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의 일본 안보정책
야나기사와 교지 지음, 이용빈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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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먼저 접했을 때는 본격적인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그 자체만으로도 뭔가 가슴의 체증이 조금 덜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표지를 장식한 저 아베 총리의 얼굴이 일본의 주변국인 우리들에게 절로 복잡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주긴합니다만. 요 근래인 2013년을 지나서부터입니다. 이렇게 조금 작은 양장본의 이 책을 손으로 잡으면서 약간 흥미로운 기분을 느끼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자인 야나기사와 교지는 일본 방위청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사람으로 얼핏 그러한 배경으로 판단했을때는 좀 더 보수적이고 비타협적인 사람으로 여길수도 있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첫장을 ‘아베 정권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로 시작하며 일본의 집단 안보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2차대전 전후 미국의 대외적인 전략적 사고에 기초해 패전한 일본을 자신들의 영해라고 여기는 태평양 지역의 안보 교두보로 삼고 앞으로 대두하게 되는 소련과의 이념적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본은 ‘요시다 독트린‘으로 알려진 안보는 미국편에 맡기고 경제 발전에 집중하는 것으로 반세기 가까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후 냉전이 끝나고 현재의 중국이 대두하게 됨에 따라 그동안 유지되고 있던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관계를 신미일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됩니다.

그에 따르면 심하게 누적되고 있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2009년 발생한 뉴욕발 금융위기 등으로 미국의 군사비 지출이 그전에 비해 대폭 감축이 예상되자 이에 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감소를 일본이 갖고 있는 경제력과 군사력 투사로 대체하고자 하는 미국 내부의 요구가 있었습니다. 이에 일본의 아베 정권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 나라의 국민들과 다른 아시아 국민들이 절로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과연 아베 정권은 무엇을 하려는가‘

바로 저자의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해석과 답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베가 일본과 괌에 주둔한 미군이 공격을 받았을 경우 그에 대한 일본에 대응과 지원 방안 및 유사시 군사력 투입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특히 유사시 상황에 군사력을 투입하는 것은 일본의 평화헌법 9조 제1항과 제2항이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 평화헌법이 어떤식을 개정될지는 아직 일본의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현재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아베는 특유의 이상한 자신감으로 개정 논의에 들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우리로서는 유사 상황에 한반도 사태가 설정되어 있어서 매우 민감한 부분인데요. 2013년 한미 군사당국은 공동작전 계획에 서명하고 북한에 의한 핵사용의 징후를 탐지한다면 선제조치를 포함한 상황에 의한 억지 전략을 취하는 것에 합의해서 이러한 우려가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뒤이어 이러한 일본의 집단적 안보 전략 구축은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언급된 표현을 본다면 일본 내부에서는 중국의 돌출을 매우 우려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북한을 끼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일본 국민들의 확실하지 않은 우려가 지나치다고 느낄 수 있는데요. 어찌됐든 일본 정부와 국민들을 중국을 잣대로 자국의 안보 강화에 정당화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 책의 6장에서 나오는 부분입니다. 그러면서 정치의 실패는 ‘쓸모없는 전쟁‘ 을 일으키고 이와 같은 자각을 결여하면 궁극에는 ‘망국의 안보 정책‘ 이라고 결론 내고 있습니다.

다만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몇가지가 있는데요. 책에서 중국과 우리나라를 동급으로 자신들의 정권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일종의 국민 감정 즉, 민족주의적 감정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끄집어 비판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확실히 일본 지식인들은 자신들은 해도 되고 이웃 국가는 자신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불편하더군요. 그리고 중일 간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중국의 민족주의와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가 맞붙은 결과로 발생한 엄중한 냉각화인데, 그것을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이해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미국은 후자와 관련해서 아베가 계속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불쾌함을 드러냈습니다.

일본 정치권과 국민 내부의 역사 인식의 수정은 중일 관계 뿐만 아니라 한일 관계에도 큰 저항만을 안겨줄 뿐이며,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없이 미국의 안보 테두리에 영합해 자신들의 안보라는 이익만 챙기려는 행위가 종국에는 일본의 이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센카쿠/댜오위다오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동 관리 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이라고 말하는 부분에 독도 영역도 이처럼 공동 관리하자는 제의에 저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이 부분은 말미에 대담집에 소개 되어 있더군요. 글 전체적으로는 현재 아베 정권의 무분별한 집단적 안보 구축에 비판을 가하고 아베의 대외정책에 우려를 밝히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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