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역사와 깨진 꿈
로버트 케이건 지음, 황성돈 옮김 / 아산정책연구원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 이 곳을 통해 리뷰했던 ‘미국이 만든 세계‘의 저자인 로버트 케이건의 ‘돌아온 역사와 깨진 꿈‘ 을 읽었습니다. 원제는 The Return of History and The End of Dreams 인데요. 제목도 원제와 동일하게 만들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간혹 책 노출을 위해 다소 허무맹랑하게 근거없이 번역된 제목을 달아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출판사들이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볼때 상식적인 판단이라 생각 되어집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서 문득 드는 생각은 왜 이제서야 이 책을 접하게 되었을까 하는 소회였습니다. 제가 읽었던 저자의 전작인 ‘미국의 만든 세계‘도 그리 나쁘지 않은 글이었는데, 지금 이 글은 좀 더 좋은 평가를 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더 간단히 말씀드리면 현재의 세계 국제 환경과 그 체제에 관한 너무나 합당항 현실적인 관점을 통해 통찰력이 느껴졌습니다. 본문의 전체 페이지는 120여페이지 이지만, 국내에 전문 번역가로 알려진 황성돈씨의 번역도 잘 되어 있고, 문장의 군더더기가 없어서 매우 수월하게 읽혀지더군요.

저자의 이 책에 들어간 관점은 구소련이 붕괴한 냉전 이후부터, 중국이 경제적으로 대두하고 러시아가 천연 자원의 수출로 다소 경제적 자신감을 찾는 가운데 이러한 국제사회에 묘한 다극체제에 가까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을 깊은 통찰력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이 비약적으로 대두하는 상황에 대한 분석글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있습니다. 나름 명망있는 저자들의 글도 많고 예리한 분석들도 많죠. 다만 그 현상에 대한 분석은 여러 시각이 혼재되어 있고 국제 사회의 패권과 영향력에 대한 추이 분석도 여러가지 시각이 나와 있는 상태인데요. 그런데 로버트 케이건의 이 책은 현재의 국제 체제에 관련하여 객관적이고 이해가 쉽고 논리적인 서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제에 대한 틀과 그것을 이론적으로 받치고 있는 주장들이 매우 균형적이고 의미심장하며, 통찰력까지 더해지고 있죠.

앞으로 세계의 체제에 대한 패권과 영향력은 미국이 다소간 감소하더라도 완전히 무대에서 퇴장하지는 않을 것이고, 지역 패권국으로의 대두를 하고 있는 중국, 인도, 일본 등에 대한 이론적 분석과 배경이 돋보입니다. 일례로 ˝중국 지도부는 중국이 점차 강대해짐에 따라 세계 중심국가가 돼야 하는 운명과 야망이 방해를 받지는 않을까 우려하며, 자신들이 원하고 마땅히 누려야 한다고 믿는 국제 위상과 국가 발전이 깡그리 부정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한다.˝는 평가는 대단하다고 느꼈는데요. 이는 중국에 대해 앞으로 국제 사회와 주변 지역에 ‘평화적 부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지난 과거 역사에서 무려 1000년간 지역 질서를 지배했던 국가라고 자신들이 그렇게 여기고 있고, 그런 이유로 이 지역에 미국의 영향력과 패권에 대해 매우 부당한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이러한 미국의 영향력이 동북아시아에 안정을 유지하는데 기여했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습니다만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이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죠. 중국의 부상과 이 지역의 패권국으로 발돋움 하려는 중국의 욕구에 아무런 판단 기준이 없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은 것은 현재 미국의 영향력보다 중국이 지역 패권국으로 올라서 미국의 영향력을 대신하는 상황이 과연 한국에게 어떻게 이득이 될지 고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냉전이 끝났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국들과 유럽의 민주국가체제와 중국과 러시아의 독재국가 내지는 권력 정치 국가들의 세계 정치 분할이 생겨날 수 있다는 분석과 특히 러시아와 관련해 천연 가스 수입 등 자원 무역이 늘어나고 있는 유럽의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밀접해진 유럽-러시아 관계가 오로지 정치 논리로만 돌아가지 않는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고 봐야겠죠. 우크라이나, 조지아 사태에서 이런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최근 몇년간의 경제적, 금융 시장에서의 상호 관계도 과거의 구소련을 봉쇄한 것처럼 정치 이데올로기적 해석으로만 미국이 대처하기란 어려운 것도 앞으로 중국의 ‘평화적 부상‘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그것의 관건이라 봐야할 것 입니다. 중국 스스로 현재의 미국이 자신들의 돈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국제 체제에 미국의 패권에 배타적으로 도전하려고 든다면 그것 자체가 ‘중국의 평화적 부상‘의 허구적 진실의 증거일테죠.

물론 이러한 전세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중동에서의 대 이스라엘 안보가 발목 잡혀, 중동의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연대에 오랫동안 힘을 써온 것과 반미 정권의 헤게모니 획득을 막기 위해 CIA를 동원해 이를 막기 위해 행동한 것들이나 자신들이 민주주의 체제의 큰형임을 차저하면서도 국익을 위해서는 가치 모순된 행동을 서슴치 않았던 것도 로버트 케이건은 언급하고 있습니다. 윌슨으로 대표되는 그 특유의 미국인의 고립주의 성향을 뒤로 하고 과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종식시키고 대체로 패권 지향이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영토 확장과 지배권 확립이 아닌 대외적으로는 세계 경찰과 세력 균형에 주도적 역할을 해 온 것은 그래도 세계 역사에서 다른 패권국가들과는 다른 행보였다고 평가할 만합니다. 세계의 많은 권위주의 정부와 독재자들은 미국을 세계의 악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의 권력이 무장해제되는 ‘강압적 민주주의 체제의 요구‘를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아 198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제도의 정착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세계에 뿌리 내리면서 확고한 민주주의 체제가 대세가 되었습니다. 권위주의 독재라 일컫는 중국 조차도 이러한 시스템에 편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 번영을 이루게 되었죠.

결말에 이르러서야 밝히고 있는 현재의 국제 사회는 미국과 유럽이 이끄는 민주주의 진영의 확고한 체제가 뿌리 내리고 있으며, 다시 한번 인간 본연의 자유 의지와 평등을 보호하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이 행동에 나설지는 앞으로 두고봐야 하겠죠. 즉, 케이건은 러시아와 중국과 같은 여러 권위주의적 독재 국가들의 배타적이고 타협이 불가능한 성향이 앞으로 국제 사회에 불안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민주주의 국가들은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미국 일방의 책임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들이 연대해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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