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
주재우 지음 / 경인문화사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 닉슨 행정부 시절부터 현재의 트럼프 행정부까지 미국과 중국의 관계사를 비교적 상세한 분석의 이 책은 현재 경희대학교 중국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주재우 교수입니다. 일단 본격적으로 글 내용을 소개해드리기 앞서, 한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가 올해 접한 글들중에 감히 최고라는 평가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호불호입니다만, 겉을 둘러싼 얇은 표지가 없이 도합 600페이지가 넘는 양장본의 모습은 분량 만큼이나 빠른 호흡으로 이것을 다 소화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는데요. 정말 내용은 제법 훌륭하다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다만 정가 가격이 5만원에 가까운지라 그것에 대한 극복이 필요해 보이긴합니다.

일단 시간의 흐름 관계상 1950년 발발된 한국전쟁의 중국 참전 이후 1970년초 까지 단절된 시기에 대한 간략한 해석과 본격적으로 막후 협상 및 비공개 회의가 이어진 1970년 초 닉슨 행정부 시절의 키신저 비밀 외교에서부터 글이 시작됩니다. 분량으로 보자면 이 시기에 대한 부분이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이것은 세계 현대사에 있어서 꽤 중요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베트남 전쟁과 첨예한 냉전 시기에 중소 간의 심각한 국경 분쟁, 중국의 핵실험, 문화대혁명 등이 이에 속합니다.

50년대 미중 양국은 서로간의 전쟁 경험 때문에 외교관계에 대해 꽤 신중하게 접근하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미국은 국내 정서상 공산주의 국가와의 관계 수립이 여론의 저항을 받을 수 있고, 중국 입장에서는 이념 정치상 세계 최대 자본주의 국가와의 관계가 이념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킹만 사건 이후로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뛰어들면서 예상과는 다르게 고통의 전쟁으로 귀결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의 교섭이 시급해집니다. 이후 미중간의 전면적인 데탕트 시기는 닉슨과 키신저가 주도했으며,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태로 하야로 종말을 맞이했음에도 포드 행정부를 거쳐 차기 카터 대통령 집권 시기에 미중간의 수교가 이뤄지게 됩니다. 중국은 당시 소련과의 북부 국경 분쟁으로 인근의 소련의 군의 증대와 중국에 대한 핵공격 위협으로 베트남에서의 미국과, 내몽골 지역 및 우수리 강 유역 등 두 개의 전쟁의 가능성이 확대되자 중국 정치권의 심각한 위기감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의 소통이 급박히 필요해집니다.

1949년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를 대만으로 쫓아낸 다음, 비로소 중국 대륙을 통일하게 되는데요. 이후 스탈린과 청나라 시대에 맺었던 불평등 조약을 청산합니다. 이후 한국 전쟁을 거쳐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가 중국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핵개발에 착수하게 되고, 이에 관련해 소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라지만 당시 소련은 미국과의 핵협상으로 인해 자신의 동맹국인 중국의 핵개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됩니다. 이후 양국의 관계가 악회되면서 나중에는 심각한 무력 충돌의 가능성에 봉착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이해관계에 미국과 맞아 떨어지면서 미중 간의 관계 정상화가 비롯됩니다.

이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계기로 미중 양국은 서로 긴밀히 협력하고 미국 레이건 행정부 시대에 비로소 저자가 설명한대로 남편과 아내같은 ‘전략적 부부 관계‘가 성립됩니다. 레이건은 후보 시절 대표적인 반공주의자였으나 경제적인 측면과 대외적인 입장에서 대표적인 친중 우호주의적인 입장으로 일관했고 이 시기에 미중 관계는 매우 상호 협력적이었습니다. 뒤이어 소련에 고르바초프 정권이 들어서자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역시 전략무기 감축과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 정책과 맞물려 해빙기에 들어서자 다소간 소련에 근접하는 미국의 대한 서운함과 실망감이 교차하기도 합니다.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거쳐 마오쩌둥 사후 덩샤오핑의 개혁 정책으로 전환하게 되고 미국의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와 맞물려 오늘날의 전면적인 자본주의 국가로의 이행이 성공적으로 결론나게 됩니다.

