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은 응답하라 - 정치에 속고 자본에 털린 당신
톰 하트만 지음, 한상연 옮김 / 부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지은이인 톰 하트만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진보적 언론인으로 유명하며, 손꼽히는 라디오 진행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그는 ‘깨어 있는 시민의 저극적 정치 참여‘ 부단히 촉구하는 일종의 모티베이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 이 깨어 있는 시민이 민주주의의 초석이 된다는 짧은 문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서 더욱 유명했지요.

글 전체를 아우르는 맥락은 현재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크게 왜곡 시켜온 정치와 자본 그리고 그런 상황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의 체제적인 생생한 현실 비판이긴 합니다만, 미국 시민이 아닌 우리가 보기에도 상당히 고찰해 볼만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굳이 민주주의 사회의 환경에 관한 논쟁거리가 아니라 우리 외부의 사회를 구성하는 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비판하고 고찰해보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를 해석하고 마찬가지로 개선시키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상대가 미국 사회에 대한 평가와 비판이라면 좀 더 의미있겠죠.

소위 보수는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모순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완전무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이것은 레이건과 대처 시대 이후로 신자유주의가 개인의 자유와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 자유주의로 가치 확대되면서 이러한 해석에 더욱 힘을 실어준 경향도 없잖아 있습니다. 정부의 힘을 재체로 축소시키고 한정시켜 개인의 욕망과 자유, 그리고 자유 경쟁을 통해 기업가들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환경을 만들고 확대시키는 일련의 과정들이 미국적 가치라는 측면으로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미국의 보수 정치가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주장을 해왔고 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 내에 많은 중산층들이 붕괴되면서 저자의 판단대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일종의 위기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수주의자들에게 영향을 끼쳐 온 이론가인 토마스 홉스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소수의 엘리트가 대다수의 국민을 지배하는 것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가치는 민주주의를 원치 않는 세력들에게 전달되어 중산층이 민주주의의 밑걸음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인식하고 있으며, 이렇게 견고해지고 뿌리가 깊어지는 민주주의는 과거 루즈벨트 대통령이 ˝경제는 민주주의에 기여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주장을 퇴색시키고 정치적 근간을 흔들면서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스템을 확대시키고자 하는 오늘날의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이러한 미국의 현실적 상황을 저자는 많은 사례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전쟁 특수를 목적으로 하는 군산복합체, 사회적 기반 시설에 대한 민영화를 주장하는 세력, 의료보험 제도의 무분별한 영리화로 인한 보장적 의료 시스템의 붕괴, 그리고 많은 기업가들의 정치적 권력과의 결탁 등 현재의 미국의 민주주의가 처한 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일전에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는 ˝중국의 민주주의화는 얼마나 많은 중산층이 확대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자인 하트만도 미국의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는 기록적인 중산층 붕괴가 원인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을 글말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진보 세력이 더이상 정치 밖에서 허송 세월을 하지 말고 개개인이 연대를 통해 정치 개혁에 나서는 등의 실질적인 정치 행동에 나설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 사회의 중산층이 심각한 수준으로 붕괴한 시점에서 이러한 정치적 행동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좀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하겠죠. 작년에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유중에는 합리적인 중산층의 감소와 이에 따른 정치 불신과 혐오가 팽배해 미국의 민주주의에 다소 맞지 않는 인물이 현재의 백악관 주인으로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네오콘의 득세가 오래 가지 않았고, 오바마 행정부를 거쳐 무분별한 민영화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재고가 확대되고 있어서 다행히 오바마 케어가 후퇴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전세계에 민주주의 국가의 귀감이 되어 왔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더이상 위기를 맞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는 아직도 많은 민주주의 체제를 갖고 있는 국가들이 미국의 민주주의적 동향에 예민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지속적인 민주주의적 발전이 이처럼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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