부터 사상적으로 꽃피우게 되는 퐁티와의 결별과 그 이후의 여러 저작들 중 앞에서 언급한 ‘19-20세기 정치적인 것에 대한 시론‘ 에서 프랑스의 역사에서 민주주의의 행적을 쫓으며 탁월한 해석을 보였는데요. 그가 프랑스인으로 태어나 프랑스 혁명을 눈과 글로 쫓을 수 있었다는 것은 사상적 토양에 있어서 긍정적인 부분으로 거기에다 토크빌이 주의깊게 관찰한 미국의 독립혁명까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학자의 연구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것은 학문적으로 더할 나위없이 좋은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근현대 민주주의 역사에서 프랑스 혁명과 미국의 독립혁명은 주권 개념과 민주주의의 이념 확대의 획을 그은 사건으로 과거 전제정에서의 소수 권력층을 제외한 다수의 사람들이 인간 본연의 자연권을 배제당했다면, 르포르가 표현하는대로 더이상 국가는 신체와 같지 않게 된 것이죠. 루이 14세에 ‘짐이 곧 국가‘ 라는 표현이 바로 이러한 국가는 살아있는 신체와 같다는 지난 역사의 산물이었습니다.

또한 니콜로 마키아벨리에 대한 독해로 얻게된 정치적인 개념을 통해 우리 시대를 해석했고, 이와 더불어 과거 역사에서 민주주의와 정치적인 것의 선명한 개념을 찾으려 했던 것도 그의 여러 사상적 업적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그러면서 전체주의를 직시하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였는데요. 그는 민주주의의 적으로서 전체주의를 이해한 것 같은데요. 스탈린의 사회주의 혁명 또한 전체주의와 비슷한 궤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근현대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이 전체주의와 사회주의를 비슷한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 주류가 되었으며 그것의 범주는 매우 넓은 편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일으킬 불안 요인은 전체주의가 아니라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양자의 해석이 서로 비슷할 수는 있지만 정치 불신과 양비론을 발판삼아 기존의 정치를 불신하고 도모 대상으로 생각하는 이 포퓰리즘과 포퓰리즘적 정치인들이 더 위험하다고 느껴집니다.

끝으로 현재의 프랑스 뿐만 아니라 요즘은 미국에서도 르포르의 저작을 출간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에서도 약간의 ‘신상‘ 같은 사상가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 책을 쓴 홍태영 선생의 2008년 출간된 ‘국민국가의 정치학‘을 곧이어 읽어볼까 합니다. 책을 얼른 구해야겠죠.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가 그리 규모가 크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이런 의미있는 시리즈 물을 출간하는 것에 응원을 보내고 싶더군요. 인문 사회과학이 나날이 도태되고 있는 요즘에 반가운 소식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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