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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폴 오스터는 1947년 2월 3일,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태어납니다. 그의 부친인 사무엘 오스터는 저지시티에서 형제들과 함께 건물을 소유한 지주였으면, 모친의 이름은 퀴니 보갓으로 오스트리아계 유대인 출신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이 둘의 결혼 생활은 좋지 못했고 오스터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이혼하여, 그와 누나는 어머니를 따라 뉴어크의 위콰히크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하게 됩니다. 1958년과 1959년 여름 동안 오스터는 야구 내야수로서 뛰어난 운동 재능을 인정받기도 했는데요. 유년 시절의 선수 재능이 미국에서 야구를 지속하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만큼 스스로도 꽤 고양되었던 것 같습니다. 1970년이 되자 그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문학 및 비교문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하게 됩니다. 이후 파리로 이주하여 프랑스 문학 등을 번역하여 생계를 유지하려 했지만 뜻대로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1974년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에티엔 말라르메와 조셉 주베르 등과 같은 프랑스 작가들의 시, 에세이 번역 작업을 지속하게 되는데요. 이런 가운데, 1982년이 되어서야 그의 데뷔작인 '고독의 발명'이 출판되기에 이릅니다. 이어지는 뉴욕 3부작과 달의 궁전, 우연의 음악, 환상의 책, 브루클린 폴리스, 보이지 않는 것, 선셋 파크 등이 문단과 독자들의 큰 호평을 이끌게 되면서, 이즈음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성공적인 작품 활동 이외에, 그는 자신의 정치 성향을 미국 민주당보다 훨씬 더 좌파적이라고 공개 선언하고 소위 사회주의(개량된 사회주를 포함한)를 지지하는 후보자가 정치 무대에 설 수 없는 미국의 정치 환경을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그는 공화당원들 가운데 극우, 극단주의에 쏠려 있는 지지자들을 대놓고 '지하디스트'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왕성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그는 2022년 12월에 전문 병원에서 암진단을 받았고, 2년 뒤인 2024년 4월 30일, 브루클린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폐암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따라서, 그의 이 책은 원제, "Sunset Park"로 지난 2010년에 출간되었고, 국내 번역은 2013년 3월에 이뤄졌습니다. 다만 현재 이 국내번역본은 절판된 상황입니다.
이 작품의 출판 당시, 미국에서의 출간 시기와 맞물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에 따른 사람들의 비틀린 삶을 작가가 절묘하게 그려내는 등의 홍보를 진행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각자가 처한 관계에서 사실상 실패한 사람들의 방황과 옳다고 믿는 것과 삶의 통제력 사이에서의 도덕적 갈등과 그러한 가운데, 인간 내면의 힘을 복합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이 작품의 주요한 주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여기에는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화해와 사소한 것으로 읽히는 단순한 관계가 정작 평범한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맥락으로 자리매김하는 그런 따뜻하고 뭉클한 과정도 잘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서두에 등장하는 마일스 헬러와 모리스 헬러 부자의 서사를 중심으로, 마일스의 친모와 계모, 그리고 마일스의 연인인 필라와 그의 숨겨진 벗인 빙, 더불어 빙을 매개로 모인 앨리스와 엘런 등의 인물 등을 큰 틀의 주제를 엮어가는, 일종의 서사적 가지로서 전자와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마치 각자의 서사가 따로 노는 듯 보이기는 하지만 앞서 언급한 마일스의 사유와 행적을 중심으로 이들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마일스는 부친인 모리스 헬러의 짧은 첫 결혼에서 태어난 아들입니다. 그녀의 모친은 너무나 어린 나이에 그를 출산했기에 여기서 그려지는 봐야 같이, 그녀는 스스로가 어머니가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더욱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미처 지울 수 없었고 물론 연기에 대한 소위 목마름과 육아에 매진하느라 경력이 단절될 수도 있다는 공포심에서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마는데요. 한참 모성의 보호가 절실하게 필요할 시기에 그것의 중대한 결핍은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바와 같이, 마일스와 같은 아이에게는 대체로 불행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의 부친인 모리스와 계모인 윌라가 경제적 안정 내에서 그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으나 여전히 윌라는 그의 친모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다 의붓 형이었던 보비가 불행한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자 그것에 대한 책임과 고통으로 말미암아, 마일스는 스스로를 도덕적 유배에 처하게 됩니다. 명문 브라운 대학의 재학생으로서 여기에 명민한 두뇌와 통찰까지 겸비했던 그가 어쩌면 주어졌을지도 모르는 꿈같은 미래를 저버리고 스스로를 가까운 이들로부터 멀어진 것인데요. 