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담대함 - 버락 오바마는 어떻게 비판을 이겨내고 확고한 유산을 창조했는가
조너선 체이트 지음, 박세연 옮김 / 성안당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뉴욕 매거진의 정치 칼럼니스트이자, LA타임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꾸준히 글을 기고하고 있는 조너선 체이트의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한 지난 8년간의 임기의 성과를 담은 글을 흥미롭게 읽어보았습니다.

어쩌면 임기내내 그리고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도 미국의 티파티를 비롯해 수많은 보수단체와 공화당에게 인간적 모멸감까지 부수적으로 받아야 될 정도로 공격을 받은 대통령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 전까지 그를 지지했던 진보적이고 사회 민주주의적인 지지자들의 지지 철회도 있었습니다. G7을 비롯한 OECD 내의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주류 언론이 비교적 진보적이라고 평가 받는 미국 언론들에게서도 오바마 행정부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뭐 어찌됐든 바로 그런 의문에서 저자의 이 글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런 의미에서 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백악관에 머물던 시간을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진보, 보수 양쪽에서 공통되게 그를 평가하는 것은, ‘수려한 연설, 해박한 지식, 철학적이고 교훈적이며 치우치지 않은 대화와 태도‘ 입니다. 일전에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를 평가하며 ‘그는 정치인보다는 연설가나 교육자가 어울린다‘고 했죠. 하지만 조지 W 부시가 남긴 유산이 남긴 여러 문제들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킨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총 6장의 주제로 나눠 그와 그의 임기에 대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그가 겪었던 인종주의적 차별과 오해, 편견에 대한 일화들과 미국 사회에 아직도 끈질기게 자리잡고 있는 흑인과 유색인종에 대한 미국 백인사회의 인종주의적 편견에 대해서도 밝혀내고 있습니다. 미국인 백인 주류 사회는 오히려 자신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여기고 있으며, 현재에도 곳곳에서 흑인들에 대한 차별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미국 사회는 충분히 흑백이 모든 조건에서 평등하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얼마간의 신문 기사들을 검색해보면 그와 같은 주장이 얼마나 허구에 가까운지 깨달을 수 있겠으나 그들에게 진위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는 듯 합니다.

이어 소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대표되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뉴욕발 금융위기를 떠안고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 행정부에게 월가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거의 필수불가결한 문제였으며 다수의 공화당 인사들도 인정했듯이 리먼 브라더스와 더불어 AIG 등을 퇴출시켰으면 아마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막대했을 것 입니다. 이른바 이러한 어쩔 수 없는 예견으로 인한 구제금융 투입이 ‘대마불사‘라는 인식을 많은 경제인들과 금융인들에게 안기게 되었으나, 도드-프랭크 법안을 지지하며 금융시스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 역시 매우 실망한 부분이지만 바버라 에런라이크와 모리스 버먼의 책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이런 대참사를 일으킨 수많은 CEO들을 연방검사들을 동원해 기소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그리고 오바마가 만든 여러 정책들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되는 ‘오바마 케어‘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 논쟁이 있긴 했습니다만 끝내는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을 함으로써 ‘국민들의 강제 보험 가입‘으로 그 재원마저도 적자 지출이 아니라 여러 낭비되는 세금을 줄여 대처해 혜택을 입고 있는 국민들과 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과 일반 여론까지 크게 지지를 보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면서 논란을 잠재우려고 그랬는지 이 오바마 케어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종래의 미국 국민들중 약 4천만명이 의료 보험이 없는 상태였으나, 오바마 케어 시행 이후 약 2천만명의 국민이 새로 보험 가입자가 되었으며, 기존의 소요되는 비용도 약 30% 감소된 것으로 오바마를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들마저도 이 오바마 케어에 관련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한계점도 명확히 있는 부분이라 시간을 두고 정치권이 개선을 시키고 현실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공격받았던 이란과의 핵협상도 강온 양면을 동원해 타결 전,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이란의 평화적인 핵 이용은 열어 놓고 그에 따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끝내고 동시에 이스라엘의 안보 불안과 지역 내의 갈등 해소를 이뤄낸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여겨집니다. 제재와 강도높은 협박만 일삼았던 전임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이렇게라도 해결책을 만들어 놓은 것은 진일보한 것이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전세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세계의 패권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에서 국익을 양보하기도 하고 국제 사회의 여론 형성과 주도를 민주적인 절차를 이용하려고 했던 노력입니다. 간혹 정보 당국의 의존한 비선 행위와 불합리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과거 패권국을 지향한 국가들에 비해서는 자유 민주주의 세력의 큰형이라는 체면치레를 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 부분은 여러 의견으로 갈릴 수 있겠으나 저번 이란 핵문제와 관련된 협상은 오바마 개인의 평가로서도 그리고 미국의 역할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평가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이 책에서는 언급이 되지 않았지만, 에드워드 스노든으로 인해 밝혀지는 미국 내 주요 정보국들에 의한 무차별 도청과 미국의 동맹국들에게까지 행한 감청 문제 등 어떻게 보면 헌법을 위반한 이러한 위법한 사항을 개선하지 못한 것은 오바마의 한계라 볼 수 있을텐데요. 집권 1기 내에는 과반수가 넘는 의회 권력을 확보했으면서도 비대해진 정부 조직에 대해 칼을 대지 못한 것은 중차대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러한 부득이함을 떠나서 이로인해 많은 진보주의자들과 지지층들이 실망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조지 오웰이 두려워했던 국가의 일반 시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감시가 실현된 것은 문제입니다. 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국가의 안위가 중요했냐는 점은 앞으로도 많은 토론과 대화가 있어야겠죠.

끝으로 파리 협약으로 나타나는 세계 기후 위기에 대해 오바마의 정치력으로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타결의 실마리를 만들어 내지만 그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차기 정부 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적인 거부로 나타났습니다. 이미 중국 내 대도시의 심각한 공해 문제로 이 부분을 해결해야된다는 목소리가 중국 내부에 있어왔기에 중국 정부도 이에 전향적으로 대응했는데 결국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미국이 없는 이 기후 협약이 어떻게 될지는 TPP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의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이 전임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홀대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는 전임 대통령의 흔적 지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저자도 이와 관련해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이제는 임기를 마친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인종차별적이고 여성차별적인 인물을 백악관에 보낸 것은 앞으로 공화당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남을 것입니다. 설사 그것이 오바마와 민주당을 지우기 위한 행위로 인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민자들과 유색 인종을 공공연히 배척하는 이런 인물과 손을 잡은 것은 1860년대 노예 해방을 부르짖으며 미국을 통합했던 링컨의 유산으로 시작된 정당의 역사로 봤을 때 실로 모욕적이고 개탄스러운 것으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지미 카터로부터 오바마 행정부까지 근 40년 가까이 되는 현대 미국 정치와 주요 행위자들, 그리고 언론과 여론에 대한 해박한 분석을 가미한 저자의 이 글은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도 이해가 쉽게 풀어 써나가고 있습니다. 번역상의 문제도 거의 없고, 다만 일부 오탈자가 몇군데 보이더군요. 저는 오자를 두 군데 발견했는데 이 점은 출판사의 문제일겁니다.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저는 만족하며 읽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입니다. 단순히 전기라고 생각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런 선입견이 있었습니다만 다 읽고 보니 근래 미국 정치에 대한 현명한 판단과 분석에 관한 글이라는 해석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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