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만든 세계
로버트 케이건 지음, 이영기 옮김 / 아산정책연구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저자는 동시에 미 국무부 외교정책위원회 위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의 연구원이 근래 자신의 나라에 관해 글을 썼다면 그 내용이 어느 방향일지는 대충 짐작이 되기 마련입니다. 저는 그 점을 감안하고 주의 깊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1945년 이후 현재까지 세계 질서와 국제적 시장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 나라를 비롯해 시장 경제 시스템으로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그 성과를 누리고 있는 국가들은 대부분 이러한 환경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물며 중국까지도 그렇지요.

그렇지만 이런 미국의 역할이 항상 긍적적이고 옳은 결정만을 해왔던 것은 아닙니다. 자신들 스스로의 이익에 맞는다고 생각하면 타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민주 정권을 전복시키는데 망설이지 않았지요. 1953년의 이란, 1954년의 과테말라, 1973년의 칠레가 그렇습니다. 이렇게 미국의 개입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경우도 있어서 많은 학자들이 이를 비판해왔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점에 대해서 흥미로운 결론을 내리더군요. 민주적인 정부라 할때라도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전략적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고 말이죠. 낯뜨거운 변명을 들이대며 그런 행동을 옹호하는 것보다는 조금 들어줄만은 했습니다. 이것을 인정이라고 해야할지 담담히 받아들인것인지 글로만으로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다만, 뒤이어 걸프 전쟁, 이라크 개입, 아프가니스탄 개입 등 과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것을 보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겠더군요.

현재까지 미국이 주도해 서구 유럽이 함께한 이러한 정치 경제적 시스템을 유지하고 끌고갈 책임은 미국, 자신들에게 있다고 여긴 모양입니다. 세계 역사상 비견할 수 없는 거대한 군사력과 경제 규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단순한 표현이겠지만 세계 정복에 나서지 않았으며, 적지 않은 실책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도 많은 국가들로부터 암묵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에는 바로 이러한 미국의 개성있는 성향과 정치적 의식 때문일겁니다. 참혹한 2차대전을 퇴출시키고, 바로 이어진 소련과의 냉전에서도 어느때나 일어날 법한 전쟁의 위협 속에서도 세계의 리스크 관리를 해왔고 자유 세계의 리더로서 자본주의가 많은 결함이 있음에도 대체로 잘 작동하여 많은 국가들이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은 미국의 이러한 역할의 기댄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저는 미국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이런 인정할만한 결과는 수긍을 하는 편입니다.

근래 전세계의 관련 학자들이 미국의 쇠퇴에 논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도 느낀바가 있지만 설사 미국의 쇠퇴가 필연적이라고 해도 현재 중국과 러시아 및 일부 권위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불안적 요소를 끼치는 이러한 국가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무조건적인 힘의 쇠퇴는 바라지 않습니다. 특히 중국이 현재의 시스템하에서 놀랄만한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공산당 일당 독재하의 권위주의적 정부로서 점차 타협을 지양하고 점차 자신들의 힘을 드러내 보이려고 하는 이같은 상황에는 더욱더 미국의 영향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중국이 종국에는 민주주의적 정치 행위자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희망섞인 예측을 하는데 이러한 희망은 실현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그들 체제의 본성 때문에 자유 경제 질서를 훼손하거나 뒤집어 버릴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너무나 납득하게 됩니다. 만약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받지 않았다면 미국을 신경써야 하는 지금의 중국과는 확연히 다른 중국이 돼 있을거라는 주장에도 저는 몹시 동의하는 편입니다.

끝으로 전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아직도 모순된 정치 사회체제로 유지하며 국민을 고통에 이르게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확산되는 것이 결코 무조건 선이라 말할수는 없겠지만 미국민들이 스스로를 자각하고 있듯이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과 대화와 타협을 국제 외교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지 않고 힘에 기대어 주변국에게 불안과 우려를 안겨주는 일부 국가들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도 이러한 미국의 쇠퇴는 무조건 반겨야 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앞으로 20~30년 동안 미국의 힘이 축소되어 설사 다극체제로 변화된다 하더라도 미국의 영향력은 그때에도 상당할 것입니다. 미래에 세계 정치가 어떤 모양으로 되어 있을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의 확대가 인간 본연의 진보의 모습이 아니라 할지라도 무정부적인 국제 정치의 속성대로 규범과 제도로 이러한 불안정과 위험을 관리하려는 거대한 민주주의 국가 미국의 전통적인 영향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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