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트다운 -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어떻게 일본을 침몰시켰는가
오시카 야스아키 지음, 한승동 옮김 / 양철북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 ‘멜트다운‘은 노심용융을 뜻하는 용어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1기부터 4기의 붕괴에 대한 당시 약 1년간의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 등의 면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씌어진 일종의 탐사보도 기록물입니다. 저자인 오시카 야스아키는 아사히 신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언론인입니다.

우선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아직까지도 머리에 남아있는 생생한 현장감입니다. 이런 탐사보도 스토리를 가진 글을 그동안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는데요. 생생한 느낌과 저에게 더 유익했던 것은 일본 관료사회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갖게 된 점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1기부터 4기중 1기는 수소 폭발로 끝났지만 나머지 3기는 멜트다운과 더불어 2기가 대기중에 폭발한 사건으로 하마터면 반경내에 있는 일본 국민 약 3천만이 긴급 대피할뻔한 사고였습니다. 더불어 일본의 내부 붕괴와 정치권의 파탄까지 가져올 위기까지 있었는데요. 특히 도쿄전력이라는 폐쇄되고 배타적인 그들만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한 기업이 얼마나 사회에 해악이 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쿄전력은 일본의 명문 도쿄대 출신인 경영진과 원자력 분야를 전공한 일본 내에서는 이과 계통으로는 의학 계열과 비슷하게 최고위 엘리트 들이 직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각 부서별로도 관련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배타성과 특히 관리 및 검열을 받아야 되는 내각의 기관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도쿄전력의 회장과 사장 및 요직의 인사들이 자신들의 주장과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내각의 관료들에게 때론 고압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본 역사상 기록에도 없는 대규모 지진이 덮치고 이어 쓰나미가 원전을 휩쓸자 그 사고저리에 과정에도 도쿄전력이 한 몸뚱이로 움직이여 간 나오토 총리에게 당연히 가야될 정보를 누락시키거나 자기들끼리만 공유하고 지휘 감독을 받으려 하지 않으려는 부분은 참 대단한 부분입니다. 저는 다른 부분보다도 경악을 금치 못하는 곳이 있었는데, 내부적으로 후쿠시마에 걸쳐있는 원전들이 쓰나미가 닥칠경우 어떻게 될지에 대해 조사를 마치고 그 시뮬레이션에 따라 원전 전체를 보호하는 콘크리트 방파제 건설이 필요한 것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누락, 묵인 시킨 것은 정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자신들의 필요한 이익 논리에 따라 주민이든 내각이든 국가이든 크게 개의치 않는 행위는 정말 놀라울 뿐입니다.

이후 계속 요구되는 배상처리 문제에 있어서도 관련 기관에 로비와 압력 또는 회유를 동원해서 도쿄전력 수뇌부가 책임을 피하고 기업 보전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것에도 심각한 괴리감이 느껴지더군요. 결국에는 제한이 없는 배상지원 설정과 도쿄 전력 수뇌부의 사퇴로 마무리는 되었지만 그와중에도 막대한 퇴직금등을 챙기는 것을 보니 ‘이 무분별한 거대한 사익화‘에 대해 혐오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간 나오토 총리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요. 본디 사회 운동가 출신이었지만 정계에 입문해 무라야마 총리 이후 비 자민당 출신으로 집권 민주당의 내각 총리가 되어 집권 기간에 벌어진 후쿠시마 사태에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사후 처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새롭더군요. 이후 후쿠시마처럼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하마오카 원전을 총리의 권한으로 폐쇄 결정을 내리고 이 사태를 통해 탈원전을 결심하여 여러 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방안을 찾는 모습 또한 여느 일본 정치인 같지 않았습니다. 처리 중간에 총리가 해수 주입 중단을 요구했다는 유언비어에 언론과 자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비난에 몰입하고 내각 불신임을 위한 투표를 요구할 때 지금의 아베 신조 총리가 한 몫 거드는 것을 보고 간 나오토와 아베 신조, 양자의 대립적 인간상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아베의 그 언론을 이용해 벌인 교묘한 정치 수작은 지금의 아베와 딱 들어맞는다고 봐야겠죠.

결국 뒤이어 몇번의 자민당과 언론의 정치 공세에 결국 간 나오토 내각은 총 사퇴를 하게 되고 글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은 생각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하고 응당 다수의 안전이 걸려 있는 경우라면 아무리 사적인 이익과 몸담은 소속이 중요할지라도 처신은 옳아야 하지만 역시 사회 시스템의 한계인지 자연적인 인간의 내적 결함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불이익은 감수해야 하지만 민주주의의 정체를 따로 논하지 않더라도 일의 여파가 어떤식으로 나타날지 파악했다면 마땅한 판단이 필요한데 각자 자신의 보신이 더 중요한 법인가 봅니다. 이럴 경우에는 법과 제도를 강력하게 하여 그 개인이 속한 사회보다 몸담은 조직에 힘이 더 쏠리는 행위를 미연하게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 윤리에 맡겨 정확한 판단을 기대하는 것이 일견 옳지만 그것은 동화에서나 바랄 만한 일일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