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전환점으로 읽는 제2차 세계대전
필립 M. H. 벨 지음, 황의방 옮김 / 까치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글은 세계적으로 많은 책으로 출판되어 왔습니다. 저도 이 주제에 관한 명저라 알려진 존 키건, 앤터니 비버, 테일러의 책 등을 읽어 봤는데요. 한동안 관심 밖에 두고 있다가 리버풀 대학의 명예 교수인 필립 M. H. 벨의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더욱이 학부시절부터 좋아했던 까치 출판사에서 나온 글이라 반가운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이 세계 대전을 통해 깨닫게 된 교훈이 있는데요. 그것은 비대칭 동맹 관계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상대는 언제든 버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의 예는 폴란드가 되겠죠. 당시 폴란드는 프랑스와 영국의 동맹국이었는데, 히틀러가 말도 안되는 구실을 붙여 국경을 넘어 침공했을때 당시 영국과 프랑스의 위정자들은 자신들이 곧 참전할 것이다. 폴란드 국민은 안심하라는 기만의 성명을 발표하는데, 이에 관련한 장면은 영화 ‘피아니스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2차 대전은 크게 보면 개전 초기 적극적인 독일 육운의 공세로 서유럽 대부분을 석권했던 시기 이후, 영국 본토를 향한 독일군의 공세, 이후 히틀러의 큰 패착, ‘바르바로사 작전‘ 이라 일컫는 대 소련 진공입니다. 이 소련 진공에 대해 영국의 몽고메리 원수는 ˝내 생각으로는 전쟁의 기본 규칙 가운데 하나는 ‘모스크바‘로 진격하지 않는 것이다.˝ 라는 표현에 히틀러의 이 무모한 시도를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카프카스 유전지대와 스탈린그라드 방면의 두 군데 공세에서 승리를 열망한 히틀러의 무책임한 욕망은 연합군에 의해 경제적 봉쇄하에 루마니아의 석유만으로는 확대된 전쟁 유지에 부족함을 깨닫고 소련의 자원을 획득하려는 이러한 거대한 계획이 결국 독일을 결정적으로 패착에 이르게 만듭니다. 물론 제가 나치 독일의 실패를 아쉬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민주주의의 괴상한 일당 독재국가와 사회주의의 폭력적 일당 독재 국가가 맞붙어 싸운 이 의미가 세계사적으로는 참으로 복잡한 의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일본의 진주만 침공, 대서양에서의 독일 해군의 U-보트 작전이 초래하게 된 미국의 참전은 궁극적으로 전쟁의 양상을 뒤바꿔 놓았고, 독일과 일본의 산업력을 합친 것보다 월등했던 미국의 참전은 연합국의 승리를 견인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런 정치적 상황 설명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요. 루스벨트와 처칠의 유대와 이 둘을 향한 스탈린의 전략적 태도 등을 보다 객관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결국 독일의 항복과 일본의 종전 항복에 이르게 되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탄 투하는 정치 도덕적으로 여러 논란을 낳게 되지만, 전쟁 상태에서 도덕적 논의를 하는 것은 다소 비합리하다는 저자의 입장에 동의하며, 일본 군부가 오키나와와 이소 방면에서 민간인들을 방패로 몰아 30만에서 80만에 인명을 사지로 몬 것은 이 악의 제국을 세계에서 패퇴시키기 위해서는 더한 수단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미국의 선택의 문제였을 겁니다. 다만 일본의 일왕에 대한 관대한 처분과 다소 약한 전범들의 처벌 문제 등은 후에 문제로 남아 지금의 부적절한 일본을 낳게한 불행한 요인이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2차대전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읽었던 A. J. P. 테일러의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 만큼 정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서술이 있어서 다시금 확인해 보는 계기가 되어 좋았습니다. 테일러의 글은 굴욕적인 협정을 맺게 되는 영국의 체임벌린 수상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있어서 전쟁 상황에서의 묘사 만큼이나 당시의 연합국과 주축국 내부의 정치 상황을 좀 더 세밀하게 파악하게 해주는 서술은 읽는 독자들이 2차 대전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벨의 이 글도 좋은 작품이라 봐야 하겠죠. 300페이지가 약간 넘는 분량이지만 번역도 나쁘지 않고 문장이 수월하게 읽히는 점은 또 다른 장점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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