그는 극의 초중반에서 부친인 모리스와 윌라와의 대화를 자기도 모르게 엿듣게 되는데, 이는 '자신을 벌주기 위한' 도피의 시작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일스의 특별한 성취와 시와 고전을 아우르는 그의 천재적 분석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매일 손에 책을 놓지 않는 감수성의 폭발적 시기에 그가 얼마나 일반적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었는지를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돈벌이에 전혀 쓸모가 없다든지,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스스로 엄두도 내지 못하면서도 글을 읽는 사람들에 대한 터무니 없는 냉소를 겪어봤던 사람들이라면 마일스라는 한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거의 주저함이 없을 겁니다. 대학의 정규 과정은 저버릴 수는 있어도 책은 결코 손에서 저버릴수 없다는 마일스의 행동 원리 그 자체는 세상의 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홀로된 느낌, 그리고 그런 자신을 누구도 이해해 줄 수 없는 고립감 등이 다른 것들로는 채워질 수는 없었기에 그저 숨만 쉬고 있는 상태였던 마일스에게 글 자체는 구원이었을 겁니다. 그런 그에게 필라라는 소녀의 등장은 그만큼 자신의 모든 걸 줄 수 있는 '사랑'이었습니다. 후반부에 모리스 헬러는 심정적으로 마일스가 처한 상황을 동정하면서 그런 아들이 필라를 만나게 됨으로써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을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도 극의 서두를 차지하고 있는 마일스와 필라의 만남과 이들의 깊어지는 사랑의 감정에 대해서, 조금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마일스가 필라를 처음 대면하게 되는 공원에서의 장면은 그녀가 십 육세였고, 갓 성인이 된 마일스와 십대 여자 아이에게 느끼는 그만의 감정들이 솔직히 감정적으로 면밀하게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마일스의 어린 연인인 필라 산체스는 플로리다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쿠바계 이주민으로 위로 세 명의 언니들이 있지만 그녀의 부모 모두 세상을 떠난 상황입니다. 당시 시카고를 거쳐 플로리다로 하염없이 넘어온 마일스는 자신도 부모가 없다고 여겼기에 그녀에게 자신도 고아라고 강조합니다. 물론 상대인 십대 소녀에게 이러한 거짓말이 충분히 나쁜 점이라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고 이 어린 소녀에게 같이 부모가 없다는 동질감이 어떤 식으로 내면에 작용했을지는 거의 명확합니다. (마일스가 그녀를 향해 진실을 고백하는 장면과 그것의 올바른 마무리는 두 사람의 약혼으로 마무리 됩니다.) 물론 그런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일스는 십대에 놓여 있는 필라와 어떠한 스킨쉽도 자제하고 섹스 역시,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유보를 하기로 결정을 합니다. 또한 마일스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은행에 넘어간 집들을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 버려진 장물들을 필라의 언니인 안젤라에게 자신과 필라를 잘 봐달라는 의미로 전하게 됩니다. 이는 자신의 양심에 매우 위배되는 행동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젤라가 더 많은 것을 그에게 요구하게 되고 더욱이 동네 불량배를 동원해 협박하자, 눈물을 머금고 필라를 플로리다에 남겨두고 그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빙 네이선은 마일스의 십대 시절 일부를 공유한 친구였습니다. 물론 마일스에게는 그에 대한 기억이 전반적으로 제한적이지만 빙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일스의 아버지인 모리스와 모친인 메리-리의 '끄나풀'로 일한 것입니다. 마일스가 지난 7년 반의 시기동안 이리저리 도시를 옮기고 여러 직업을 전전할 때, 마일스의 행적을 비밀리에 알린 인물입니다. 물론 빙은 모리스에게 어떤 금전적 이득을 기대하고 이러한 일을 맡은 것은 아닙니다. 오로지 친구인 마일스가 걱정되었기에 그리고 자신이 그런 마일스와 부모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후 서사에서 오스터가 그려낸 이 빙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사려깊고 상대에게 대한 깊은 온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지, 엘런 브라이스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게 됩니다. 물론 후반부 설정에서 작가가 만들어놓은 빙과 마일스의 그 특별한 물놀이 장면은 뭔가 작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결국 이 장면의 모티브와 빙의 인물 형성의 대부분은 후반부에서 적절하게 잘 조절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마일스와 빙 사이에 아주 급격한 변주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엘런 브라이스와 관련해, 그녀가 사회와 인간 관계에서 느끼는 중대한 결핍에 대해 그녀가 거쳐온 인생사 대부분이 설명되었을 때,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는데요. 다만, 선셋 파크에서의 엘런 브라이스를 거의 부정적으로 만들어 놓은 벤 새뮤얼스와의 우연한 대면은 정말 노골적으로 인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폴 오스터가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우연의 마술사' 임을 감안하더라도 엘런과 벤의 재회와 "분명 사랑은 아니것 같으면서도 그에게 빠져든다"는 엘런의 대사는 문학의 서사 구조적 측면에서 너무 억지로 만든 티가 나기도 했습니다.
