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의 희생양 - 테러와의 전쟁에서 증오범죄와 국가범죄 카이로스총서 22
마이클 웰치 지음, 박진우 옮김 / 갈무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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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마이클 웰치는 비판범죄학자이자 사회학자이며, 과거 런던대학 경제학부의 인권 연구소 연구 교수를 역임한 미국내에 유명한 사회학자이자 형사법연구 교정법 연구 분야의 권위자입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미 행정부와 테러리즘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받아들이고 해석한 테러리즘에 대한 연구로 보입니다. 이 책도 이 점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고, 그동안 미국의 건전한 토양이었던 시민권과 시민의식 등 발전된 민주주의의 가치가 무차별적인 테러리즘을 방비하겠다는 명목으로 제한되고 희생된 상태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자세가 미국의 현재를 살고 있는 지식인이라면 응당 해야되는 부분이겠죠.

2001년 9월 11일 뉴욕에 자행된 테러로 인해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는 탈레반이 알 카에다와 면밀히 협력했다는 이유와 이라크에는 생화확 무기와 핵무기 개발 의혹을 잣대 삼아 전면적인 개입 전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지금에서야 이라크에 대한 주장은 대부분 허위로 드러났지만 부시 대통령과 그의 내각의 목표는 이라크의 석유와 중동의 지배권을 되찾기 위한 목적임이 드러났습니다. 부시 개인의 종교적이고 직관적인 태도에 이라크를 악으로 규정해 그것을 제거하기 위한 성스럽고 의미심장한 미국의 성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속내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짐작할 만한 어두운 측면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저자인 웰치도 저와 같은 측면에서 이 책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을 요약하면 몇 가지로 함축할 수 있는데요. 즉, 테러 직후 합법적인 미국 시민권자들이면서 중동 출신, 남아시아 출신의 (주로) 남성들에 대한 폭력행위와 이를 바탕으로 미국 정부, 특히 법무부와 그 장관인 애쉬크로포트가 수행한 전반적이고 무제한적인 이들에 대한 구금 및 억류 작전이 있습니다. 8만 2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미국 법무부의 적법한 기준 없이 무차별적으로 인신 구속되어 벌어진 행위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상 공포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거의 무제한에 가깝습니다. 특히나 정치권의 행위는 이러한 국가 비상 사태에 중동인들과 종교는 엄연히 다르지만 서남아시아인들까지 포함한 결과였습니다. 바로 인도인이 중동인으로 오인받아 다른 시민에게 공격당한 것은 정말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울리히 벡이 언급한대로 현대 사회가 그 구조로서 다층적으로 복잡해질수록 그만큼 사회는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개인들에게는 위험해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정치는 그것을 개선하고 조정하는데 노력해야하지만 당시 미국의 정치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조장했지요.

그런 분위기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거치면서 반인륜적인 포로 고문 사태에 대해서 많은 사례를 언급하며 웰치는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설로 알려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관타나모 수용소를 비롯한 해당 포로들에 대한 고문을 행정 명령으로서 용인했다는 점은 지금도 그 수많은 고문들과 관련된 보고서나 정보가 아직도 은폐되어 있다는 것에서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더군요. 특히 제네바 협약내에 ‘고문행위금지에 대한 유엔 협약은 죄수들에게 가혹행위를 하는 것은 범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는데 웰치는 이에 대해 더 나아가 미국이 제네바 협정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 이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한게 아닌지 조심스럽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세계 자유 민주주의의 큰형이라 불리우는 미국이 그런 상태의 파탄까지 이르렀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 포로에 대한 고문이 어떤식으로든 정리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점과 관련해서 차기 행정부였던 오바마 행정부가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미국내 환경 변화로 애국자법으로 인한 미국 연방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자유, 특히 발언과 집회의 자유가 이러한 시기에도 위축될 수 없음에도 지금까지 미국 내 상황을 견지해봐도 시민권에 대한 헌법의 보장이 아직도 위축된 상황인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미 정보당국이 미국 시민들에 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자시들의 능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으며, 심지어 도서관 이용자들의 도서 대출 내역까지 손에 넣으려는 시도까지 있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엄혹한 미소 냉전을 치루면서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유진영은 소련의 무차별적이고 폭압적인 개인에 대한 폭력을 목도하고 간접적으로 경험했습니다. 이른바 정치범 수용소라든지 KGB에 의한 은폐된 행위에 대해서 말입니다. 물론 지금은 이념이 아닌 종교적 폭력으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희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가 안보에 몰빵해 자국의 시민들을 헌법과 자연권이 보장하는 개인의 권리를 제한해도 된다는 막장에 이르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악의 숨결이 얼굴앞에 이른다 하더라도 이성과 인간성은 절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끝으로 여기에 언급된 많은 가해자들의 실명과 피해자들의 실명을 몇 번이고 입으로 불러보면서 이런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에 대해 가슴 깊이 아픔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대중은 너무나 연약하고 이렇게 세뇌되기 쉬운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위선의 탈을 쓴 정부를 견제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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