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
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 안인희 옮김 / 돌베개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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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바스티안 하프너의 ‘서사적(약간의 문학적인 측면에서) 역사 글‘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있는 이 책은 치밀한 배경 지식 없이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특히 안인희 선생의 번역도 말할나위 없이 좋아서 읽는 내내 시간 가는줄도 모르겠더군요.

책의 제목처럼 큰 줄기는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비스마르크가 통합된 도이칠란트 제국의 총리로 나선 시기부터 히틀러의 제3제국의 멸망이후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흥미로운 점을 저자는 밝히고 있는데요. 비스마르크는 자유주의들과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국가의 이익을 위해 경주했으며, 자신 스스로는 군사국화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들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책을 다 소화하고 나니 서가 어딘가에 꽂혀있는 한길로로 시리즈의 비스마르크를 찾아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에서 소위 제국 동맹이라고 불리우는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이탈리아 와 3국 협상이라는 프랑스+영국+러시아의 형세 설명과 1차대전이 발생하고 난 후 종전까지 왜 그렇게 독일 제국이 쉽게 항복을 해버렸는가에 대해 좀 더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1차대전 당시 각국이 조직한 군대가 보병 위주였으며, 수비는 탁월하지만 공세는 불리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 제국이 서부 전선에서 잠정적으로 실패한 이후 힌덴부르크와 루덴도르프가 합의하여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윌슨의 14개의 항에 동의하는 것으로 끝맺음이 되었습니다. 이후에 세계 대공황이 발생하여 국제 정세가 독일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여러가지 사건들을 거쳐 히틀러가 권력을 잡게 되는 과정까지 제법 흥미롭게 쓰고 있습니다.

1차대전 종전 합의로 독일에서 군주제가 폐지되고 일부 군부의 인사들이 다시 군주제를 복귀시키려고 하던 차에 몇번의 의회 해산과 이를 통해 히틀러의 나치당이 의회 두번째 당, 이후에 다수 당을 차지하고 힌덴부르크를 축출해 자신이 총리와 대통령에 자리에 오르는 소위 ‘총통‘의 권좌를 차지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도 쟁점인 유대인 학살 문제에 관해서도 괴벨스에 의해 독일 언론이 통제되어 있는 상태였고, 독일 내에세 일부 유대인들이 피해를 당하고 고립화가 되어갔지만 그것에 대한 기사나 보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 독일인들이 반응을 보이지 못하게 되었고 이것을 독일 사람들의 인종주의적 편견이라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대공황을 거쳐 상당히 많은 돈을 저축하고 있던 중산층의 저축 예금이 휴지 조각이 되어버리고 동시에 중하층민이 몰락하면서 독일민들 자체가 의회나 총리의 민주주의 형태의 지도자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히틀러가 가져온 그 모든 긍정적인 것들, 완전고용, 군대 재무장, 저항적인 외교정책 승리, 다시 일깨운 민족의 자부심등, 이런것들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받아들일만 했다˝고 담담하게 쓰고 있습니다. 끝으로 꼭 히틀러가 아니더라도 1933년 이후에는 그와 같은 정치가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히틀러의 유대인 처벌과 학살에 대한 당시 독일민들의 소극적 입장을 발언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히틀러의 부상과 2차대전 종전까지의 전체주의 국가화에 대해서 겸허하고 솔직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글을 끝내기에 앞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저자가 서술한 1925년 로카르노 조약 Locarno 에 대한 부분에서 놀랐는데요. 독일제국이 최종적이고 자발적으로 알자스-로렌 지방을 돌려받기를 포기하고 점령당한 라인강 왼쪽 지역에는 연합군 점령이 끝난 뒤에도 비군사화를 유지할 것을 밝히고 있는데 이것이 후에 프랑스가 자신의 동유럽 동맹국인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가 나치 독일에 짓밟힐 때에도 군사를 보내지 못한 이유들 중의 하나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더 놀란 것은 영국과 이탈리아가 라인강 인접지역으로의 프랑스 병력 파견을 반대했다는 사실입니다. 2차대전 초기에 독일이 폴란드를 점령하고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데텐 지역을 할양 받고 다시 군대를 진군 시킨 상황에 프랑스가 손만 놓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래도 이런 역사적 사실이 있었군요.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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