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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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소위 군중심리에 대한 초기 이론적 분석과 서술로 뮤명한 귀스타브 르 봉의 책을 이제서야 접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 1판 4쇄로 찍힌 책을 구했는데요. 예상외로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관련 전공자들이나 교수들이 많이 구입들을 했겠죠.

저는 얼마전에 읽은 폴 태가트의 ‘포퓰리즘‘을 통해 군중과 포퓰리즘 정치가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추론해보다 르 봉의 이 책을 이론삼아 찾아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의 자료를 바탕으로 서술해 나간 글은 아니어서 뭔가 경험주의를 위해 데이비드 흄을 읽게 되는 것처럼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습니다만 보기와는 다르게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주 최근은 아니지만 프링스 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당시 군중과 다소 폭력적이었던 프랑스 공화주의에 대해 연관지어 설명을 하고 있기에 좀 더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르 봉은 프랑스 혁명과 그 이후 나폴레옹 제정 시기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접했을 만한 시기를 살다 갔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부분에서 이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군중은 고립된 개인과는 달리 다수가 모여 일종의 집단적 정신 상태를 갖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전자는 자극이나 충동에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후자는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르 봉은 말합니다. 이렇게 군중이 변덕스럽기 때문에 그들을 다스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는데, 그들이 공권력 일부를 장악했을 때 특히 그렇다는 점과 이는 프랑스 혁명의 순간에 광기에 휩쌓여 벌인 잔혹한 반대파들의 처단, 폭력, 살인 등이 생생한 증거라고 봐야겠죠. 인류의 역사에서 이성이 감정을 제대로 제한하고 관리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감정 스스로 이성의 지배를 받지 않은 경우가 수두룩하게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군중은 특정한 단어와 그를 바탕으로 해석되고 재생산되는 계산된 행위에 따라 무력화될 수도 있고, 이것은 정부를 구성하는 어떤 요인에 따라 특성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의 민족성에 따라 구별되는 것으로 보이며, 르 봉은 영국의 영국인들의 정부, 북미의 미국 정부와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들 혹은 남아메리카의 스페인 계열의 정부 등이 오늘날 어떻게 다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쉴새없이 인종적인 차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요. 그가 특출난 인종주의적 세계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학문적 사고를 통해 이런 인종적 특성이 갖는 군중 심리에 대해 나름 판단을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거의 인종적인 유전적 차이에 이러한 군중의 성격과 행동방식이 다르다고 해석하는 것은 오늘날 현대인들이 보기에 꽤 인종차별적인 해석이긴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군중들 뒤에 자리하고 있는 특정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고 군중에게 암시를 준다거나 환상을 갖게 하는 등 그 의도에 따라 군중의 전체 행동의 양상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이 책에서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개인적 역량을 통해 기존 정치 체체와 엘리트 정치를 분쇄하려는 포퓰리즘적 정치 지도자와 매우 흡사했는데요. 글 전체를 아우르는 르 봉의 주제는 이 군중들을 과연 민주주의 정치에 도움이 될 만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에 숨은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 자크 루소를 통해 자유주의적 정치관에 대해 일견 긍정하고 있는 르 봉의 정치적 태도를 봤을 때 이 점은 그에게도 중요한 관심거리였을 겁니다. 즉 프랑스 혁명을 통해 이 세상에 알려진 군중의 매우 부정적인 묘사와 선입견을 이겨내고 꽤 객관적이고 이론적인 분석을 시도한 것은 르 봉의 높은 학문적 시도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잠시 싹트기 시작한 당시의 공화주의와 제도, 교육과 관련하여 이러한 군중과의 일종의 연대적 관계 설정을 시도한 것도 지금의 현대인들이 보기에도 꽤 신선해 보이는 부분일겁니다.

아마 기회가 된다면 중우정치에 대한 괜찮은 이론서 내지는 분석적 이해를 겸한 책을 접하고 싶은데요. 르 봉이 책에서 언급한 고립된 개인의 수준으로서가 아니라 민주적 정치 감각과 개인의 반성적 성찰을 삶을 통해 지속하고 있는 시민 하나하나가 앞서 군중의 우려될 만한 요소를 차단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대의제 민주주의가 갖는 여러 약점들을 이러한 시민들이 보완할 수 있다는 약간의 이상주의적 시각을 저는 아직 갖고 있습니다. 존 F. 케네디의 말대로 정치 권력을 시민이 견제해야 정부는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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