소련의 충격적인 붕괴와 동구권의 자유화 이후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게 되는데요. 이 시기에 중국은 천안문 사태를 겪게 되고, 이와 관련하여 미국 내부에서 중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의 대 중국 접근은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군사적 및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했던 당시 미 정부는 결국 부분적인 패착으로 끝나게 되고 이 ㅗ때의 미국의 대 중국 외교 기조인 인권문제가 대두되게 됩니다.

짧은 임기의 부시 정부를 지나 자유 무역과 상업 외교로 대표되는 빌 클린터의 민주당 행정부가 탄생하게 됩니다. 과거 민주당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공화당 행정부에서의 자신들의 국익을 위한 전략적 협상력과는 달리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의 내부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데요. 인권문제를 들어 베이징의 2000년 올림픽 개최 신청에 보이콧 했고, 이에 전 국무장관인 키신저는 클린턴에게 대 중국 포용정책을 조언했으나 중국의 최혜국 대우와 관련된 문제로 미국의 내부 진통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대만에 대한 몇차례 무력 시위로 인해 위기가 찾아오고 클린턴의 대만에 대한 3불 원칙을 공표한 이후가 되어서야 양국간의 긴장관계가 해소되기 시작합니다. 더불어 이 시기 중국의 이란에 대한 미사일 수출 문제로 인한 갈등도 중국측의 철회로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하게 됩니다.

이후 부시 행정부의 9, 11 테러로 인한 중동 지역의 군사, 외교적 올인으로 대중 관계는 소강상태에 빠지고 1999년 대두된 ‘전략적 경쟁자 관계‘ 에 입각해 아들 부시 정부에 있어서 중국과의 갈등이 표면화된 EP-3 정찰기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으로 부시 행정부는 한바탕 곤혹을 치르게 되고 부시의 중국 정책은 강경한 노선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런 부시 대통령의 기조와는 달리 이후 출범한 오바마 대통령은 좀더 적극적인 입장으로 대 중국 외교를 시작하게 됩니다. 스스로 아시아 대통령이라 지칭했던 오바마는 임기 초기에 중국 정상과 2차례 회담을 갖는 등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지만, 중국의 기후 변화 협약과 관련된 탄소 배출 문제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북한 도발 문제에 중국측의 이해하기 힘든 입장으로 인해 오바마 역시 중국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와 협력을 포기하게 됩니다. 중국에게 있어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자신들의 사활적 이익이라 볼 수 있는데요. 대만 문제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무기 수출 문제와 대만 인근 해역에 대한 미 해군의 투입 등의 갈등과 북한의 핵개발 문제 또한 이러한 중국의 전략적 이익 차원으로 관리 추구되는 경향이 있음을 오바마 대통령 또한 깨달은 측면이 크다고 봐야 하겠죠.

다만 저자의 글 중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북한의 첫 핵실험 이후 (중국과 마찬가지로) 핵 선제 불사용을 선언 했으면 주변 강대국의 반응이 어땠을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라는 것은 앞뒤 문맥을 몇번이고 읽어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단순히 반응 차원에 대한 의구심인지 어떤 다른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뭐 이것은 해석상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연휴 기간임에도 책을 온전히 읽은 시간만 따지면 한 10시간이 넘게 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거의 3일에 걸쳐 읽었습니다. 책 서두에 저자는 중국은 대륙의 공산화 이후, 주변 지역에서의 ‘외세 축출‘이 국시와 다름 없었다고 언급하며, 궁극적으로는 그 화살이 미국을 향하고 있는 것이죠.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다층적이고 입체적이지만 앞서 언급한 중국의 사활적 이익에 관한 비타협적이고 매몰적인 특징으로 인해 미중 관계가 앞으로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관점에 매우 동의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전제를 두고 역사에서 미중 관계를 고찰해보고 나서 앞으로 우리 나라가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주재우 교수의 이 글은 충분한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내내 손에 잡고 있던 3일 기간의 10시간이 꽤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2곳의 오탈자는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겠군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02-15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9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