모리스 헬러는 윌라와의 두번째 결혼 생활에서 보비와 마일스라는 두 아들을 놓고, 이 두 부부가 다른 자식을 두지 않은 것은 윌라의 염원을 저버린 것으로 후에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나타난 파급 자체가 여실히 드러나게 됩니다. 저는 다른 인물들의 서사들 가운데, 이 윌라라는 캐릭터의 인물 조성이 제 나름대로는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모리스가 몇 번이나 그 의미없는 '질에 삽입한 페니스'라는 문구로 후회를 드러내는 불륜과 친아들 보비의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 모리스와 그의 전처의 아들인 마일스를 양육하고 또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던 삼 십년 이상의 시간이 그녀를 점차 무너지게 했다는 점에서 마음이 너무나 아팠는데요. 나중에 보비가 죽게된 정확한 연유를 모리스를 통해 듣게 됨으로써, 마일스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윌라는 진정으로 마일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나자 그의 안타까운 형편, 그리고 그로인한 고통을 절실하게 이해하게 됩니다. 극의 진정한 화해와 해후는 이처럼 윌라가 마일스를 용서하게 되는 장면이었는데요. 좀 더 앞선 장면이기도 했던 윌라가 완전히 무너져, 남편인 모리스를 애타게 찾는 짧은 단막에서, 활발한 이성과 명쾌한 결단력을 지녔음에도 주변인들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항상 글을 손에 놓지 않았던 이 여성의 거듭된 고통에 저 역시 (타자지만)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주인공인 마일스 헬러가 스스로 자신을 벌주고 더 나아가 모든 것에서 스스로 대면할 용기를 내어 부모에게 돌아갈 선택을 하는 대미가 한 인간의 구부러진 인생 행로를 올바르게 그의 힘으로 찾아가는 모습을 작가인 폴 오스터가 잘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나 마일스가 어떤 도덕적 완벽함 속에 자신을 가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도 자신이 불완전한 존재임을 익히 알고 있으며, 지나간 그의 여러 행적이 흡사 이를 잘 드러내기까지 합니다. 개인적으로 소설 속 장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꼽는다면, 모리스가 필라를 처음 대면하는 모습에서 그가 일찍 요절한 천재 작가로 그려지는 수키 로스스타인의 뚜렷한 모습을 필라에게서 찾은 얼마간의 서사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필라가 윌라의 모교인 바나드 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합격하게 되었다는 서사 역시, 극명하게 대미를 더한 장면이었습니다. 이것들은 작가의 비범함이 느껴지는 설정 장면으로 극에서 비로소 대단원의 화해가 마무리 된, 중요한 씬(sin)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끝으로 개인적인 소회는 오스터의 이 작품이 참으로 오랫동안 제 뇌리에 남을 것만 같습니다. 첫장부터 저를 빧아들였던 흡인력은 물론이거니와, 번역 역시 크게 나무랄데가 없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성기를 언급하는 극중 장치로 쓰이는 서사들과 그러한 적나라한 일부 묘사들은 간혹 이언 매큐언의 그것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필라에게 어머니가 그를 낳은 지 여섯 달 만에 아버지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재혼하기 위해 이혼했다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면 어머니가 손에 보드카 토닉을 들고 거기 서 있는 광경이, 이성을 잃고 곰탱이니 왕재수니 어린애들이나 쓰는 말로 자기를 모욕주는 어머니가 우스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클럽에서 낯선 여자를 한 번도 낚아 보지 못한 재즈 드러머, 정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면 창녀한테 돈을 주고 오럴 섹스를 받는 얼뜨기, 어두운 침실에서 포르노를 보며 자위나 하는 섹스에 굶주린 멍청이였다. 그는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지각이 있는 존재로서 그의 삶은 사람들이 열린 문으로 밀고 나가는 이제는 죽은 저 시체의 일부로 시작되었다는 것, 그의 삶이 그녀의 안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불륜 상대와 침대로 기어들어 가던 순간에조차 후회했으면서도 성적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다.
그는 윌라가 이번 별거를 앞으로 오랫동안 남편 없이 살아갈 수 있을지 알아보려는 일종의 시험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그는 메리-리의 침착하고 동정적이면서 신중하며, 마일스를 판단하기보다는 이해하려 하는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들이 한 남자로 변모해 감에 따라 자신의 삶은 점점 작아져 가다 못해 더는 신경 쓸 것도 없을 지경으로 변해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소설의 아주 사소한 부분에까지 세밀하게 주의를 기울인 사고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아들이 내놓은 심오한 결론에도 감동받았다.
다른 인간 육체를 지각할 수 있는 정신을 소유한 인간 육체 안에 산다는 것은 타인들의 세계 속에 사는 것이다.
그녀는 혼잣말을 했다. 책은 위험하지 않아.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만을 가져다주는데. 책 덕분에 사람들은 더 살아 있다고 느끼고 서로 더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돼.
아들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으니 돌로 만들어진 사람이 아닌 이상 틀림없이 언젠가는 새롭ㄱ 다시 시작할 마음을 먹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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