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갈등의 역사와 미래 전망
이동수 외 지음 / 인간사랑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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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전통적인 역사에서 오늘날 현재까지의 관계에서 갈등과 영향을 주제로 한중일 학자는 물론 미국의 연구자들의 논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말에서 언급한대로 세계NGO역사포럼과 동북아역사재단,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이 공동주최한 포럼에서 발표된 논문들과 이와 관련된 논문들을 묶어 발행한 것이라고 상세히 밝히고 있습니다.

1부는 전통시대, 즉 과거의 역사에서 중국을 포함한 한국, 일본의 동아시아 지역에 관한 사실 행위 고찰에 대한 분석인데요. 중점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은 중화주의와 그 질서에 속해있던 고려와 조선의 우리 역대 왕조에 대한 이해입니다. 원나라 시대의 고려 정책에 대한 분석과 명나라 시대 왜에 의한 조선 침략으로 조선에 출병한 상황, 그런 바탕에 명에 대한 조선의 조공과 책봉의 색다른 분석이 있었습니다. 뒤이어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일본에서 불거져 나온 대동아공영론에 대한 일본 학자의 비판이 있구요. 끝으로 1949년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들어가고, 중국 공산당의 잠정적인 본토 수복에 대한 소위 ‘중국 혁명‘에 대한 주변국에 대한 영향과 의의에 대해 중국 학자가 논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중국 왕조들의 중화주의 내지는 중화사상은 몇 번이나 중국 외부의 정복 왕조들이 들어서고 그 왕조들 조차도 중국의 사고방식을 내면화시켜 고려와 조선을 정치, 외교적으로 다루어 왔는데요. 일종의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정치의 지배 질서라고 정의 내릴수 있을겁니다. 여기에 일본이 속하느냐 아니냐의 논쟁이 있겠지만 일본도 메이지 유신 전까지는 이러한 질서에 속해 있던 정치체제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우리 같은 경우는 조선의 사대부들이 중종 시대를 거쳐 이러한 성리학적인 이념과 스스로를 명의 황제의 배신이라 생각하는 아주 견고한 내면화를 고착화 시켜왔습니다. 이러한 사대의 명분은 인조 시대의 병자호란을 불러 일으켰고 효종의 북벌 논의와 이후 영정조 시대의 안정적인 청나라와의 관계에 대한 조선 조정의 관리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선의 사대부들은 명이 역사속에 사라졌음에도 그에 대한 의리를 몸소 실천했습니다. 특히 계승범 교수는 책봉외교와 조공에 대한 의미를 애써 축소시켜 명나라의 간섭이 제한적이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현재 우리의 사학계와는 달리 임진왜란으로 촉발된 명나라군의 출병에 조선의 선조와 광해군을 둘러싼 여러 정치적 결과에 명의 입김과 간섭이 지대했고, 결국 이를 바탕으로 조선이 명나라의 정치, 외교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재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선 국왕의 내치에 대한 부분은 독립적이었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러한 중화 질서에 일본이 다른 지역내 국가들과 달리 성공적으로 서구식의 근대화를 이루고 제국주의적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중화질서를 대신한 국가로 출현했습니다. 대동아공영권은 바로 이러한 대체 확장된 논리로 등장했으며, 본디 취지는 서구 국가들의 아시아 침탈에 의한 일종의 해방론으로 일견 겉으로는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측면도 있었으나, 사실상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논리는 침략행위에 대한 이론적 틀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이 부분을 게재한 일본 학자는 스스로 전쟁과 점령 기간중 총 1,900만의 아시아인들이 희생되었다고 언급했으면서도 당시의 시대 상황에서는 이러한 대동아공영권의 이념이 지닌 허구성을 간파하기 어려웠다는 결론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위 천황과 군부의 지속적인 군사 정치 상황하에서 일본내의 지식인들과 학자들이 거의 수동적으로 협력해 온 것으로 봤을 때, 허구성을 간파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은 조금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봐야겠죠.

이어 2부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이 지역내의 배상과 화해 문제, 그리고 중국의 부흥과 가까운 미래의 미중 관계에 대한 분석을 대부분으로 할애하고 있습니다. 일본 학자의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주변국의 피해 실태에 대해 분석한 글은 꽤 의미심장한데요. 위안부 관련 서술에서 아시아 전체에서 총 20만명이 넘는 여성이 위안부로 끌려갔으며, 특히 성병을 피하기 위해서 유교적 정절과 신뢰가 있는 한국 여성이 선호되었다는 언급은 참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과거 아베 신조는 위안부 여성 모집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매춘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일본 제국주의에 고통을 받은 당사국들이 일본에 대해 아직도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이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거듭 사과와 사죄를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뒤집는 발언을 수시로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고이즈미나 지금의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를 무력화 시키려고 노력을 했으나 미국의 압력에 의해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상의 문제 뿐만 아니라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진심어린 사과로 여겨질 만큼 그런 태도를 계속 견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일본의 정치권은 국내적 상황과 외부적 요인을 지렛대 삼아 계속 이렇게 피해국들의 피해자들을 농락하는 것 같은 언행을 일삼아 왔다는 것을 먼저 언급하고 비판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어지는 4편의 논문은 크게 받아들이면 앞으로 중국과 미국과의 현실적 관계 예측에 대한 글들입니다. 즉,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미국과의 관계가 대결로 치달을것인가 아니면 평화 공존의 협력 관계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일종의 분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얼마전 ‘21세기 패자는 중국인가‘ 라는 책에서 세계적인 학자인 니얼 퍼거슨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성공적인 부상을 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그의 이런 의견과는 달리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이 과연 중국이 평화롭게 부상할 것인가 하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의 세계 정치 경제 시스템에 자신들이 참여해 만든 것이 아니므로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이것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국내의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비판해 마지 않는 현재의 세계 경제 시스템하에서 지금의 번영을 누려 왔음에도 단순히 자본주의적 모순에서 비롯된 예기치 않은 결과로 한정시켜 버리는 학자들까지 보일 정도로 이러한 왜곡된 주장은 근래에도 계속 보이고 있습니다. 냉전 시기 부터 미국의 영향력은 지역내에 적지 않은 균형적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보장했습니다. 현재에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안보에 의지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부상이 평화적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정은 현재 중국이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 배타적 진출로 인한 것으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이 성공적으로 민주화가 된다면 오히려 국제적인 세계 시스템에 안정적으로 편입되고 중국 내부의 배타적인 민족주의적 요구가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중국은 내부 모순과 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경제발전이 더 필요합니다. 민족주의적 요구에 응답하며 내부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자신들이 이제 좀 제대로 된 대접을 미국과 전세계에 받아야만 한다고 여기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과거의 한중일 역사를 살펴보고 현재의 시대 상황까지 아우르는 꽤 참신한 전개의 글은 없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에 모인 글들이 국제 학술 연구의 취지로 논의된 것이어서 논쟁적이거나 첨예한 주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늘날 한중일 삼국의 개괄적인 역사 분석과 미래의 관계 예측에 대한 꽤 상식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역시 좀 더 수월하고 편안하게 주제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에 탐독한 주디스와 개디스, 미어샤이머 등의 책이 언급되어 한편으론 꽤 즐겁기까지 했습니다. 앞으로도 한중일 지식인들이 함께 모여 펴내는 이러한 책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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